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나는 새벽 12시, 오후 12시. 하루에 이 두 번의 12시를 사는 엄마는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왜 12시일까? 전기가 없던 시절엔 12시에 깨어 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깨어 있을 수는 있어도, 깨어 있어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바로 눈앞의 사물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시골 할머니들이 해가 뜨면 바로 일어나는 것은, 아마도 전기가 들어오진 않던 옛날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들어서일 것이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일할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이 있다. 하루에 새벽 5시를 두 번 살면 성공한다는 내용의 책으로, 새벽 5시 고요한 하루의 시작을 잘 활용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시골 할머니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일이 아주 당연한 일상이다. 그럼 새벽 5시에 일어난 할머니들이 모두 성공했을까? 안타깝게도 할머니들에게 새벽 5시가 ‘미라클 모닝’이 아니라 ‘굿모닝’일 뿐이다. 5시에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미라클 모닝’을 변주해 ‘미라클 미드나잇’을 제안하고 싶다.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시험공부를 하다가 밤 12시를 넘기는 경우가 빈번했던 기억이 난다. 또 대학에 들어간 후 술 마시며 놀다가 12시를 넘겨 다음날 집에 들어간 것도 부지기수다. 우리는 새벽 5시보다 밤 12시에 깨어 있어본 경험이 많은 세대니, 깨어 있기 어렵지 않은 12시를 공략하자는 것이다.

물론 체질상 ‘아침형 인간’이 더 잘 맞는 사람이라면, ‘미라클 모닝’을 시도해도 괜찮다. 자신만의 고요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 시각이 언제냐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북테크를 시작한 이후, 나의 주요 독서 시간은 이 밤 12시였다. 사실 어려서는 이 시간에 책을 읽은 적이 없다.

하지만 컴퓨터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한답시고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던 날들이 많은 덕에, 책상에 앉아 있는 일이 힘들지 않았다. 여기에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을 곁들여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손에 쥐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낮에는 육아와 살림으로 고된 시간을 보내고, 밤 12시에 찾아온 ‘나만을 위한 시간’은 진정한 힐링의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더 자야 내일 컨디션이 괜찮을 텐데’, ‘내가 무슨 수험생도 아니고 새벽까지 깨어 있어야 해’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날이 갈수록 그 시간을 진정으로 즐기게 되었다. 하루 중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고,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소중하고 또 소중해 1분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고, 책은 그 소중한 시간을 귀중하게 만들어주는 값진 수단이었으니 말이다.

책이 정말 재미있으면 새벽 2~3시는 물론이요 밤을 새기 일쑤였고, 의무감으로 지식을 얻기 위해 읽는 어려운 책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서 북테크 초반에는 재미있는 책을 주로 공략했다.

당장은 책과 친해지는 것,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없는 책은 졸음이 쏟아지기 전에 다시 책꽂이에 꽂아두고, 또 다른 재미있는 책을 읽기 시작하여 책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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