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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신동국 칼럼니스트]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늦은 오후, 단골 식당에 갔다가 주인과 말동무를 하게 되었다. “사장님, 저 옆에 큰 식당이 개업했던데 신경 쓰이시겠어요.” 식당 주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식당, 오래 못 갈 겁니다.” 속으로는 이 양반이 무슨 악담을 이렇게 심하게 하나 생각하면서 물었다. “아니, 왜요?” 개업 인사를 하러 온 식당 주인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 사람, 아직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습디다. ‘나, 이런 거 할 사람 아닌데’하는 의식이 몸에 배어 있습디다. 그거 잘 안 빠집니다. 그거 안 빼면 저 식당 오래 못 갑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마솥 앞에 하루 종일 있으면 쉴 새 없이 땀이 흘러내립니다. 그런 땀에 전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어야 성공합니다. 뼛속까지 사업가가 되어야 성공합니다.” ‘그렇구나, 다 버려야 하는구나’하는 큰 교훈을 얻었다. 몇 달 후 그 식당은 정말 문을 닫았다.

나에게도 가슴이 뛰고 피가 끓는 꿈과 목표가 생기고 나니, 참으로 행복했다. 3년 뒤, 5년 뒤 변해 있을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 꼭 해내고 싶었다. 그러려면 당장 시급한 것이 월급쟁이 마인드를 지우는 것이었다. 그걸 지우고 사업가의 마인드로 무장하니 밑바닥부터 박박 길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강의를 하려고 한창 준비 중이던 어느 날이었다. 서점에 갔다가 집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그래서 동네 슈퍼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잠시 서 있었는데, 우연히 그 슈퍼의 영업시간을 알리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Open 오전 6시, Close 오후 11시.’

나는 둔기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 슈퍼는 언뜻 보기에도 장사가 썩 잘되는 곳은 아니었다. 아마 잘해야 한 달에 200만 원이나 벌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사업 원칙을 가지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고 있었다. ‘아, 이것이 바로 사업가적인 마인드구나’ 하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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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도 하나의 비즈니스다. 동네 슈퍼보다 더 큰 비즈니스다. 그런데 나는 동네 슈퍼에도 있는 사업 원칙조차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도 6시 땡 치면 퇴근하려고 했던 나 자신이 한심했다. 아직도 월급쟁이 근성을 버리지 못했다니,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사업 원칙을 만들었다. ‘근무 시간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목표는 죽기 살기로 지킨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뼛속까지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자본금이 1억 원 들어간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나는 힘든 일, 험한 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많을수록 더 많이 배울 수 있기에, 오히려 고마운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내 나이와 회사 다닐 때 직책은 잊은 지 오래였다.

예전에 애주가였던 내가 자주 가던 단골 술집이 있었다. 그 술집 사장은 새로운 안주를 개발할 때마다 나를 초대해서 시식을 권했다. 그러고는 내 품평을 꼼꼼히 메모했다가 재료를 넣거나 빼기를 반복해서 최고의 안주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 술집은 늘 손님으로 북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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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의에도 그 술집 사장의 경영 방식을 도입했다. “아무 조건 없이 강의를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

초기에 이런 전화를 수도 없이 했다. 나이가 한참 어린 담당자에게 연신 굽실거렸다. 선뜻 받아들이는 곳도 있었지만, 색안경을 끼고 거절하는 곳도 많았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무료로 강의를 해주겠다는데도 나를 ‘을(乙)’로 대했다. 서운함을 넘어 자존심이 상했다. 얼마나 정성과 혼을 담은 교안인데.

그렇지만 나는 거절당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매달렸다. 나는 꼭 품평을 들어야만 했다. 검증을 받을 필요도 있었다. 강의에 관한 실전 감각도 키워야 했다. 그래야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고품질의 강의가 탄생한다고 믿었다. 반응이 좋으면, 처음에는 자존심을 박박 긁어놨던 담당자들이 주변에 나를 추천해주었다.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면 정성들여 만든 교안이 창고에 처박힌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 출처 : <하고 싶다 명강의 되고 싶다 명강사(끌리는책,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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