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사실 낮잠만으로 바닥난 체력을 보충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쓸데없는 일에 내 소중한 체력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하지 않았던’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쇼핑을 자주 하지 않았다. 나의 이전 책 제목이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였다. 사실 마트를 가는 건 돈도 아깝지만, 시간이 가장 아까웠다. 간단한 물건 두어 가지 사러 가는데도, 왔다 갔다 하는 데 2~3시간이 훌쩍 소요됐다.

최저임금 1만원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인데, 온 가족이 쇼핑을 위해 이동한다면 이게 도대체 얼마의 인건비가 낭비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나는 내 시간만큼 아이들의 시간도 값지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절대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고.)

게다가 쇼핑은 내게 피곤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많지만, 나의 경우엔 엄청나게 밝은 불빛 아래 엄청나게 많은 사람과 물건을 마주하는 일만으로도 진이 빠진다.

그래서 대형마트를 가면 남편에게 장볼 목록을 적어주고, 나는 마트 안에 있는 서점에 가서 신간을 구경하곤 했다. 하지만 마트를 가는 건 1년에 고작 한두 번 정도였다. 사람이 많아 과도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1+1 등의 상품에 현혹돼 불필요한 지출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쇼핑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최소한의 쇼핑을 전략적으로 했다. 대전에 살 때는 오정동 농수산시장, 노은 농수산시장, 한민시장, 중앙시장 등 도매시장과 재래시장을 이용해 고기, 과일을 대량으로 사두었다.

세종시는 조치원시장이 가까운데 돼지등뼈는 5kg에 1만원, 앞다릿살은 3근에 1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시댁이나 친정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주시면 무조건 감사히 받고, 가공식품이나 우유 등은 아이쿱 생협에서 배달하거나 집 가까운 곳에서 소량으로 사 먹는다. 돈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는 나름의 쇼핑법이다.

둘째, 이웃을 자주 만나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셋 있고, 매월 하는 아이쿱 생협 자연드림의 마을모임도 10년 가까이 해왔다. 푸름이닷컴이라는 육아 커뮤니티 활동도 12년간 해왔으며 가까운 곳에 아는 언니들도 있지만 자주 보진 않는다. 문화센터는 다닌 적이 없고, 조리원 동기와도 첫째 돌 이후로는 본적이 없다. 학부모 모임은 1년에 한 번 정도 나가는 것 같다. 최대한 내 시간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서다.

낮에 나가서 브런치 먹고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긴 하다. 어떤 날은 아이 유치원 픽업가기 직전까지 온종일 수다를 떨기도 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정말 즐겁지만, 내가 공부하고 성장해야 할 타이밍에는 그 즐거움을 잠시 뒤로 미뤄두었다.

사실 돈을 지독하게 아낄 때는 돈이 없어서 못 나가기도 했는데, 어쨌든 덕분에 체력을 많이 아껴서 그만큼 독서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말을 많이 하거나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것도 기가 빨린다. 에너지가 소진된다는 이야기다.

너무 시끄러운 곳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변의 소음에 정신이 산만해지면 집중력이 무너지기 쉽다. 이웃을 만나 대화를 나눌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그 시간을 혼자 보내라고 권하고 싶다. 고요하게 있는 시간, 마치 명상을 하는듯한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혼자 푸르른 녹지가 있는 산책을 걷거나, 멍 때리며 음악을 듣는 것이 에너지를 충전하는 데 좋다.

셋째, 청소도 자주 하지 않았다. 사실 엄마들의 체력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것이 바로 살림이다. 하지만 살림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는 노릇. 나의 경우 책을 읽는다고 살림을 등한시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고민했다. 그 예 중 하나가 아이 장난감을 바구니에 몰아넣은 것이다.

빗자루로 우선 온 집안을 다 쓸어서 한 군데로 모은다. 그 다음 장난감만 골라 바구니에 넣는다. 그럼 쓰레기와 먼지만 남는다. 그걸 쓰레받이에 담아 버리는 식이다. 일일이 손으로 물건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면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했더니, 시끄럽지도 않고 전기세도 절약되었다. 나중에는 이런 청소를 손님이 오시기 전날이나 방송 출연 전날 정도에 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청소를 하나’ 싶은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낀 체력은 모두 책을 읽는 데 썼다. 체력을 잘 확보하면 집중력이 올라갔고 그만큼 독서력이 향상했다. 더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그만큼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기에, 독서의 질은 나날이 올라갔고 말이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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