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이종복, 이하 한국서련)가 다가오는 서점의 날(매년 11월 11일)을 앞두고, 제3회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작가’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한국서련은 지난 5월 31일부터 7월 14일까지 전국 서점인들에게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작가’를 추천 받았다. 추천 수와 추천 기준을 토대로 1차 후보를 선정한 후 서점계, 출판계, 독서운동계의 저명 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활발한 토론을 거친 후 최종 선정했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은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가진 도서 중 전국 시민들에게 소개․보급함으로 서점인들의 긍지와 가치를 전달 할 수 있는 양서를,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는 올해 출판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 작가나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임 작가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서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양질의 책과 작가로, 점차 인지도와 파급력이 높아지고 있다.

선정된 책과 작가는 오는 11월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점의 날 기념식’에서 시상하고, 각 지역 서점에서 특별 코너를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 문학 분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길원옥 할머니의 인터뷰에 기반한 증언 소설인 김숨 작가의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현대문학)가 선정됐다. 열세 살 때 공장에 취업해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가 된 길원옥 할머니는 일흔한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여러 화제작을 제치고 굳이 이 소설을 선정한 것은 소설 속에서 담담하게 털어놓은 길원옥 할머니의 일생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 갈등의 국면에서 우리가 진정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안겨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아동·청소년 분야는 황영미 작가의 장편소설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문학동네)로 결정됐다.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첫날부터 아이들이 겪게 되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너무 생생하게 그렸다.

비공개 블로그 ‘체리새우’에 속마음을 털어놓던 다현은 블로그를 전체 공개로 전환하며 “그래, 나 진지충이다. 어쩌라고!” 라고 외친다. 이 외침이 힘든 관계 속에서 길을 잃고 흔들리는 아이들에게 큰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이야기여서 쉽게 결정됐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 인문·정치·사회·역사 분야에서는 김영민 서울대 교수의『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어크로스)가 선정됐다. 김영민 서울대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두 번씩 죽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정의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삶의 의미가 사라졌을 때”의 ‘사회적 죽음’과 “자신의 장기가 더 이상 삶에 협조하기를 거부할 때”의 ‘육체적 죽음’이다.

모든 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수명은 전례 없이 연장되고 있다. 김 교수는 그것을 “사회적 죽음과 육체적 죽음 사이의 길고 긴 연옥 상태”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미리(아침에) 잘 죽는 것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경제·경영·과학 분야에서는 평범한 직장인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웨일북)가 선정됐다. 2007년에 CJ그룹에 입사해 2012년 CJ인재원에서 신입사원 입문교육 등을 담당하다가 지금은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임홍택은 ‘9급 공무원 세대’를 주제로 카카오 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 글들을 출판사 웨일북에 투고해 2018년 11월에 책이 출간되었는데 올해 비소설 분야의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저자가 신입사원 입문교육 등을 담당하며 겪은 90년대생들의 재기와 그 재기의 발랄함이 잘 드러난 이 책은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실용·예술·어학·자기계발 분야에서는 오랜 기간 사진전문기자로 일해온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동아시아)이 선정됐다. 저자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했다’라는 기록은 SNS의 필수 요소입니다. 핸드폰 사진은 찍는 행위를 넘어서 소통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로 인해 ‘사진 인류’가 탄생한 겁니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핸드폰으로 일상의 모습을 툭툭 찍어 모아 놓았던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사진 인류’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에게 한 전범을 제시한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만으로도 뛰어난 작가로 평가 받는 조정래 작가는 이후에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꾸준히 화제작을 발표해왔다. 그는 올해 출간된 『천년의 질문』(전3권, 해냄)에서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 모두는 그 질문을 다시 곱씹어보아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소설은 그 많던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침체된 문학시장에서 유일하게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따라서 올해의 작가로 조정래 작가를 선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아무런 이의도 제기되지 않았다.

심사위원장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동네서점의 역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서점의 가치가 새로 발견되고 있는 것은 큐레이션의 힘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적응하기 위해 국내 서점들도 연대해 큐레이션을 통해 가능성을 열어가기 시작했다"며 "독자와 호흡을 함께 하는 서점인들이 연대해 결정하는 이 사업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최고의 큐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큐레이션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고 실제로 서점들이 연대해 큐레이션으로 서점진열을 하는 일이 늘어나서인지 예년보다 추천작의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서점의 날(11월 11일)’은 한자 ‘책(冊)’자의 모양을 본 따 제정한 날로, 서점과 함께 하는 즐거운 책 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서련은 ‘서점의 날’을 앞두고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작가’ 선정 뿐만 아니라 ‘서점의 날 콘퍼런스’, 지역서점 이벤트 ‘어디가書 동네서점가書’, ‘작가, 서점 주인이 되다’, 서점인 상・우수 조합상・표창장 시상, 월별 퀴즈 이벤트 등의 행사가 마련했다.

서점의 날 홈페이지에서는 서점과 독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보다 자세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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