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내 아이를 나와 같은 아이로 키우겠다고, 나부터 달라지겠다고 결심한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를 더 선언했다. ‘나는 더 이상 가난하게 살지 않겠다.’라고. 단순히 물질적으로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물론 돈을 벌어서 경제적으로 자립해 당당하게 생활하고픈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더해 정신적으로도 풍족하게, 심적으로도 넉넉하게 살겠다는 다짐이었다. 돈이 없는데 마음이 너그럽기 쉽지 않고, 마음이 궁핍한데 돈이 있다고 행복할 리 없었다. 나는 몸도 마음도 부자로 살고 싶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나는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여유로운 사람, 부자가 되기로 했다. 몸도 마음도 부자인 사람, ‘부자엄마’가 되기로 했다. 왜 책이었냐 하면, 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늘 중요한 순간마다 책을 펼쳤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재테크에 실패했을 때, 무기력의 수렁에 빠졌을 때, 자의든 타의든 늘 책을 읽었다. 기대고 의지할 것이 오직 책뿐이었기 때문이다. 스물넷의 나이에 일찍 결혼한 탓에 대부분 미혼이었던 친구들은 독박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주변 어른들은 ‘다 그렇게 사는 거야. 너만 힘든 거 아니야’라며 오히려 나를 다그치기 일쑤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입덧이 심해 친정에서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이 좀처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광주 상갓집에서 밤을 새운다고 했었고, 평소에도 술만 마시면 전화를 안 받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새벽까지 연락이 닿지 않으니 슬슬 온갖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를 임신하고 한참 예민하던 시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당시 통신사가 제공하던 ‘친구찾기’ 서비스로 남편의 위치를 보았는데, 광주가 아니라 대전 근교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상갓집에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씩씩대는데, 우리 부모님은 혀를 끌끌 차며 “한 서방이 어린 나이에 장가 와서 얼마나 놀고 싶으면 거짓말까지 했겠냐”고 사위 편을 들어주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화난 나를 다독이려는 생각이셨겠지만, 나로서는 친정 부모님마저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황이 야속하고 서러웠다.

하지만 책은 달랐다. 책은 내 울음을 묵묵히 들어줬고, 내 분노와 짜증에도 화내지 않았으며, 내가 필요한 위로와 조언을 적재적소에 들려주었다. 그러니 책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책은 내게 ‘나’를 생각할 시간, 나를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주는 수단이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그의 사정을 헤아리고, 그의 이야기에 피드백을 줘야 했지만, 책과 나누는 대화는 철저히 ‘이기적’일 수 있었다. 내 입장만 생각하고 내 상황만 고려하면서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나에게 대입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정서적으로 풍족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책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기 위한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도 역시 책만 한 것이 없었다. 물론 알짜 정보만 쏙쏙 뽑아놓은 재테크 강의를 찾아듣거나 재테크로 성공한 사람을 만나 직접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른 지름길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돈도 시간도 없는 전업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프라인 강의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참석하기가 어려웠고, 온라인 강의는 마음먹고 컴퓨터를 켰다가도 갑자기 들려오는 ‘쨍그랑’ 소리나 아이의 울음소리에 후다닥 달려가야 하는 일이 빈번했다. 책은 시간이 나면 ‘컴퓨터 부팅’ 같은 준비 시간 없이도 바로 펼쳐들 수 있었고, 또 일이 생기면 그대로 덮었다가 다시 펼치면 그만이었다.

무엇보다 책은 내가 원하는 정보를 내가 원하는 대로 찾아 읽을 수 있었다. 강의자가 전달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취해야 하는 강의와 달리, 내가 바라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또 책은 공짜였다. 도서관에는 수천수만 권의 ‘공짜’ 책들이 갖춰져 있었고, 나는 관심이 끌리는 대로 구미가 당기는 대로 빌려서 읽고 반납하면 되었다. 그야말로 책은 돈도 시간도 없는 엄마들에게 최고의 독학 수단이었던 것이다.

돈 되는 독서, 인생을 바꾸는 독서, ‘북테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책으로 인생을 바꿔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순간순간 필요에 따라 책을 집어들었다면, 이제는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뚜렷한 목표를 세운 후 그 방법으로 독서를 택한 것이었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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