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이 책 이강제의 『진주(문학사상, 2019)』는 1550년대부터 1620년대까지의 조선 중기를 배경으로, 남명학파를 창시하고 주도한 두 선비 남명 조식과 내암 정인홍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치 겹겹의 과녁을 꿰뚫고 나아가는 화살처럼, 이야기는 을묘왜변, 정여립의 난, 임진왜란, 정유재란, 인조반정 등이 연달아 몰아치는 조선의 격동기를 그대로 관통한다.

유린당하는 백성의 비명, 상소를 올리는 신하의 외침, 적을 맞아 내달리는 의병의 함성,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어전회의의 소요 등등 역사의 파편처럼 흩날리는 난세의 수많은 소리 속에서, 독자들은 어느새 이 소설이 내재하고 있는 어떤 목소리를 감지하게 된다.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목소리는 올바른 실천궁행과 처세에 대한 의로운 선비들의 고민이자, 갈등으로 점철된 우리 시대에 고하는 물음이다.

일찍이 ‘칼을 찬 선비’라고 불리며 죽기를 각오하고 ‘무진봉사소’, ‘을묘사직소’ 등을 올려 임금의 잘못을 지적했던 남명 조식과, 일평생 과거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대사헌과 영의정에 올라 대북파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내암 정인홍은 조선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들의 기록은 후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워지고 첨삭되어 온전히 전해지지 못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진주 태생의 자신조차 그러한 사실을 모른 채 수십 년을 살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각자가 사실로 그리고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역사가 실제로는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중대한 지각에 이른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의 그늘 속에 가려진 실제를 추적하며, 실록을 비롯한 역사서부터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서신까지를 샅샅이 조사하여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픽션의 범주에 있는 소설양식을 취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실증적인 방법으로 그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는 탄탄한 구성은 이 책 『진주』가 지닌 장점이다.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일독을 마친 독자들은 분명 다시금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인 최인호는 “소설 『진주』는 1600년대를 살아간 이 땅의 사람들 이야기다. 지우고 싶은 역사, 둘러빠진 역사라고 여기는 그 시대의 이야기가, 말하자면 패배주의에 물든 나 같은 이들에게 커다란 깨우침을 준다.”라며 추천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 책 『진주』의 저자 이강제는 195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경상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학교, 경남대학교, 경상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창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04년 (주)도시미래종합기술공사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도시 도시계획』 『주택계획론』 등이 있다.

대학 재학 시 전원문학동인으로 습작 활동을 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인터넷을 통해 창작 활동을 하기도 했다. 줄곧 문학적 글쓰기를 갈망하며 부단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던 중,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남명 조식과 내암 정인홍의 생애가 역사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좀 더 큰 울림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 소설 『진주』를 집필하게 되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