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이승진 기자] “내 엄마의 역사를 아시나요?” 엄마가 늘 하시던 하소연에 질려서 엄마의 삶을 별 볼 일 없는 삶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엄마들의 삶은 기록되지 않는다. 공식적인 역사에도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살아남은 그녀들의 이야기는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어머니들이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책으로 써서 남기는 경우는 드물다. 어머니들의 삶은 그저 몇몇 딸들을 통해서만, 불완전하게, 문장이 아닌 구술로, 혹은 언어가 아닌 촉감으로, 느낌으로 전해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버이날 선물을 위한 신간 『마더북(반비, 2019.4)』을 소개한다.

어머니들의 삶에는 공식적인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감정과 통찰이 담겨 있음을, 우리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진심으로 엄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었을 때는, 어쩌면 그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영원히 사라지고 난 후일지도 모른다.

이 책 『마더북』은 어머니들의 삶을 문장이나 문구로 기록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책이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 글쓰기나 인터뷰가 막막한 사람들, 일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너무 바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2005년에 엘마라는 네덜란드의 한 여성이 갑작스러운 불치의 병을 진단받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고안해낸 책이지만, 이제 전 세계로 뻗어 나가 세상 모든 어머니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엘마는 이제 어머니의 삶을 기록한다는 가치에 머물지 않고, 모든 사적인 관계를 기록하고 나누는 것을 권하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고 있다.

어머니들이 당신들의 삶을 기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쉬운 방법은 어머니들을 인터뷰하는 것일 듯하다. 하지만 자녀가 어머니를 찾아가 인터뷰를 한다는 일도 보통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질문들은 대체로 소소하고 때때로 독창적이어서 어머니들은 당신들의 삶에 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들을 쉽고 편안하게 써 내려가게 된다. 이런 질문들의 리듬과 구조는 엘마의 팀이 심리학자나 작가들의 전문적인 리뷰와 수많은 사람의 반응을 모니터링해서 공들여 만든 것이다.

엘마 팀은 전 세계에 이 책이 소개될 때마다 이 책의 애초의 가치와 비전이 훼손되거나 왜곡되지 않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한국어판 역시 엘마 팀과의 면밀한 소통을 통해 만들어졌다. 『마더북』의 한국어판은 원서의 보편적인 핵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한국적인 문화와 역사의 특수성을 반영해 질문들을 세심하게 다듬어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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