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화학은 물질을 다루는 학문이다!”

화학은 변화되는 과정을 다루는 변화의 학문이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미스터리가 생기기도 한다. 우리는 무기물이 어찌하여 유기물이 되어서 우리 같은 생명체가 되었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우리는 10억 분의 1m인 나노 단위까지는 볼 수 있지만 더 작은 세계의 비밀을 아직 모른다.

주기율표상의 빈 공간을 채울 또 다른 원소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세상의 수많은 미스터리를 푸는 데 화학이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믿고 있다. 화학은 변화의 학문, 가능성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화학이라는 학문의 중요성과 현주소를 알 수 있는 계기 : 화학은 원래 과학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었다. 17세기 과학혁명이 태동하던 시절에는 화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과학자들은 동시에 화학자이기도 했다. 연금술에 몰두하기도 했던 뉴턴의 이야기는 유명하며, 라부아지에와 돌턴, 아보가드로 등의 화학자는 익히 명성을 떨친 과학자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화학과와 화학공학과가 이과계열 최고 인기였던 적이 있었다. 미래는 화학에 달려 있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인공 지능이나 코딩 등에 관심을 두기에 화학은 자칫 ‘전망 없는’ 학문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화학에서 인공지능이나 뇌과학, 유전자가위나 코딩 따위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미래를 여는 놀라운 미래 학문, 화학 : 하지만 화학은 수많은 미래 학문과 연결되어 있다. 미래에너지, 수소·전기자동차, 양자역학(물리화학), 빅데이터(계산화학), 미래의약품, 인공근육, 첨단소재, 나노, 반도체 등이 모두 화학이 다루는 분야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 뇌의 비밀과 인체의 비밀을 제대로 알려면 분자 단위를 다루는 화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화학 단어는 일상에서 아주 쉽게 쓰이기도 한다. 자주 사용하는 ‘저 사람과 내가 케미가 있다’라는 말은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화학적 반응을 한다는 의미의 케미는, 당연히 케미스트리(화학)에서 나온 말이다.

화학은 우리 생활과 뚝 떨어져서 과학자들에게 학문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학문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라는 걸 이 책 『화학의 미스터리(반니, 2019)』를 통해 알게 되길 희망한다.

이 책은 총 10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강은 에너지와 엔트로피다. 세상은 무엇으로 굴러갈까?’에서는 김성근 교수가 모든 것에서 에너지 변화와 엔트로피 변화가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즉 식물이 묘목에서 출발해서 큰 나무가 되었다가 쇠잔하게 되는 과정과 같다.

모든 화학적 변화를 수반하는 에너지와 엔트로피가 각각 안정과 혼돈을 표현하면서 이들 사이의 균형이 화학 평형과 반응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제2강 ‘세상을 만드는 원자는 동그랄까, 길쭉할까, 우글쭈글할까?’에서는 이영민 교수가 양자화학에 대해 설명한다.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루고, 이러한 분자들이 모여 물질 세상을 만든다. 화학은 이러한 물질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 원리를 제공하며, 원자나 분자와 같은 작은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 역학 원리의 적용이 필수적이다. 이런 양자 역학 개념을 쉽게 설명해준다.

제3강 ‘변화와 다양성: 주기율표의 탄생과 화학의 역사’에서는 김경택 교수가 화학사의 숨어 있는 뒷이야기와 학창시절부터 익숙한 주기율표에 대해 설명한다. 원소의 발견과 이해, 원자의 구성과 원자들의 화학 결합에 대한 역사적 발견들과 주기율표로 정리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제4강 ‘화학반응의 바늘과 실: 전자와 양성자’에서는 정택동 교수가 전자와 양성자의 거동, 전기화학에 대한 것을 다루면서 전기자동차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모든 환경과 미래까지를 설명한다. 화학을 배우면 산과 염기를 만나고 산화 환원이 등장하는데, 화학의 가장 기본이기도 하다. 또한 바늘과 실처럼 함께 따라다니는 전자와 양성자를 설명한다.

제5강 ‘분자운동과 화학반응, 그 역동의 세계’에서는 윤완수 교수가 분자운동과 화학반응을 설명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작은 것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장엄하기도 한 사건들이 우리의 삶과 일상을 늘 가득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6강 ‘눈으로 보는 분자 1개의 화학’에서는 김유수 교수가 눈으로 보는 분자 하나하나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을 설명한다. 물질의 표면은 분자와 원자가 저마다의 원칙을 갖고 배열되어 있고, 그 미시적인 구조가 화학반응과 기능과 성질을 규정짓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7강 ‘분자 관람: 공학의 미학’에서는 이동환 교수가 '공학(空學)의 미학'을 주제로 설명한다. 화학은 공간의 학문이어서 아는 만큼 더 보인다. 패턴 속에 감추어진 규칙과 변칙을 찾다보면 모르고 지나쳤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제8강 ‘나노: 우리의 미래’에서는 이광렬 교수가 우리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작은 세계, 나노에 관해 설명한다. 나노미터는 얼마나 작은지, 나노물질을 볼 수 있는 현미경과 물질이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지면 어떤 새로운 성질이 생겨나는지 등을 알려준다.

제9강 ‘단백질 구조 예측: 분자세계 게임의 법칙을 찾아서’에서는 석차옥 교수가 컴퓨터를 이용해서 화학을 얼마나 멋지게, 그것도 단백질이라는 굉장히 도전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게임의 법칙을 들어 설명한다.

제10강 ‘화학적 감각: 냄새, 맛의 정체는 무엇인가?’에서는 박태현 교수가 맛과 냄새의 정체에 대해서 설명한다. 인간이 가진 다섯 가지의 주요 감각인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가운데 시각, 청각, 촉각은 물리적 감각이지만, 나머지 두 감각인 후각, 미각은 화학적 감각이다. 이 두 화학적 감각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한편 카오스재단은 ‘과학, 지식, 나눔’을 모토로 대중이 과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즐기게끔 노력하는 단체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선정된 과학 주제로 10회에 걸쳐 강연한다. 2015년 상반기 주제 ‘기원’을 시작으로, ‘빛’, ‘뇌’, ‘지구’, ‘물질에서 생명으로’, ‘미래과학’, ‘수학’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렉처 사이언스 KAOS’ 여덟 번째 책은 『화학의 미스터리』다. 엔트로피, 주기율표와 분자운동, 분자 관람 그리고 나노, 단백질 구조예측까지 미래를 위한 화학 특강이다. 미래에너지, 수소·전기자동차, 양자역학(물리화학), 빅데이터(계산화학), 미래의약품, 인공근육, 첨단소재, 나노, 반도체 등 우리 미래를 판가름할 다양한 것들에 화학이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카오스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10개 강연을 모은 이 강연집은 화학이라는 학문의 중요성과 현주소를 알기에 좋은 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