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희가 말하는 행복한 결혼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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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조지희 칼럼니스트] 이모는 결혼하기 싫다고 했다. 배낭 하나 들쳐 메고 몇 달을 바게트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워도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찾아 하릴없이 헤매도 야간열차에서 새우잠 자다 런던 빅벤 시계탑을 멀끔히 봐도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콩글리쉬로 주거니 받거니 해도 행복하다 했다.

그러던 이모가 결혼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든 악마의 목구멍 이과수폭포든 ‘여행, 너는 자유다’ 외치며 독야청청 푸를 것 같은 이모가 결혼했다. 1993년도에 평균 결혼연령이 25세인 걸 감안하면 당시 서른 훌쩍 넘은 이모는 노처녀 소리 들을 만하긴 했다.

비포선라이즈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인양 비엔나에서 파리로 향하는 유럽횡단 기차 안에서 만났다 했다. 그렇다고 이모의 결혼생활이 영화 마냥 로맨틱 유러피안 스타일이나 쏘쿨 아메리칸 스타일이었단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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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 은공으로 잘 살게 되었다는 시어머님 덕에 큰 시댁도 포기한 제사를 가져와 일 년에 여덟 번 치루고 치매인 시아버지 간병과 나중엔 시어머니 병간호까지 자식 셋 어떻게 크는지 모르고 건사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시대 배낭여행 1세대 선봉장인들 집에서는 엄마요 며느리요 아내였다.

나는 없어져도 역할은 살아 꿈틀댔다. 억울할 것도 속상할 것도 없었다. 시대가 그랬다. 다들 다들 그렇게 살아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다 큰아들이 결혼했다. 집값이 만만치 않아, 은행 빚내 전세 얻을 정도였다. 맞벌이인 아들 내외는 늘 바빠서 밥 한번 해줄라 쳐도 늘 야근이었다.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 제사 참석도 어렵다 했다. 첫해 명절엔 집에 왔지만, 이후 매해 여행이고, 아기 계획을 물으니 둘이 행복하게 살거란다.

둘째 아들은 제법 굵직한 홍보 대행사에 들어가더니 살판났다. 며칠 밤새워 일하다가 어느 날은 다낭, 또 어느 날은 태국 라싸라며 부모님 못 모시고 와 미안하다고 한다. 결혼 얘기라도 꺼낼라치면 여력도 의지도 돈도 없다며 하고 싶은 거 다했을 때 괜찮은 사람 있으면 할까 하노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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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은 ‘소개팅이라도 하지’ 하면 감정낭비, 돈낭비, 시간낭비 싫단다. 평등하고 균등한 가사 분담이 가능한 양성평등적 사고는 갖고 있는지 내 꿈, 내 비전은 이룰 수 있는 내적 외적 환경인지 오디션 심사위원 마냥 독하게 살펴 볼거라 한다.

이 글은 말하자면 ‘에라, 모르겠다. 네 똥 굵다.’ 하는 우리 이모 같은 엄마들을 위함이자 이도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그네들의 아들, 딸들을 위한 세대차이 극복 프로젝트쯤 되시겠다. 하고 싶은 얘기 하나, 부모는 부모의 삶을, 자식은 자식의 삶을 사는 게 무엇보다 낫다. 결혼해도 걱정, 결혼 안 해도 걱정, 결혼 한다 해도 걱정이다. 부모는 그렇다. 섬섬옥수 같은 자식, 물가에 내놓은 듯 좌불안석이기 마련이다.

얼마 전 한 어머니께서 상담을 요청하셨다. 내용인즉슨, 아들이 서른두 살 때 좋아 죽겠다는 여성과 결혼을 진행하다 여성의 부모와 감정 상하는 일이 생겨 죽자사자 결혼을 막았더니 아들 나이 현재 서른일곱, 도무지 결혼할 생각을 안 해 두고두고 그 일이 후회막급이라 가슴 치신다.

또 다른 어머니는 나이 마흔인 딸과 같이 살다 아침, 저녁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 거리는 통에 도저히 제 명에 못 죽겠다 싶어 방 얻어 독립시키셨단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했는데 하시며 또 가슴 치신다. 서른 후반의 모 딸은 남들 다하는 결혼 너는 왜 이제껏 못 하냐, 뭐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 속을 헤집어대는 엄마의 말이 생채기가 되어 상담하다 펑펑 울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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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도대체 자식들 결혼은 어떻게 시키냐 그 방법 좀 알려줘라’ ‘요즘 시대 결혼이 대수냐, 하고 싶은 거 하고 네 맘대로 살아’ 쿨한 어머님도 계시나 대다수 어머님들은 ‘좋은 사람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도대체 자식들 결혼은 어떻게 시키냐 그 방법 좀 알려줘라’ 만날 때마다 아우성이다. 그래서 같이 늙어가는 자식들 결혼 시킬 생각에 전전긍긍인 어머님들께 주구장창 읊어대는 얘기들로 얼추 마무리 지을까 싶다.

어머니는 어머님 인생을 사세요. 아버님과 알콩달콩 재밌게 서로 의지하며 서로 위하며 말년을 행복하게 보내시면 어느 날 자식이 그런 부모님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 결혼이나 해야겠다. 하는 날이 올 겁니다.

아버님과 사이가 안 좋으시다구요. 결혼 생활 내내 싸우셨다구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머님은 어머님 인생 열심히 사시다가 어느 날 이런 얘기 해주셔도 좋겠지요.

‘내가 결혼도 처음이고 엄마도 처음이고 모든 게 처음이어서 서툴렀어. 많이 싸우기도 했고 서로 상처도 줬지만 지나고 보니 결혼을 통해, 또 너희들을 통해 엄마 아빠가 되면서 성숙해지면서 인생이 보다 풍요로워진 느낌이야. 결혼은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되는 것 같아. 물론 하고 안하고는 너의 몫이지만 말이야. 우리는 어떤 길을 가든 언제나 너를 지지하고 사랑한다.’

※ 출처 : 국민연금공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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