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책은 대체 언제 읽으셨어요?”

“아들 셋 키우랴, 살림하랴, 책 읽을 짬이 진짜 나나요?”

많은 분들이 늘 묻는 질문이다. 당연하다. 설거지며, 빨래며, 청소며, 요리며 집안일만 하기에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판에, 잠깐 한눈팔기 무섭게 사고치는 장난꾸러기 아들이 하나도, 둘도 아니고, 무려 셋이다. 책 읽을 시간은 고사하고 마음 편히 화장실 갈 여유라도 생기면 ‘성은이 망극한’ 상황이랄까.

설사 여유시간이 생기더라도, 이미 방전된 체력으로는 누워서 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우선 독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최소한 이 두 가지는 확보해야 한다.

우선 ‘시간’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사실 집에서 살림하며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대부분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인생을 좌우한다’ 같은 말들이 우리에겐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을. 엄마의 시간은 엄마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남편과 아이, 가족에게 나누어주고 나면 오직 나만을 위한, 내가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란 거의 남지 않는다.

그런데 북테크를 시작하고 몇 년간 나는 아이들을 키우며 1년에 최소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8권 정도, 일주일에 2권꼴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이들이 기관을 다니기 전까지는 24시간 퇴근 없는 육아를 해야 했는데 말이다. 아마 ‘시간이 날 때 책 좀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평생 한 권도 못 읽었을지 모른다.

아이 셋을 키우며 그런 여유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뿐. 여유시간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대신, 그냥 ‘틈틈이’, ‘무조건’ 책을 읽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가 나를 찾지 않는 순간이 잠시라도 나면, ‘이때다’ 싶어 바로 책을 펼쳐들었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는 엄마가 졸음 좀 참고 책을 읽으면 되는 문제지만, 아이가 혼자 놀 때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자동차 놀이, 그림책 보기, 블록 쌓기, 물장난 등등 아이들이 엄마 없이도 혼자 잘 놀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이때 아이 옆에서 같이 놀아주며 아이의 정서나 지능을 개발시키는 데 힘쓰는 엄마들이 많은데, 아이가 스스로 혼자 놀 때 엄마가 다가가서 말을 걸어주고 함께해주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론 나 역시 아이를 처음 키울 때는 일정표까지 짜가며 아이 옆에 하루 24시간 붙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 셋을 키우다보니 오히려 아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할 때, 아이의 집중력이 더욱 올라가고 더욱 창의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내가 원하던 것,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좋은 아이디어나 해결책이 떠오르듯,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놀이에 몰입해 있는데 옆에서 자꾸 말을 걸거나 이렇게 해보자고 하면, 정신이 산만해지기 쉽다. 오히려 집중력만 흐트러뜨리는 셈이다. 그래서 아이가 굳이 원하지 않으면 엄마가 쫓아다니며 놀아줄 필요는 없다.

아이를 방치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혼자 집중해서 놀고 있을 때는 그 시간을 존중해주라는 말이다. 때로 아이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멍을 때리기도 하는데, 그냥 내버려둬도 괜찮다. 지금 아이는 자기만의 세상을 경험하며 삶의 크기를 키워가는 중이니까.

그리고 그때, 엄마는 잽싸게 책을 펼쳐놓고 옆에서 읽으면 된다. 그 시간이 10분이든 30분이든 말이다. 가뭄에 콩 나듯 드물고 짧은 순간이지만, 이 10분, 10분이 모여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되고, 그렇게 책 한 권이 된다. 책 한 권에 300페이지라고 생각했을 때, 주 6일을 읽는다면 하루에 50페이지만 읽으면 된다. 하루 1~2시간이면 충분한 것이다. 처음에는 워낙 짧은 시간이라 책에 집중도 하기 전에 지나가버리겠지만, 계속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책을 펼치자마자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