[한국강사신문 한상형 기자] 『스페인은 순례길이다』의 저자 김희곤은 〈스페인 하숙〉이 방영 초기부터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로 유능한 제작진과 호감 가는 출연진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스페인’이라는 장소 역시 시청자들의 관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으로 수행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를 통해 3년 간(2016~2018년) ‘해외여행지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유럽’이 1위를 차지했으며, ‘유럽 여행지 관심도 조사’에서는 스페인이 속해 있는 ‘남유럽’이 1위를 차지했다. 또한 ‘2018 해외여행지 국가별 종합 만족도 조사’ 결과 1위 스위스와의 근소한 차이로 스페인이 2위에 자리했다. 한국관광공사 발표 해외여행자 수는 최근 수년간 꾸준한 폭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스페인 하숙〉이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페인 하숙〉의 촬영지는 순례길 막바지에 자리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라는 마을이다. 출연자들은 그곳에 알베르게(저렴한 숙박 시설)를 차리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순례자들을 따뜻하게 응원한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 역시 그 마을을 거쳐 지난다. 저자는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의 마요르 광장에서 그곳에 바투 서 있는 마르케스 후작의 궁전과 산 프란시스코 성당의 모습을 묘사하며 “도시의 언덕마루에 왕궁과 대성당이 마주 보고 서서 도시를 지배하는 것이 스페인 중세도시의 전형”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산티아고’는 ‘사도 야고보’를 스페인어로 부르는 이름이다. 예수의 열두제자 중 최초로 신앙을 위해 순교한 사람인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대성당에 묻혀 있다. 산티아고의 무덤, 즉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걸어가는 순례길을 스페인어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라 부른다. 이는 ‘산티아고의 길’이라는 뜻이지만, 우리나라엔 ‘산티아고 순례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기 813년 스페인 갈리시아 들판에서 은둔 수행자 펠라요가 빛나는 별 아래에서 산티아고의 무덤을 발견했고, 오늘날 그곳을 ‘별이 빛나는 들판의 산티아고’라는 뜻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라 부른다. 9세기 오비에도에서 산티아고의 무덤으로 향하는 최초의 순례길이 생겨났고, 10세기 레온에서 산티아고 무덤으로 향하는 순례길이 개척됐다. 이후 프랑스 사람들이 파리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팜플로나와 부르고스를 거쳐 레온으로 몰려왔는데, 오늘날 이 길은 ‘프랑스 길camino franc?s’이라 불린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여러 갈래의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그중 “프랑스 길을 걸은 순례자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매일경제》 2018.12.14)하고 있다.

프랑스 남부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길은 로마 성 베드로 무덤과 예루살렘 예수 성묘를 능가하는 순례길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728㎞라는 기나긴 여정 위에는 “어김없이 대성당이 자리하고, 대성당과 대성당 사이에는 작은 마을과 성당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순례길 위에 놓여 있는 각각의 중세 건축들은 “하나같이 신비한 조각과 성화, 신화와 역사를 새기고” 있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에는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스페인 건축 전문가 김희곤이 직접 걸으며 조망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가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정리한 글들과 직접 그린 건축 스케치들, 직접 찍은 사진들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산티아고 순례길’을 더욱 깊고 정연하게 사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놓인 하나하나의 중세 건축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알 수 없는 느낌과 감정이 온몸을 휘감”고 “고딕 양식의 웅장한 돔에서 흘러내리는 빛은 영원히 채울 수 없는 절대 사랑이자 불굴의 정신을 신비스럽게” 드러내 보인다. 책의 저자 김희곤은 “인간은 여러 이유로 건축을 했지만, 그 인간을 보듬고 성장시킨 것은 건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신의 이름으로 수 세기 동안 쌓아올린 성벽과 대성당, 수도원”이야말로 그 생각에 대한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신과 인간의 믿음으로 쌓아올린 고딕 대성당의 아치의 정점에는 어김없이 키스톤이 박혀 있다. 키스톤이 박혀 있지 않다면 하늘을 찌르는 대성당의 무게는 지탱할 수 없다. 우리 삶의 정점에도 어김없이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절대 사랑의 키스톤이 박혀 있음을 돌의 신전은 엄숙하게 말했다. 대성당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에너지는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던 절대 사랑이었다. 인간이 대성당을 지었지만 대성당이 인간을 성장시켜주었음을 산티아고 순례길의 건축이 사랑의 온기로 증명해주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