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2008년 펀드 투자 실패로 수 천 만원을 잃은 후, 닥치는 대로 경제서를 읽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인생을 변화시키겠다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자’로 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북테크에 돌입한 것은 그보다 뒤의 일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책을 파고들기 시작한 2008년이 ‘북테크’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2년 뒤인 2010년, 나는 2천 만원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2천 만원으로 집을?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

△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 무작정 경제서를 파고들던 시절 참 많은 책을 읽었다. 망한 사람은 어떻게 망했고, 돈을 번 사람은 어떤 시스템으로 돈을 벌었는지, 많은 사람들의 투자 이야기를 간접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가 2009년 읽은 『노후를 위해 집을 저축하라』이다.(이 책은 2016년 『노후를 위해 집을 이용하라』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차이나지 않는, 임대수요가 많은 소형 아파트를 수십 채 가지고 있었다. 일반 매매와 경매를 통해서 마련했다고 했다. 천만 원 남짓한 돈으로 집을 사서 모으는 저자의 글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슈가 되지 않는 곳에 진주가 있다’며 저위험 투자를 강조했다. ‘투자금이 적게 들고, 임대수요가 많은 지역의 물건’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실제 이 책이 출간된 2009년 이후에는 폭등하던 서울, 수도권 집값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분양물량이 급감한 지방의 경우는 전세가가 끝없이 올랐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여러 개를 투자해 돈을 버는데, 나는 내 집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두 가지였다.

“(계속 전세를 살자니) 떨어질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전세가가 걱정되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자니) 혹시나 집값이 떨어질까 불안하고, 대출이자를 감당하기도 부담스러웠다.”

대한민국 주부들 중 ‘내 집 마련’이 꿈이 아닌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을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집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펀드 실패를 통해 과욕은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고, ‘분수에 맞는 적당한 집’을 소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은 평형부터 구입해서 점차 평형을 늘려가고, 또 기존 주택가격에서 모은 돈을 더 보태 신규 분양 아파트를 구입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앞의 두 가지 고민 때문에,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데 애를 먹었다.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을 받는 건 리스크가 컸고, 계속 전세로 거주하자니 2년마다 수 천 만원씩 오르는 전세금을 감당하기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평생 전세 난민으로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될 때마다 나는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책 속에 지혜가 있을 것이라는 철썩 같은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책을 읽으며 두 가지 고민을 한 번에 떨쳐버릴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바로 전세를 ‘헤지(hedge)’하는 것이었다.

헤지란 금전 손실을 막기 위한 대비책을 뜻하는 용어인데, 금융권에서는 보통 외국환으로 투자를 할 때 쓴다. 예를 들어 미국에 상장된 주식펀드에 투자할 때, 현재 투자시점의 환율로 고정시켜놓는 것을 ‘환헤지’라고 한다. 헤지를 하지 않으면 투자금 회수시점의 환율에 따라 손익이 갈리게 된다. 즉 회수시점에 환율이 올라 있으면 이익을 얻지만, 떨어져 있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

현재 환율이 1달러당 1120원이라면 환헤지를 했을 경우 영원히 1달러에 1120원으로 투자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전세 헤지’(내가 최초로 만든 용어다)를 하기로 했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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