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막상 아이가 둘이 되니 너무 힘들어 두 아이 모두에게 아무것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그동안 읽은 육아서며, 첫아이 때 구입한 책, 카드, 교구도 아무 쓸모가 없었다.

첫째는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질투하며 퇴행했다. 나는 독차지하던 사랑을 동생과 나누게 된 첫째의 마음을 살펴주지 못했고, 그럴수록 더욱 엇나간 아이는 온갖 사고를 치면서 나를 힘들게 했다. 책 읽는 풍경은 고사하고, 축구공이 아직 치우지 않은 밥상 위로 날아와 그릇을 깨트리는 풍경이 일상인 집이 되고 말았다.

그 무렵 우리집엔 깨지는 게 참 많기도 했다. 그릇이야 부지기수로 깨졌고, 높은 곳에 달려 있는 전등도 여러 번 깨졌다. 한번은 아이가 테니스공을 던져서 새시의 유리가 깨지기도 했다. 책 읽기 좋아하는 차분한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내 바람과는 반대로, 우리 아이들은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사내아이들로 자라고 있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그냥 건강한 아이들이었다. 운동 좋아하고 밥 먹기 싫어하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 말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특정한 모습이 있었기에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실망하고 상처 입었던 것뿐이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언니의 권유로 한동안 치워두었던 책을 다시 펼치면서 그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재운 밤중에 울면서 책을 읽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나를 울게 하는 책을 찾아 읽었다. 충분히 울지 못하면 늘 머리가 아팠고, 많은 눈물을 쏟고 나야 그나마 속이 좀 후련해졌다. 책을 읽는 이유가 정보를 얻거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울기 위해서’일 정도였다. 하지만 눈물에도 ‘총량’이 있는 것인지, 한동안 울기만 했더니 더이상 눈물이 나지 않았다.

점점 울음이 잦아들고, 자연스레 책 속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울리는’ 책이 아니라 다른 책에도 눈을 돌리게 된 것은 그 무렵이다. 역설적으로 그러면서 내가 왜 이리 울고 싶은 건지, 지금 나를 울게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웨인 다이어의 『모든 아이는 무한계 인간이다』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을 때였다.

“아이는 현재로도 완벽하므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가끔 부모가 이 사실을 잊기 때문에 아이를 다그치고 부모가 원하는 틀 속에 아이를 맞추는 잘못을 범한다. 부모는 아이를 완전한 존재로 인정하고, 너는 이미 훌륭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어야 한다. 아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를 비난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인정으로 인해 아이는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고 언제든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 내가 아이에게 바랐던 영재는 사실 내가 되고 싶었던 거였구나. 내가 유능하게 살고 내가 무한계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거구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너무 싫어하고 있었던 거였다.

나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내 아이들은 나와 달랐으면 하는 소망을 품었다. 그런데 내 소망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낳아 나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어떻게 나와 다르게 클 수 있겠는가. 목표 자체가 잘못 설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목표를 수정했다.

‘나와 같은 아이를 키우겠다.’

나와 같은 아이를 키우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공부도 못하고 바보 같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돈도 벌 줄 모르는 무능한 엄마에서, 지혜롭고 판단력이 뛰어나고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돈도 잘 버는 유능한 엄마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나는 못났으니 내 자식만큼은 잘 키워보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내가 잘났으니 내 아이들도 나를 보고 훌륭하게 자랄 거라고 믿는 것이었다. 나는 달라져야 했다. 그래서 달라진 나와 같은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사랑은 없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같은 관계와 사랑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모든 일이 나의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편 덕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남편이 많은 것을 해주길 원했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 기대했다. 내가 원하는 틀에 남편을 가둬놓고 그것만을 원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화를 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나는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처럼 살지 못하는 신혼생활에 실망했다. 하지만 내가 달라진다면, 더 이상 남편에게 기댈 일도 실망할 일도 없을 터였다. 모든 것이 내게 달려 있었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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