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카페 운영 2년차 사장님들을 만나다

[한국강사신문 진가록 기자] 부산 도심 한 가운데인 전포동 카페거리에 ‘밭’이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가 있다. 사장님이 아니라, 자칭 ‘농부’들이 운영하는 카페의 한쪽 구석에는 당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는 ‘당근 빙수’, ‘당근 주스’, ‘밭 카스’, ‘밭 슈페너’ 등 텃밭이 떠오르는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당근 착즙 주스나, 사과와 케일이 섞인 ‘밭 카스’는 몰라서 안 시킬 수는 있지만, 맛보고 나서 남길 수 없는 건강한 맛을 자랑한다. 손쉽게 달달하고 매력적인 맛을 낼 수 있는 커피 음료들이 많은 요즘, 굳이 채소와 과일을 사용한 메뉴를 구성한 이유가 무엇일까? 두 사장님의 마인드를 알아보자!

Q. 어떻게 카페를 창업하게 되었나요?

(황재민) 대학교 때 무역학을 전공하고, 은행에 다녔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30대가 되니 월급이 잘 나온다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 사람들 중에 갑자기 돌아가신 분들이 좀 있었는데, 그 영향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구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동시에 경직된 조직문화가 답답했고, 은행 일이 꼭 ‘나’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이야기를 친구와 나누다가 함께 카페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김해수) 저는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면서 ‘너무 쉽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다보면 ‘더 잘 할 수는 있겠다’ 싶었어요. 그러니 ‘열심을 다할 수 있는 일’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때마침 친구랑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능력과 취향에 맞는 카페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Q. 카페의 컨셉이 ‘밭’인 이유는?

(김해수) 밭이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잖아요. 저는 ‘밭’이라고 하면, ‘제발 좀 그만 일하라’고 해도 열심히 밭을 일구시던 할머니가 떠올라요. 성실하고, 진정성 있고 또 무엇 하나라도 자식들에게 주려고 하는 마음인데, ‘카페 밭’에 오신 손님들도 이런 마음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황재민) 요즘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무의식적으로 건강함을 찾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의 개인 취향도 ‘자연 속에서 놀기’인데, ‘건강한 재료로 건강한 음료를 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밭’이라는 친구의 아이디어에 맞아 떨어졌어요.

Q. 카페 ‘밭’의 대표 메뉴는?

(황재민) 당근 빙수에요. 다른 카페에 없는 저희만의 메뉴이기도 하고, 만드는 공정이 꽤 까다로워서 손이 많이 가요. 그런데 여름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그리고 ‘밭 카스’나 ‘월 주스’도 좋고... 다 괜찮네요.(웃음)

(김해수) 아무래도 매월 제철 과일로 만드는 ‘월 주스’가 아닐까 싶어요. 또 12가지 메뉴 중에 10가지는 시럽도 안 넣었기 때문에 아주 건강하고 맛있는 저희만의 메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또 ‘밭 카스’나 ‘당근 주스’, ‘당근 빙수’도.... 저도 이렇게 다 얘기 하게 되네요.(웃음)

Q. 카페 운영하면서 좋았던 것은?

(황재민) 저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회사 다닐 때 비해 버는 돈이 많지는 않지만, 더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된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사장으로서 내가 직접 해야 할 일들을 마주하면서 예전보다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카페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김해수) 요즘 카페가 많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있잖아요. 그만큼 누구나 도전하기 쉬운 분야지만, 한편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경쟁도 치열하고, 트렌드 변화에도 민감해야하지요. 메뉴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SNS 홍보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가 없어요.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어렵다면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솔직히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어렵지만 재밌다’고 말하고 싶어요.

Q. 후배 카페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해수) ‘세밀화된 목표를 가지라’고 전하고 싶어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할 것이고,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카페를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할 거에요. 하지만 ‘1년 동안 운영했을 때, 무엇을 얻어가고 싶은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투자금을 얼마정도 회수하겠다’ 혹은 ‘얼마 이상의 성과를 내겠다’하는 자신의 목표를 세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앞으로 카페 ‘밭’의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

(황재민) 처음 막 시작했을 때는 ‘밭 2호점, 3호점’을 꿈꿨는데, 언제부터인가 ‘오늘’에 더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당장 닥친 일부터 잘하자’하게 되었어요.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내면서 디저트도 개발하고, 이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김해수) 저도 마찬가지에요. 자영업을 해보니, 점점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되더라구요. 목표가 점점 겸손해지는 거죠. 밭은 늘 밭이었으면 좋겠어요. 흔하지만 하찮지 않은, 오늘에 충실한.

Q. 개인적인 목표나 비전도 있으신가요?

(황재민) 카페 밭을 운영하면서 농업의 현실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농부들이 힘들여서 농사를 지었는데 그 해 풍년인가 흉년인가에 따라 버려지는 농산물이 있고, 또 유통과정에 의해 가격이 조작되기도 하고. 나중에는 정말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많은 카페가 문을 열고 1년도 안되어 문을 닫는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밭’카페 사장님들은 서면 전포동 카페거리에서 2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단순히 ‘돈을 벌기만을 위한’ 사업이 아닌,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은 창업을 느리지만 단단하다. 인터뷰를 통해서 ‘카페 창업도 마인드가 먼저’임을 알 수 있었다. 2호점, 3호점을 낼 것이라던 ‘밭’의 비전은 조금씩 변해왔을지 모르나, ‘사람들에게 건강한 노력을 준다’는 마인드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한 마인드 덕분에 2년간 ‘밭’으로써 자리를 지키며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건강함을 주기 위해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농부 사장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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