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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한상형 칼럼니스트] 빗을 생산하는 공장에 4명의 영업사원이 있었다. 사장은 이들에게 절에 가서 스님들에게 빗을 팔 것을 지시했다. 똑같은 상황에서 4명의 영업사원이 취한 행동은 다양했다. 첫 번째 영업사원은 빈손으로 돌아와서 절에 있는 스님들은 모두 빡빡머리여서 빗이 필요 없더라고 했다. 두 번째 영업사원은 수십 자루를 팔고 왔다. 스님들이 비록 빡빡머리이긴 하나 수시로 머리를 빗으로 눌러주면 혈액 순환이 잘 되어 장수할 수 있다고 설득시켰다는 것이다. 세 번째 영업사원은 수완이 더 좋았는데 단번에 몇 백 자루나 팔았다. 그는 주지스님에게 참배객들이 향을 태우다보면 머리에 향의 재가 가득 묻게 된다고 했다. 이 때 절에서 빗을 준비해두었다가 그들에게 주면 참배객들은 고맙게 생각하며 더 자주 절을 찾을 것이라 했다는 것이다. 네 번째 영업사원은 대량 주문을 받아서 돌아왔다. 그는 참배객들에게 빗을 기념품으로 판매하자고 했다. 빗의 한 면에는 참배객들이 좋아하는 연꽃을 새겨 넣고 다른 한 면은 ‘길선吉善빗’이라 새겨 넣으면 절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설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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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들은 모두 똑같은 상황이었다. 첫 번째 영업사원은 빗을 머리 빗는 도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빗을 하나도 팔지 못했다. 두 번째 영업사원은 빗을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기구라고 생각을 확장했다. 그래서 수십 자루를 팔 수 있었다. 세 번째 영업사원은 빗을 이용하는 주체를 ‘스님’에서 ‘참배객’으로 확장했다. 그래서 수백 자루를 팔 수 있었다. 네 번째 영업사원은 ‘빗은 머리를 빗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완전히 벗어나 ‘빗은 절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념품’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했다. 그래서 대량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세 명의 영업사원은 창의적으로 사고했으며, 모두 다른 방식으로 행동했기에 판매 결과도 달랐다. 결과는 달랐지만 세 명 모두 빗을 팔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절의 상황을 관찰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은 같다.

일본 도쿠시마 현에 위치한 가미카쓰라는 마을은 산림으로 둘러싸인 작은 두메산골이다. 다른 나라로부터 값싼 목재들이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임업이 위기를 맞았다. 마을의 젊은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났고, 결국 마을에는 나이 들고 몸이 약해진 노인들만 남게 되었다. 극심한 인구감소와 고령화현상은 나날이 심해져서 마침내 폐촌의 위기까지 감돌았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딘 마을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연간 40억 원을 벌어들이는 부자 마을로 바뀌었으며, 노인들만 살고 있던 이 마을로 타지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찾아오기까지 했다. 게다가 해외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과연 이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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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카쓰 마을을 ‘놀라운 기적의 마을’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나뭇잎이었다. 어느 날 농업협동조합의 한 직원이 아주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마을 주민들이 나뭇잎을 따서 음식점에 팔자는 아이디어였다. 오사카의 한 초밥 집에서 음식에 딸려 나온 낙엽을 손수건에 곱게 싸서 가방에 넣는 여대생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했다. 나뭇잎을 팔아 돈을 벌자는 황당한 아이디어를 처음 접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누가 거리에 널려있는 흔한 나뭇잎을 돈을 주고 사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농협 직원은 포기하지 않고 발품을 팔아 전국의 음식점들마다 나뭇잎의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결국 ‘나뭇잎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로도리’라는 기업을 세워 고급 요리용 장식소재로 쓰이는 나뭇잎인 소나무와 동백나무 잎을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전했지만, 음식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제품을 내놓으면서 수요는 조금씩 늘어났다. 점점 더 많은 주민들이 나뭇잎 따기에 나서며 사업은 번창했다.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에서 나뭇잎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 마을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농협 직원이 그 가치에 주목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자신이 생활하는 삶의 터전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숨은 장점을 발견한 덕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사소하거나 흔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하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 안에서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 초밥 요리에 쓰이는 나뭇잎만을 특화해 도쿄 긴자의 유명 음식점에 독점 공급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가미카쓰 마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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