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이명길 칼럼니스트] 기술이 발전할수록 트렌드는 더 빨리 변한다. 아이폰이 대한민국에 처음 들어온 게 2009년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인터넷을 하고, 전화기로 은행 업무를 보는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것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거창하게 IT를 말하지 않더라도, 트렌드가 엄청 빠르게 변한다는것 을 우리는 이미 느끼고 있다. 가요 트렌드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5주 연속 1위를 하는 노래들이 많았다. 신승훈, 김건모 같은 가수의 노래들은 가요프로그램에서 무려 10주 넘게 1위를 하곤 했다.

라디오에 신청곡을 보내고 친구의 워크맨을 빌려 듣던, 그렇게 원하는 노래를 원할 때 듣지 못했던 시절에는 음악의 생명력도 그만큼 길었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원하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어서일까? 아무리 좋은 노래도 차트 1위에서 7일을 버티기 힘들다.

음식 트렌드도 빠르게 변한다. 한때 ‘슈니발렌’이라는 과자가 크게 유행했다. 독일 로텐부르크 지방의 전통 과자로, 정작 ‘맛’보다는 ‘먹는 방법’ 때문에 화제였다. 이 과자를 먹기 위해서는 마치 토르처럼 망치를 휘둘러 깨 먹어야 했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그 고된(?) 방법에 열광했다. 과자를 사기 위해 백화점에 줄을 섰으며, 심지어 3,500원짜리 과자를 깨 먹기 위해 무려 3만 원짜리 슈니발렌 전용 망치까지 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트렌드는 새로운 트렌드에 묻히는 법. 얼마 지나지 않아 ‘가성비’를 따지는 트렌드가 생겨나며 이 과자의 인기도 곧 식었다.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은 경우지만, 한때 크게 유행했던 ‘대왕 카스테라’나 ‘벌집 아이스크림’ 역시 반짝 유행했던 아이템들이다.

놀이 트렌드도 빠르게 변한다. 막상 뽑아도 딱히 쓸데도 없는 인형 뽑기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적이 있다.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인형을 뽑겠다고 줄을 섰고, TV 프로그램에도 인형 뽑기 고수들이 자주 등장했다. 무한도전에까지 등장하며 인기를 끌던 인형 뽑기였지만, 지금은 인형 뽑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는 건 어렵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연애’는 어떨까? 답은 TV를 보면 알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사랑의 스튜디오라는 일반인 소개팅 프로그램이 있었다. 주말 아침 방송이었는데 일반인 훈남·훈녀가 TV에 나와 ‘사랑의 작대기’를 통해 공개 소개팅을 하는 방식이다. 당시 시청률이 무려 20%를 넘었던 것은 물론 현재는 톱스타가 된 배우 박성웅(당시 28세, 액션스쿨 1기) 출연이나, 이보영(당시 22세,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도 이 방송에 출연했었다.

시간이 흘러 사랑의 스튜디오는 끝났지만, 그 자리를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넘겨받았다. 애정촌에 입소하여 이름 대신 남자 3호, 여자 2호로 불리는 솔로들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고, 그들이 도시락 선택을 통해 밥 먹을 사람을 정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두근두근하며 지켜봤다.

이후에도 연애 프로그램은 계속되고 있다. ‘두근두근 로맨스 30일’, ‘선다방’, ‘하트 시그널’, ‘썸바이벌’, ‘호구의 연애’ 등 사랑의 스튜디오가 끝난 지 20년이 더 지났지만, 연애 프로그램은 여전히 저녁 황금시간대 방송으로 편성돼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청춘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시대지만, 대중가요는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며, 방송사들은 경쟁하듯 연애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여전히 사람들이 연애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그것을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 참고자료 : (주)한국강사신문 강사연구분석센터의 『강사 트렌드 코리아 2020(지식공감,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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