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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이은숙 칼럼니스트] 무엇인가에 의미를 둔다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요? 보편적인 말이나 상황, 그리고 사람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때로는 의미 있는 말이라고 여겨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그 언어들도, 사실은 자신만의 오해가 낳은 특별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나에게 굉장히 특별한 일이라고 여겼던 것이, 상대방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대수롭지 않은 일일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넘겨짚는다는 것은, 그래서 오해하기 쉬운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오해와 넘겨짚음 속에서 마음을 다치는 쪽은 상대방이 아니라 사실은 언제나 내 쪽이라는 것을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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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지요. 부질없어요.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 수 있습니다. 어떤 마음이었든, 나의 마음이 상대에게까지 진심으로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모든 것은 타이밍입니다. 나의 상황과 나의 시간들이 상대방과 어긋나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꼭 들어맞는 감정선을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요. 나의 마음과 같지 않기에 감정이 어긋나고, 시간이 어긋나고,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나는 무언가를 자꾸 얘기하고 싶은데, 그래서 나의 마음을 좀 확인받고 싶은데 원하는 대꾸가 없으면, 심지어 냉정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면 내가 바보가 된 것 같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순한 마음이 다쳐버립니다. 덜컥 마음 문이 닫혀버립니다. 의미 없네요. 부질없어요. 안타깝죠. 서글퍼집니다.

그렇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시간이 또 얼마간 지나고 나면 그 마음도 무뎌지는 것을... 그저 견뎌야 하는 것은 지금의 시간일 뿐이라는 것을 또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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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현재의 시간 속에 던져진 나를 오롯이 껴안고 나가야 하는 것은, 스스로의 책임이고 혼자의 몫인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바보 같은 마음이 다쳐버린 것이 못내 속상할 수도 있습니다. 용기를 내서 다가갔던 마음이 있었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요? 정말 부질없네요. 처음 마음과 언제까지나 같을 수 없음을 왜 모를까요? 그렇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 키워왔겠죠.

때로 시간은 사람을 참 무디게 만들어버립니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결코 현재의 만족 속에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좋은 기억을 퇴색시켜버리고, 무덤덤한 감정으로 만들어버리죠. 처음 가졌던 마음을 무색하리만치 의미 없고 부질없고 무덤덤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잔인합니다, 시간은.

상대를 아꼈던 마음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는 이성적으로 냉정해지게 됩니다. 끝을 향해 가고 있는 마음인거죠. 되돌아 볼 가치는 있지만 깊은 의미를 남겨 둘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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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챙겨야 할 마음들이 좀 많은가요? 무뎌지는 것은 무뎌지는 대로 붙잡지 말고 내버려 두세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그냥 흐름에 내 맡기세요. 설령 마음이 좀 다쳤다 손치더라도, 안타깝지만 무뎌진 마음을 원망하진 마세요. 누가 의도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지나온 시간이, 스쳤던 순간이, 주어진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여기까지 왔을 뿐이에요. 잠깐 묶어 둔 그 마음도 시간이 더 지나면 괜찮아질 테지요. 분명하게요. 모진 시간들은 언제나 냉정하게 그리 일을 해결해왔으니까요.

오히려 고마워해야죠.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도록 여기까지 천천히 이끌어준 것이니까요. 기뻐해야죠. 조금씩 무뎌져서 덜 아플 수 있게 감정의 면역력을 키워준 것이니까요. 마음을 서서히 갈무리하세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좀 더 가지려 애써보세요. 그러면 갈무리한 그 마음에 기쁨이 남아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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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조금은 의미가 남았지요? 영 부질없는 일은 아니지요? 조금은 덜 속상하지 않나요? 살짝 위로가 되지 않았나요? 다쳤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조금 더 단단해진 거예요. 두꺼운 겉옷을 한 벌 더 걸친 것 뿐 입니다. 부디, 마음 단단해지세요. 미풍에도 흔들릴 수 있는 여린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요. 시간 속에 좀 더 내버려두세요. 조금만 더요.

마음이 울고 있다고 해도 부디, 그 마음에 붙잡히지 마세요. 우는 마음은 우는 대로 내버려 두세요. 아플 수 있는 것도 때론 행복입니다. 차라리 행복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하물며 얻은 그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스쳐지나가는 인연에 연연해하지 마세요. 부질없는 일들에 의미부여 하느라 시간낭비 하지 마세요. 잊혀 진 것은 그것들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래진 기억이라 할지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다만 마음속 깊은 곳에, 한 줌 소중함으로만 묻어두세요!

이은숙 칼럼니스트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초등학교 사서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일상에세이를 착실하게 써나가고 있으며, 한국강사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수상경력으로 다산책방에서 공모한 ‘나라사랑愛독후감대회’ 장려상이 있으며, 저서로는 <내가 나를 안아주고 싶은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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