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희가 말하는 행복한 결혼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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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조지희 칼럼니스트] 결혼만 천 쌍 이상 시켰나보다. 천국을 333번 가볼 티켓을 확보해도 결혼시킨 족족 행복할거라고는 말 못하겠다.

대표적 케이스가 A씨다. A씨의 어머니는 그 시절 꼿꼿한 의사 아버지에 의사 오빠, 의사 형부를 둔 본투비 의사집안 출신으로 당신 역시 의사 사위 한번 보자 싶어 딸내미가 22살 꽃 다운 시절부터 한 바퀴 돌아 서른이 넘도록 의사만 주구장창 소개했고 어머니 표현대로라면 걸려도 몇 번을 걸렸을 텐데 이상하게도 연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따님 A씨를 한번 만나자 했다. 착하고 다소곳하고 연애 한번 못해본 숙맥이라고 전해들은 A씨는 이런 얘기를 했다.

"연애 한번 못 해본 건 맞는데요. 근데 제가 이게. 뭔지를 모르겠어요."

A씨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네 남편은 의사라는 얘기를 하도 들어 “김의사야? 박의사야?” 의사가 이름인줄 알았단다. 어머니 말씀대로 학생 때부터 면접인양 선봤고 그 시절 잘해주던 동아리 오빠는 선보러 몰래 나갈 때마다 어디로 맨날 사라지냐며 자기 꿈이 사설탐정이라고 되도 안한 소리하다 친해져 이제껏 선 볼 때마다 데려다주고 데려다오길 10여년이란다. 이제 그 오빠가 없으면 아주 많이 허전할거 같은데 어찌해야 하냐며 이 감정이 뭐냐 되레 묻는다.

좋아하는 마음이 좋아하는 마음인지 모르고 사랑이 사랑인지 모르는 홍길동들이 도처에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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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랴, 여교사와 예쁜 여성 중 누굴 만나야 할까요? 개룡남 스타일의 대기업맨 ‘A’와 직업은 별 볼일 없지만 결혼할 때 집에서 3억 지원해준다는 ‘B’ 중 누구랑 결혼해야 행복할까요? 이런 상담 메일이 심심찮게 도착하는걸 보니 미아리 고개에 돗자리 깔아야할 판이다.

자, 정리해보자. A씨는 결국 한집 건너 한집인 동네병원 페이닥터와 결혼했다. 어머니는 결혼식 내내 입 꼬리가 올라가있었지만 A씨의 입 꼬리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쯤 A씨는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연희(엄정화분)처럼 못 다한 사랑을 안주 삼아 와인이든 막걸리든 삼켰다 뱉었다 할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A씨는 떠났다. 이제 당신 차례다.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하는가. 이 질문을 결혼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드리겠다. 더불어 잠 안 오는 어느 날 맥주 한 캔 까놓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과 잘 맞는가, 결혼생활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가, 추구하는 삶은 어떤 삶인가. 어떤 경우에 화가 나며 어떤 방식으로 푸는가, 콤플렉스는 무엇인가, 어느 정도의 스펙을 원하는가, 아이는 언제쯤 가질 예정이며 출산 후 직장생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육아는 누구 손을 빌려야하는지, 전세로 살지 월세로 살지 내 집 장만은 언제쯤 가능한지, 연금, 보험에 관한 계획은 어떠한지.

자기 민낯 한번 까보자. 그래서 속내를 알았다면 그에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될 일이다. 존경할만한 사람이 좋아요, 성격 좋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라는 소리로 자기도 상대도 헷갈리게 하지 말고 스스로에게만큼은 솔직해지자. 그리고 운이 좋아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의 생각도 넌지시 물어보자. 자기는 어떤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 어떤 배우자를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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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닥치고 결혼은 닥치고 삼가하자. 이혼의 첫째 원인이 성격차이인데는 이유가 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강의할 때마다 상담할 때마다 모임갈 때마다 고해성사하듯 이혼사실을 고백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물어보면 이유는 하나다. 결혼을 정말 ‘대충’한다.

선본지 석 달 만에 이만한 남자 없을 것 같아 결혼하고 아버지 은퇴가 낼모레라 축의금 회수하러 결혼하고 아버지 건강도 하필 낼모레라 효도하러 결혼하고 남친 여친 바람피워 복수하러 결혼하고 타인 시선이 불편해 개중 나은 사람 골라 결혼하고 블라블라블라.

대충 결혼하면 대충 결론난다. 이치가 그렇다. 시간이 담보해주는 가치가 있다. 그 보석과도 같은 가치를 캐는 게 사람 보는 눈이다.

요새는 남자도 스펙보고 여자도 인물 본다. TV 뉴스를 보니 남자든 여자든 정규직일 경우 결혼 확률 4.6배 뛰고 자기소유 아파트 보유 시 결혼 확률 7.2배 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계산적이고 자기 이익 우선하고 속물 덩어리처럼 보여도 인당수에 몸 던지는 심청이가 아닌 한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사람 별로 없다. 이상형에 안 맞아도 홀딱 반해 정주고 맘 주고 정신 못 차리고 연애하다 속절없이 결혼하는 게 사람이고 사랑이다.

그러니 결혼 전 두 가지만 기억하자.

하나, 나는 나를 제대로 아는가. 나는 너를 제대로 아는가.

둘, 시간이 주는 가치를 믿자.

그러니 닥치고 결혼, 닥치고 하지 말자.

※ 출처 : 국민연금공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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