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이 책 『경찰이 사기를 가르치다(지식공감, 2019)』의 제목이 눈길을 끈다. 경찰 간부가 사기 수법을 가르친다는 뜻일까? 책의 제목과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마천의 모습이 보이고 음영으로 ‘史記’라는 한자 표기가 보인다. 이 책은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史記) 속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필자의 오랜 경찰 경험으로 엮었다.

사마천이 쓴 역사서 ‘사기(史記)’ 속 고사성어 가운데 53개를 발췌하고 이를 빗대어 저자가 천직으로 알고 지내온 경찰관으로서 겪은 일화와 경험을 재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퇴직을 앞두고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도 마냥 경찰을 떠날 수 없다며 글을 썼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해방 후 한국 경찰 70여 년의 반에 해당하는 시간을 보내고도 명예로운 퇴직을 눈앞에 두고 씁쓸한 퇴장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誤)시범도 시범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경험과 시간들을 정리했다.

첫 장 ‘안자지어(晏子之御)’ 고사에서 권력작용을 하는 경찰관은 겸손함이 제일 우선할 덕목임을 역설하고 ‘무립추지지(無立推之地)’에서 청렴한 공직자의 상을 제시하였으며 사라지는 전의경 제도를 되돌아보며 ‘순망치한(脣亡齒寒)’ 고사를 떠올리며 경찰사에서 전의경들이 이룩한 큰 역할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다.

‘절영지연(絶纓之宴)’ 고사를 통해 관리자의 ‘인(忍)’의 리더십을 내세운다. 경찰수사권 독립을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결기를 가져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한다. ‘상가지구(喪家之狗)’ 같은 현재의 경찰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견(犬)찰이라는 비아냥 대신 공경 받는 경(敬)찰이 되기를 희망한다. 글 중간중간 시 형식의 짧은 글들을 통해 삶과 자연을 관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경찰 경험을 사기(史記) 속의 고사성어에 빗대어 다소 견강부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마음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의 경험을 후진들에게 쉽게 전달함으로써 경찰관으로서 공직관, 경찰관리자의 리더십, 경찰조직의 미래 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지난날 시민이 불편하게 여긴 권력기관으로서 경찰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진정한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경찰이 사기를 가르친다』의 저자 박화진은 대구에서 출생하여 경찰관이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경찰의 길에 들어서 33년 9개월간 재직하다가 치안감으로 퇴직하였다. 경북지방경찰청장, 경찰인재개발원장, 경찰청 외사국장을 역임했다. 해외경찰주재관, 안전행정부 치안정책관, 대통령 치안비서관 등 경찰외부 기관에서도 근무하면서 다양한 공직 경험을 쌓았다.

재직 중 근무경험을 토대로 틈틈이 글쓰기를 하여 수필가로 등단하였다. 수필집 ‘마음이 따뜻한 경찰이 되고 싶다(2013)’에 이어 오랜 투병 끝에 떠난 보낸 옆지기를 그리워하며 부재와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시집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 편지(2017)’를 펴내기도 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