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최종엽 칼럼니스트] △ 부지불온(不知不慍) : 『논어』 첫 장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공자는 군자(君子)를 다양하게 정의했지만 『논어』 첫 장에 등장하는 이 부지불온의 정신을 뛰어넘는 군자의 정의를 『논어』 전체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여기서 부지(不知)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의미한다. 온(溫)이란 단순히 ‘화를 내다’의 뜻을 넘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도 해석된다. 불온(不慍)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까지도 참아내는 것을 말한다. 아니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용서의 마음, 이해의 마음, 사랑의 마음을 말한다. 그 누구의 평가에도 그 어떤 사람의 처신에도 연연하지 않고, 바르고 당당한 자신의 길을 가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상사가 칭찬한다고 해서 들뜨지 않으며, 상사가 힘들게 한다고 해서 우울해하지도 않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기도 하다. 내가 나의 잘못을 고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바꾸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요구대로 움직여주는 선한 존재가 아니다. 상사는 부하 사원이 바라는 대로 변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상사의 인품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내가 상사가 되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상사를 바꿀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부하인 내가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밀어 오르는 스트레스에 퇴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최대 피해자는 나 자신일 뿐이다. 그러니 방법은 부하가 상사에게 맞추는 일이다. 그게 방법이다.

그것은 부하의 마음이 넓어서도 아니고, 부하가 약자여서도 아니며, 상사를 이해하거나 사랑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부하가 살아남는 방법이며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이 불온(不慍)의 마음을 가진다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원리 원칙을 준수하며, 때로는 눈물 나게 호통을 치면서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그 상사가 좋은 스승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서운 상사도 내가 상사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뒤틀리는 상사 때문에 내가 변했다면 그는 나의 스승이 된 것이다. 상사가 무서워, 아니 상사가 더러워 내가 더 늦게까지 일하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면 나는 이미 변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까칠한 상사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부드러운 방법을 터득했다면, 까칠한 상사는 결국 좋은 상사로 기억될 것이다.

상사의 지독한 성격 때문에 내가 참으며 인내심을 배웠다면, 그 지독한 상사는 나에게 선생님인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기는 치밀한 성격의 상사를 보좌하는 게 힘들었더라도, 2~3년이 지나 그 어떤 사람과도 부드러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내가 된다면 그 상사는 나에게 스승이었던 것이다.

어려움을 인정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어려움을 인정하고 노력을 하는 것이다. 정말 상사가 힘들게 한다면 상사를 벽이라 생각하면서 그 벽을 어떻게 넘을까, 어떻게 극복할까를 쉼 없이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흐르면서 자신의 실력이 쌓이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상사는 바뀌지만 그 벽과 같았던 상사로 인해 생겨난 역량은 그대로 자신에게 남는다. 시간이 흘러 상사는 명예퇴직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 상사라는 벽을 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자신을 높은 위치에 올려놓을지도 모른다.

힘들게 하는 상사 때문에 퇴직을 결정하고 전직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항상 정답은 아니다. 그렇게 밀려서 이직하면 새로운 조직에서는 더 지독한 상사가 그를 기다리는 게 세상의 이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벽이 나타나면 기뻐해야 한다. 드디어 하늘이 역량을 키울 기회를 주는구나 하고 생각해야 한다. 나를 실험해볼 좋은 기회를, 상사를 통해 주는 것으로 치환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알아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동적인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상황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변화를 하게끔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스스로 변화를 하든지, 혹은 떠밀려서 변화를 하든지 간에 변화는 바람직하다. 좋은 쪽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다보면 발전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러니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삶에 유익하며, 쉽지 않은 세상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변치 않는 원리다.

슬기롭게 마음을 다잡고 변화와 극복을 해나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좋은 뉴스를 접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 지독했던 상사가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것이다. 나는 지난 20년 직장 생활 동안 15번이나 직속 상사가 바뀌었다. 전직 경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속 상사가 자주 바뀌었다. 영원히 함께할 것 같았던 상사도, 숨도 못 쉬게 달달 볶던 상사도, 헤어지기 싫은 매력적인 상사도, 미워 죽을 것만 같았던 상사도 그렇게 바뀌기는 마찬가지였다

※ 참고자료 : 『일하는 나에게 논어가 답하다(한스미디어, 2016)』

 

최종엽 칼럼니스트는 한양대학교 인재개발교육 석사, 평생학습 박사를 수료했다. 삼성전자㈜ 인사과장, 경영혁신차장, PA부장으로 일한 후 현재 잡솔루션코리아와 카이로스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인문학 강사, 공공기관 전문면접관으로도 활동하며 연간 100회 이상의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논어> 특강은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강사경연대회 금상수상, 대한민국명강사(209호)로 위촉되었고, MBC ‘TV특강’, KBC ‘화통’등 여러 방송매체에서 강연 한 바 있다.

저서로는 『강사트렌드 코리아2020』(공저), 『원려, 멀리 내다보는 삶』 , 『논어 직장인의 미래를 논하다』, 『블루타임』, 『사람예찬』(공저), 『서른살 진짜 내인생에 미쳐라』, 『나이아가라에 맞서라』, 『미국특보 1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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