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최종엽 칼럼니스트] 나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였다. 그러니 『논어(論語)』와 같은 고전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나름 21세기 첨단을 걷는 반도체 직장인이었던 나에게는 ‘『논어』와 같은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직장인으로서 고민은 많았다. 요즘보다는 좀 수월했겠지만, 그래도 어렵고 치열한 관문을 넘어 취업을 했는데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예상을 못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입사 전과는 차원이 다른 본격적인 레드오션의 삶이 시작되었다.

해결해야만 하는 수없이 많은 문제가 쉴 새 없이 터지고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인간관계가 상하좌우로 계속되었다. 바윗덩어리 같은 목표의 압력이 매월 반복되었고, 승진에서 한 번 누락했을 때는 이직과 전직 사이에서 혼돈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누구에게 속 시원히 터놓고 말하기도 어렵고, 밀물처럼 다가오는 갈등 속에서 고민하는 일이 많아지기만 했다.

시간이 무의미하고 마음이 흔들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이 없음을 하소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늘 변화를 말했지만 정작 변화가 거북스러웠다. 인생의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성취 과정이 있다면 어떤 과정이 있는지 막막했다.

과장, 부장 승진은 했지만 진정한 리더십을 사이에 두고 늘 갈등해야만 했다. 상사로서의 훌륭한 매너나 인간관계의 비법에 대한 갈증이 끊이지를 않았다. 힘들고 피곤한 삶에 핑계를 대고 싶었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을 때가 너무도 많았다. 20여 년 직장 생활을 마치고 40대 중반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나올 때는 입사 전보다도 훨씬 어두운 터널을 들어가고 있었다.

퇴직 후 쉰 살이 넘어서 우연한 기회에 『논어』를 알게 되었다. 잠실 석촌호수를 산책하면서 천자문을 외웠고, 상일동 고덕천변을 걸으면서 『논어』를 외웠다. 나무젓가락에 먹물을 찍어 『논어』를 썼다. 『논어』의 다양한 어구를 활용하여 강연장에 모인 청중들에게 『논어』 복점(福占)도 쳐주었다.

모두를 맞히는 것은 아니지만 열에 아홉은 점괘에 만족을 했다. 나는 『논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다. 아직도 『논어』 498장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제법 즐겨 쓰는 어구가 꽤 생기면서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논어』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 거였어? 어렵지 않네!” 『논어』 강연을 마치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논어』는 시간을 초월해 우리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면서도 깊은 지혜를 준다. 『논어』 그 대다수의 어구가 춘추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오늘에 견주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인간의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최첨단 스마트 폰을 쓴다고 인간 삶의 기본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논어』는 어렵지 않은 어구이면서도, 간결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력을 가진 문장들이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변화의 동력을,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학습의 동력을, 리더십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리더십의 동력을, 관계에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관계의 동력을, 세상을 탓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세상과 함께 갈 수 있는 동력을 가능하게 해주는 지혜가 담긴 명문들이다.

전공자가 아니고서 성리학(性理學)을 공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논어』는 그렇지 않다. 『논어』는 성리학처럼 어려운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어』는 공자와 제자 한두 사람 간에 오갔던 따뜻하고 인간적이면서도 따끔한 스승의 조언이기 때문이다. 엔지니어였던 필자가 『논어』를 나름 이해했다면 이 세상 그 누구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 참고자료 : 『일하는 나에게 논어가 답하다(한스미디어, 2016)』

 

최종엽 칼럼니스트는 한양대학교 인재개발교육 석사, 평생학습 박사를 수료했다. 삼성전자㈜ 인사과장, 경영혁신차장, PA부장으로 일한 후 현재 잡솔루션코리아와 카이로스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인문학 강사, 공공기관 전문면접관으로도 활동하며 연간 100회 이상의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논어> 특강은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강사경연대회 금상수상, 대한민국명강사(209호)로 위촉되었고, MBC ‘TV특강’, KBC ‘화통’등 여러 방송매체에서 강연 한 바 있다.

저서로는 『강사트렌드 코리아2020』(공저), 『원려, 멀리 내다보는 삶』 , 『논어 직장인의 미래를 논하다』, 『블루타임』, 『사람예찬』(공저), 『서른살 진짜 내인생에 미쳐라』, 『나이아가라에 맞서라』, 『미국특보 1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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