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최종엽 칼럼니스트] △자강불식(自强不息) : 바늘귀 같은 좁은 문을 비집고 취직에 성공하면 세상을 모두 얻은 듯하지만, 그 기쁨의 날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못한다. 곧 출근하고 퇴근하기, 혹은 출근하고 술 마시고 퇴근하기 둘 중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굳이 힘들여 무엇인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입으로는 뭔가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습관처럼 말을 하지만, 몸이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채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무슨 변화가 필요하고 굳이 힘들게 무엇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겠는가? 가만히 놔두어도 시간은 가고, 시간이 채워지면 월급을 받는데 말이다. 그래서 익숙해지는 것이 출근하고 퇴근하기 혹은 출근하고 술 마시고 퇴근하기 둘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자기 의지와는 다르게 깜짝 놀라 뜨거워지는 탕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에 걸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안전한 곳에서 험악한 세상으로 내던져지게 된다. 그러면 바로 느끼게 된다. 왜 자강(自强)하지 않았던가? 공자는 시냇물을 건너가다가도 시간의 흐름을 안타까워하면서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자강불식(自强不息)을 했다는데, 자신은 자강불식은커녕 자강의 주제조차 정하지 못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하루하루 시간의 흐름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시간의 흐름이 아깝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목적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저 살아있으니 살아가는 것이지, 살고 싶어서 살아가는 것도 아니며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것도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냇물의 모습에서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는 자강불식(自彊不息)의 모습을 찾아내려는 공자의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이 살면서 조금은 꾀도 나고, 쉬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인데도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공자의 모습은 『논어』 「자한」 편에서 이렇게 등장한다.

공자가(家)의 재정을 담당했던 사업의 달인 자공(子貢)이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다면 그것을 보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찾아 파시겠습니까? 여기에 잘 다듬어진 옥과 같은 훌륭한 인재가 있다고 한다면 그를 곁에 끼고만 있겠습니까? 아니면 실제 현장으로 내보내 쓰시겠습니까? 아니 스승님이 이미 그런 옥과 같은 존재인데 여기서 계속 제자들이나 모아놓고 공부나 시킬 것인가요? 아니면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능력을 발휘하시겠습니까?

질문에 대해 공자는 명확하게 대답했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공자는 그저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자강불식(自强不息)으로 강한 사람, 최고의 지식인으로 성장하여 기회가 되면 사회의 장(場)으로 나와 사회를 바꾸고 변화시키는 개혁의 추진자가 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공자는 50대 초반에 노나라 정공(魯定公)의 부름을 받아 대사구(大司寇, 지금의 법무부 장관) 에 올라 정치를 시작하지만, 제나라 간계의 시작으로 결국 노나라를 떠나 천하주유의 길에 오르게 된다.

좋은 값을 쳐줄 장사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철학과 정치사상을 펴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좋은 값을 쳐줄 임금을 찾지 못하고, 노구를 끌고 다시 고국인 노나라로 돌아오게 된다. 공자는 실천가였고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자강불식의 마음으로 학(學)을 이루어 냈고 조국과 사회를 위해 끝없는 애정을 보였다.

적절하게 값을 쳐주기만 하면 궤짝속의 옥을 바로 내다 팔겠다는 것이다. 왕이 부르면 버선발로 뛰어 나갔으며 왕이 밀어내면 조용히 나라를 떠났다. 그리고 새로운 나라에서 자신의 옥을 제대로 평가해줄 군주를 찾아다녔다.

공자나 주자가 그토록 시간의 흐름을 안타까워했던 이유는 이 자강(自强)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자가 그토록 원했던 인(仁)과 도(道)의 세상이 자강의 목표였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면 그는 자강의 목표가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 강해지려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시간의 의미가 커지는 것이다.

무엇을 자신의 ‘자강 목표’로 정해야 하는가? 어떤 자강의 목표를 정해야 현재도 유익하고 미래도 유익해질까? 현재의 조직에도 이익이 되고 미래 자신에게도 이익이 될까? 오늘의 시간도 즐겁고 내일의 시간도 즐겁게 될까? 험한 세상으로 내던져지기 전에 그런 자강의 목표를 선택해야 한다. 자강(自强)을 미래형 명사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강은 미래형 명사가 아니라 현재형 동사에 더 가깝다. 오늘 지금 진행되지 않는 것은 허구나 공허한 상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참고자료 : 『일하는 나에게 논어가 답하다(한스미디어, 2016)』

 

최종엽 칼럼리스트는 한양대학교 인재개발교육 석사, 평생학습 박사를 수료했다. 삼성전자㈜ 인사과장, 경영혁신차장, PA부장으로 일한 후 현재 잡솔루션코리아와 카이로스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인문학 강사, 공공기관 전문면접관으로도 활동하며 연간 100회 이상의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논어> 특강은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강사경연대회 금상수상, 대한민국명강사(209호)로 위촉되었고, MBC ‘TV특강’, KBC ‘화통’등 여러 방송매체에서 강연 한 바 있다.

저서로는 『강사트렌드 코리아2020』(공저), 『원려, 멀리 내다보는 삶』 , 『논어 직장인의 미래를 논하다』, 『블루타임』, 『사람예찬』(공저), 『서른살 진짜 내인생에 미쳐라』, 『나이아가라에 맞서라』, 『미국특보 105』 등이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