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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은미 칼럼니스트] 그를 만난 것은 내가 부처장이 된 후였다. 그 전에는 항상 그가 심드렁하게 일을 하는 듯이 보였고, 주변에서는 그가 일을 열심히는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막상 같이 일을 하고 보니 일을 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비교적 꼼꼼하게 일을 했고, 때로는 자신의 주장을 할 줄도 알았다.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무엇이라 설명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남았다.

어느 날 그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어디 가려고 그러느냐는 질문에 이직하는 것이 아니고 홧김에 그만둔다고 대답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화를 냈다. 취업이 어려운 이 시기에 아이까지 있는 가장이 갈 곳도 정하지 않고 왜 그만두려고 그러는지, 그를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한다면 축하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만두도록 지켜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다행히 그는 이직할 곳을 생각해두고 사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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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30대가 그렇다. 직장생활을 한 지 4, 5년이 지나면 지속과 변화사이에서 혼돈을 겪게 된다. 4년이라는 기간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시기이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발달학자들은 30대는 새로운 직업에서 안정을 찾아야 하고, 인생에서의 멘토를 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멘토를 만나면 무엇보다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분야에서 매진하고 본받고, 롤모델로 삼을 수 있으니 행복한 경우라 하겠다.

발달심리학자인 허빙허스트는 인간은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했다. 성인 전기는 생계를 꾸리고, 직업을 선택하고, 경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과업이다. 따라서 30대는 성인 전기로서 새로운 직장에서의 적응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행복연구가로 유명한 바일런트도 성인 전기는 직업적 안정의 시기라고 했다. 직업적 안정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일의 세계에서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이 분야를 정말 좋아하는지,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그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생에서는 많은 선택의 기회가 있고, 내 능력이 충분히 인정받는 환경에서, 내 자신이 존중받는 일터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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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중요할 수는 있으나 우리는 돈을 찾아서 일을 선택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지적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그럴 가능성이 보이는 곳을 일터로 선택한다. 여가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 곳이 좋은 직장일 수도 있고, 쓸 수 없을 만큼 충분한 돈을 주는 곳이 좋은 직장일 수도 있다. 또한 매년 평가받는 인사고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매일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가? 내가 소중한 가족에게 중요한 존재인가?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행복한 곳이 가장 좋은 직장이고 내가 존중받는 환경이리라.

사직을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간 그는 지금쯤은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하고 싶어 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으므로. 때로는 안정적인 것도, 승진보다도 중요한 것이 우리의 인생에 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와 언젠가는 따스한 해장국 한 그릇을 하고 싶다.

※ 출처 : 한국HRD교육센터 전문가 칼럼

<사진=한국HRD교육센터>

김은미 저자는 중앙대학교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건양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인간의 행동을 보는 관점이 다른 두 영역의 특성을 융합의 시각으로 아울러 심리적 현상을 탐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주관적인 삶과 현상학적인 삶으로서 인간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삶의 질, 규범적 행동, 노화의 심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저서로는 <걱정말아요, 마흔>, <사회적응의 노인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행복심리학>, <노인심리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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