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금수저되다] 우성민의 흑(黑)수저 경영학

[한국강사신문 우성민 칼럼니스트] 10여 명 내외의 작은 기업들이 대기업의 문서나 결재 시스템을 따라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출신이 독립하여 사업을 시작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대기업의 시스템은 수많은 직원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시스템 속을 들여다보면 문서 즉 각종 보고서들이 즐비하다. 원거리에 있는 지점이나 해외지사에서 본사에 보고할 때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다.

또한 본사에서도 여러 지점의 업무 진행 사항을 확인하고 통제하기 편리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런 시스템이 맞지 않는다. 직원 수가 많지도 않고 원거리의 지점이나 지사를 통제할 일도 없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이를 단점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점으로 전환하여 빠른 의사결정과 기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얼마 안 되는 직원들을 문서 작업에 매달리게 하면 현장에서 뛸 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소기업에서는 문서관리가 특히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문서에 너무 치우쳐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필요한 문서들까지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문서관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불필요한 문서 대신 스마트폰 결제시스템 도입 : 나는 군대에서 인사장교를 할 때 수많은 문서를 접했다. 매일, 매주, 매월, 매분기, 매반기, 매년 그리고 수시로 문서들이 만들어졌다. 이토록 많은 문서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었지만 군대의 특성 상 시키는 대로 계속 문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인쇄물과 복사물들이 내 손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 손에서 끝없이 생성되었다. 하지만 전역 후 입사한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A4용지를 낭비하지 않고, 전자결제 시스템이나 이메일을 이용해 보고하는 것만 달랐을 뿐이다. 이후 사업을 하면서 만난 중소기업 거래처들도 제안서 등의 문서를 요구해왔다. 회사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부하직원들에게 문서를 통해 보고를 받았다. 그렇게 또 다시 기업의 문서에 익숙해졌다. 내 책상에는 각종 보고서와 문서철 30여 종이 꽂혀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나면 사진이 남듯 회사생활을 마친 내게 남는 건 결국 문서뿐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네 번째 사업을 시작하며 문서를 없애기로 결심했다. 10년 넘게 문서에 길들여졌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업무에 효율을 높이려면 문서부터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회계와 관련된 법적 서류와 영수증 등을 제외하고 문서를 만들지 않았다.

내 생각은 맞았다. 문서에서 자유로워지니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 예전 같으면 PC를 구매하더라도 견적서를 첨부한 구매 품의서를 작성해서 보고하고 결재를 받는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구두로 구매사양과 가격을 보고하고 승인을 받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확인하고 승인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오늘까지 결제해 주기로 하셨는데 입금이 안 되서 전화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대표님이 안 계셔서 내일 확인해 보겠습니다.”

위의 대화처럼 대금 결제를 해주기로 한 날임에도 대표가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결제를 미루는 회사들이 있다. 물론 이 회사는 형편이 어려워 거래처의 대금을 차일피일 미루는 회사는 아니다. 다만 이 회사는 자금 결제뿐만 아니라 모든 결정을 대표가 직접 하는 중소기업인 것이다. 요즘같이 무선통신이 발달한 세상에도 아직 대면보고를 고집하는 대표들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의 결재를 기다리다가 늦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경험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이런 느린 업무 진행은 직원들의 의욕은 물론 창의력까지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나는 직원들에게 빠른 업무 진행을 강조한다. 생존은 속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집이 가벼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신속함이다.

빠른 업무 진행을 위해 우리 회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카톡 보고’다. 각 업무담당자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업무를 공유하고, 부서장은 물론 대표인 나에게 보고할 때도 카톡으로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회사에 없을 때 회계 담당자는 오늘의 입출금 예정사항을 카톡으로 보내온다. 이와 같은 빠른 의사결정은 내부 직원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OO제품 내일부터 판매 진행합니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이며 공급단가는 10,000원, 택배비는 건당 2,500원입니다. 대금결제는 당월마감 익월말일 결제입니다. 위 조건으로 진행하면 되겠죠? 답변 부탁드립니다.”

“네, 맞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상품 판매를 대행하는 우리 회사의 업무 속도에 대해 감탄하는 거래처 대표들이 많다. 상품 제안 하루 이틀 만에 판매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빠른 진행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계약서를 주고 받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카톡 문자로 거래에 꼭 필요한 사항만 바로 바로 주고 받기 때문이다.

계약서는 지속적인 판매가 이루어질 경우 체결해도 늦지 않다.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도 하루라도 빨리 판매진행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선택한 방식이다. 물론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문자로 거래 조건에 관한 내용을 근거를 남겨놓는 것이다. 문자 메시지도 계약서와 같은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참고자료 : 우성민의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스노우폭스북스, 2018)』

 

우성민 칼럼니스트는 네트론, 네트론 케이터링, 라오메뜨 3개 회사의 대표다. 대표저서로는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이 있다. 가비아,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판매전략’을 강의하고 기업, 대학원, 대학원 등에서 ‘흑(黑)수저 경영학’을 강연하고 있다. 또한 67년 전통, (주)쓰리세븐상사 온라인 판매전략 고문(허스키 뉴욕 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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