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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실리콘밸리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하이테크(Hightech), 정보통신기술(ICT), 앱(App)서비스 등을 연상하게 된다. 혹자는 프로그래밍에 몰두하며 창업을 꿈꾸고 있는 백인 남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할지도 모른다. 최첨단을 달리는 Technology의 메카에서 백인남성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나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백인선호의 성향은 통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어쩜 실리콘 밸리의 불편이 진실이다.

통계적 수치를 구체적으로 보자. 2014년 6월 기준 글로벌 IT기업의 흑인 비율은 구글의 경우 총 46,000여명의 임직원 중 단 2%만이, 야후,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단 1%의 직원 만이 흑인라고 한다. 미국 전체 인구의 13%가 흑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참 어처구니 없이 낮은 수치이다.

벤처캐피탈 “안드리센 호로비츠”에서 전속기업가로 활동하던 “트리스탄 워커”는 바로 이점을 착안해 전혀 다른 기업을 창업했다. 그는 큰 돈을 버는 것보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삶을 꿈꿔왔다. 그리고 백인세상 실리콘 밸리에서 소외계층인 유색인종에 초점을 맞춘 것이 적중했던 것이다. 전 세계의 하이테크의 수도라 불리는 실리콘 벨리에서 하이테크도, 앱서비스도 아닌 생활용품 스타트업을 창업해 화제가 된 것이다. 바로 유색인종을 위한 미용용품 기업이 “워크앤 컴퍼니”이다.

첫 제품은 흑인을 위한 면도용품 세트인 “Bevel시리즈”였다. 한마디로 면도용품 세트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서비스다.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하다. 처음 회원 가입시 59.95달러는 내면 3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Starter Kit을 보내준다. 구성품은 면도기와 30일치 면도날, 브러시, 오일, 면도크림, 애프터셰이브가 포함되어 있다. 다음 달 부터는 29.95달러가 월 회비로 부가되고 90일 마다 면도 용품세트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선보였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014년 2월 출시 이후 서비스 신청고객은 매달 50%이상 증가했고 재구매 비율은 90%를 넘어섰다. 왜일까? 그토록 진부하게만 보였던 이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한 이유는 바로 CEO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끊임없는 관찰을 통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복잡하거나 새로운 기술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불편함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CEO 트리스탄 워커는 흑인남성 80%, 그리고 전체 남성의 30%가 면도 후에 여드름과 같은 염증이 발생하는 “razor bump"를 경험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피부트러블이 흔치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여러 개의 다중 면도날은 피부 표면 있는 수염까지 깎아내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수염이 억세고 구불구불한 남성의 경우 면도 후에 수염이 피부 안으로 파고들어 ”razor bump"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흑인 남성은 이에 해당된다는 것을 본인의 경험을 간파한 것이다. 4중날, 5중날 등 다중 면도날이 주를 이룬 시장 트랜드를 역행하면서 단일 면도날을 채택한 것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휴머니즘에 기반 한 것이었다.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감성 마케팅이다. 면도는 남성이 성장하면서 겪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편모슬하에서 자란 “트리스탄 워커”는 어떻게 면도를 해야 할지 몰랐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문화로 소중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감성적 접근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면도법 책자가 포함된 Starter Kit를 제공하고, 유명인들의 면도법 동영상을 공개했다.

유명인들의 면도에 얽힌 추억들을 잡지 형태로 제공하여 스토리가 담긴 문화상품으로 승화시켰다. 간결하고 단순한 제품디자인과 고급스런 포장은 면도에 대한 인식을 일상에서 누리는 기분 좋은 사치로 전달하기 충분했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비즈니스북스, 2016)』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오상진 칼럼니스트  sjoh@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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