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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배정인 기자] 내 남편도 어머니의 배에서 자라 태어났다. 내 아들들도 내 뱃속에서 나와 아직까지 늘 엄마바라기로 지내고 있다. 언젠가부터 남편은 어머니에게서 받던 손길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첫 장을 읽다가 든 생각이다.

엄마의 손길. 남편도 엄마의 아들이었다는 생각에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들들의 눈망울이 겹친다. 얼마 전 수심에 가득한 남편을 저만치서 바라보며 어떻게 해주어야 힘이 될까 고민하던 순간이 있었다. 남편이 동굴에 들어가 있을 때는 동굴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내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기다렸다. 기분이 한결 후련해진 듯했을 때 말을 던졌다.

"나는 가끔 내가 힘들 때, 자기가 내게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곤 하지요. 그런데 이번에 자기가 힘들어할 때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는 거. 자기를 위로해줄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 조금은 충격이었어요."

책 속의 남편들처럼 가족들에게 듬직한 울타리 역할을 하느라 혼자 견디고, 혼자 삭히는 남편을 왜 일찍 발견하지 못했을까? 아니, 남편도 위로받고, 힘든 걸 견디고 버티고 있다는 것을 더 알아주지 못했을까?

매달 월급날,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한 저녁을 차리셨다. 한 달 동안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즐겨 드시는 음식으로 한상 차려내셨다. 어머니만의 위로와 격려를 표현하신 것이다.

<두 개의 심장> 파트를 읽다가 잠시 멈추었다. 그러고 보니, 남편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지금은 물어보면 아마도 우리 가족들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할 사람이다.

가정 내에서 아버지의 자리, 남편의 자리를 찾아주고, 남편도 자신의 삶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수고했어. 오늘도!" 남편을 위해 불러 주고 싶은 옥상달빛의 노래. 오늘 저녁에는 퇴근한 남편에게 <수고했어 오늘도>를 들려주어야겠다.

당연한 일상이라 생각하던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남편이 차지하고 있던 엄청난 분량을 다시 발견하게 해 준 책. 방현희 저자의 <우리 모두의 남편>이었다.

한편 방현희 저자는 2001년 <동서문학>으로 데뷔한 소설가다. 2002년 제1회 <문학|판> 장편공모에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 당선되었으며, 저서로는 <불운과 친해지는 법>, <바빌론 특급 우편>, <달을 쫓는 스파이>,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등이 있다. 신화적·심리학적 글쓰기, 감각적이고 밀도 놓은 언어, 창의적인 이야기 구성, 삶의 이면을 투시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미 그 글쓰기를 인정받아온 소설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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