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신혼 초에는 돈을 모아서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모아도 집을 살 돈은 모이지 않았다. 아니, 돈을 모으면 그 모은 돈의 몇 배만큼 집값이 올랐다. ‘나는 평생 집을 살 수 없는 건가’라며 좌절하기도 잠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집을 샀는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책으로 공부하면서 나도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2010년, 힘든 와중에도 아끼고 아껴 저축한 덕에 적금이 만기되어 수중에 돈이 생겼다. 전세가가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기에 전세를 끼면 집을 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남편과 뜻을 모아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 대전 월평동의 진달래 아파트를 발견했다. 주변 학군도 좋고, 지하철역과 매우 가까워 투자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라 잘 아는 지역 이다보니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전세를 끼고 사면 2천만 원으로 매수가 가능했다. 게다가 그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설사 집값이 떨어져도 큰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우리는 낡은 재개발 빌라에서 전세를 살면서, 일단 아파트를 사서 전세를 주었다. 투자금은 2천만 원이었고 어차피 그 돈으로는 아파트 전세로 옮길 수도 없으니 더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을 더 좋은 집에서 살게 하고 싶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니 좀 더 인내하기로 하고 미래에 베팅한 셈이다.
몸은 낡은 빌라에 살았지만, 언젠가 들어가 살 내 집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은 든든했다. 전세금을 모아 우리가 실제로 들어가 살기 전까지는 ‘내 집’이라 부르기 민망할지 몰라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부지런히 저축을 하면 대출 없이 이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처음 집을 사며 했던 전세 헤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내가 실거주로 들어갈 집을 미리 사놓았다 : 매매가는 1억 7천만 원이었지만, 전세를 1억 5천만원에 놓았기에 투자금은 2천만 원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빌라의 전세보증금에 몇 년간 열심히 돈을 모아 1억 5천만 원을 만들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주고 우리가 들어가 살 수 있다. 대출도 받지 않고 진짜 내 집을 얻는 것이다.
단, 주의사항이 있다. 이렇게 전세 헤지를 할 때는 전세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공실 가능성이 없는 입지에 집을 구해야 한다. 내가 전세 헤지를 한 집은 지하철 초역세권의 24평으로 초중고 학군이 좋았다. 게다가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길 건너편에 있는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공실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에 과감히 투자한 것이다.
내 집을 현명하게 마련하는 방법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어도 이곳에 거주할 것인가?’ 사실 본인이 살고 싶은 지역은 대부분 정말 좋은 지역일 확률이 높다. 세입자도, 실거주자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가짐보다 누가 봐도 좋아 보이고, 살기 좋은 집을 선택해야 안전하다. 나는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들어가 살고 싶은 집을 택했다. 그래서 설사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버틸 자신이 있었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