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두 번째 도구는 “관찰력”이다. “관찰”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는 과정이다. 많은 기업들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찰을 통해 깊고 풍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을 토대로 소비자 중심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이것을 “관찰법(Observational Method)"이라고 부른다.

아이데오의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의 행동을 집요하게 관찰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랄비의 어린이 칫솔이다. 만약 여러분들이 새로운 어린이 칫솔 디자인을 의뢰 받았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도 어떤 캐릭터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아이들의 제품은 기능보다는 캐릭터 디자인에 의해 구매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접근을 달리했다.

가장 먼저 아이들의 칫솔 잡는 행위를 관찰하기 시작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가 추상적으로 생각하던 것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어린이 칫솔에는 공통점이 있다. 칫솔부위와 손잡이가 작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이들 손이 작으니 손잡이도 작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관찰 도중 재미있는 행동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주먹현상"이었다.

일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들은 손가락이 아닌 주먹으로 칫솔을 잡는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손에 힘이 없는 아이들은 손가락보다는 주먹으로 움켜쥐듯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인데, 사람들의 직관적인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결국 그들은 기존의 패턴과는 전혀 다른 물렁한 촉감에 장난감처럼 굵은 칫솔을 만들었다. 더 편하고 쉬워진 칫솔로 인해 아이들의 양치 시간도 전보다 훨씬 늘어났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관찰의 힘이다.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공감하라 : 마지막 도구는 “공감력”이다. 공감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과정이다. 관찰하는 대상과 진심어린 교감이 없다면 가치 있는 데이터를 얻어낼 수 없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느끼는 공통의 감정을 “공감”이라고 부르는데 이 부분이 “디자인적 사고”와 “학문적 사고”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논리적이고 냉정한 조사보다는 관찰 대상과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적극적인 “공감”을 해야 한다.

주방용품 제조업체 "옥소(OXO)"는 제품개발 시 소비자들과의 “공감”을 가장 중시한다. 일반 가정에서 요리할 때 많이 사용하는 것 중 하나가 계량컵인데 정확한 혼합비율을 맞춰야할 때 꼭 필요한 용기 중 하나이다. 그

런데 계량을 위한 눈금이 용기의 옆면에 있다 보니 늘 몇 번씩 허리를 숙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노인들은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 상황을 관찰하던 옥소는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기 위해 컵 안에 동그란 테두리가 사선으로 누워있는 계량컵을 개발했다. 허리를 숙일 필요 없이 곧게 선 상태에서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한다. 이런 속성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일반 계량컵을 쓰면서 불편함을 참아왔다. 어느 누구도 이것에 대한 이견이나 불만이 없었던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단지 단순한 관찰을 통해서는 이런 제품을 고안해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소비자들과의 공감을 통해서 특히 일반 소비자들이 아닌 불편함을 절실히 호소하는 대상(남녀노소, 장애인, 비 장애인,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등)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한다. 이를 일컬어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말하는데, 옥소사는 이처럼 단순하지만 명쾌한 답을 소비자와의 공감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옥소의 한 디자이너는 2년 동안 노인분장을 하고 캐나다와 미국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노인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그들의 생활을 밀착하게 관찰하며 그들과의 공감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 이었다고 하니 소비자들과의 공감을 위한 그들은 노력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결국 “통찰에서 관찰로 관찰에서 공감”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디자인적 사고의 핵심이 되는 과정이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아웃 오브 박스 : 시간·공간·생각·미래를 변화시켜라(다연, 2014)』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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