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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효석 칼럼니스트] 낯선 사람과 가까운 사람 중에 누가 설득이 잘 되는가? 많은 사람이 가까운 사람을 설득하기 싶다고 착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설득과 관련된 일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먼 사람보다 친한 사람을 설득하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호감과 궁금은 설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궁금은 호감을 맺어주고 호감은 설득으로 이르게 한다. 그런데 가까운 사이에는 궁금한 것이 없다. 가족이나 부부는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대한다. 그러다 보니 신비감이 사라지고 서로 막 대하는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그러니 서로에 대한 호감도도 떨어지고 자신도 모르게 설득보다는 강요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잡아 놓은 물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

부부는 서로를 잡아 놓은 물고기처럼 여기니 호감도를 높여서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끼리는 어떤가? 당장 연애 시절만 생각해 봐도 그렇다. 서로 완전히 알기 전이라 모든 것이 궁금의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알아갈 때마다 호감도가 커지고 무슨 말을 하든 쉽게 마음을 열어 설득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설득을 잘 하려면 항상 상대가 나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평소에 호감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호감도는 궁금한 것이 많을수록 커지기 마련이다. 당장 주변을 살펴보자. 인기가 많은 사람은 그만큼 베일에 싸여 있어 궁금한 것을 많이 갖고 있다.

상품도 마찬가지다. 명품이 비싼 가격에도 인기를 끄는 것은 희소성을 갖고 그만큼 궁금하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입사원을 뽑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궁금한 것이 많은 수험생은 당연히 면접관들의 호감을 사기 마련이다. 따라서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최대한 면접관이 궁금한 것이 많게 만들어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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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보험회사 신입사원 공채에서 수석 입사한 면접 노하우를 공개해 본다. 나는 공교롭게도 군에서 제대하는 날에 면접시험을 치렀다. 물론 제대하기 전에 제반 서류는 다 갖추었고 면접 준비도 충분히 해놓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제대와 겹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자 정공법으로 면접전략을 짰다.

오전에 전역신고를 마치고 나왔기에 집에 가서 정장으로 갈아입을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나는 남들이 다하는 정장을 택하지 않고 그냥 예비군복을 입은 상태로 면접장으로 갔다. 그러다 보니 시간적 여유도 충분해서 남들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대기실 자리에 꼿꼿이 앉아 면접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상대의 궁금증을 유발해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예상대로 면접 관계자들이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그것도 예비군 군복을 입고 꼿꼿이 앉아 있는 나를 힐끗힐끗 바라봤다. 어쩌면 그들에게 괴짜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에 대해서 엄청나게 궁금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는 속으로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면접이 시작되었고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내가 제대할 때 들고 나온 더블백까지 메고 들어가자 면접관들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더블백을 면접관 앞에 내려놓고 꼿꼿이 서서 거수경례를 하고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충성! 신고합니다. 예비역 병장 김효석은 1992년 11월 27일부로 00보험회사에 입사할 것을 명 받고 오늘 바로 제대해서 달려왔습니다. 충성!!!”

면접관들이 막 웃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궁금증이 호감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자리에 앉으라는 면접관의 말을 듣고 다시 군인의 자세로 꼿꼿하게 자리에 앉았다. 책임 면접관인 듯한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내가 수없이 면접을 봤지만 자네 같은 괴짜는 처음 보네. 그래, 군대에서 보직은 뭐였나?” “전차 조종수였습니다.” (당시 나는 자주포 조종수였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장비라 비슷하게 생긴 전차라고 표현했다)

“아니, 자네는 회계학과를 전공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전차 조종수가 되었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하하...!!!”

면접관들은 군 생활에 관해 물었다. 나는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대답으로 그들을 유혹(?)했다. 함께 면접장에 들어간 경쟁자는 이제 엑스트라가 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업무에 대해서는 별로 물어보지도 않은 가운데 앉은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허허, 자네는 우리 회사랑 인연이네!”

나중에 그분이 그 회사 사장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수석 입사라는 영광을 안았다. 물론 수석 입사라는 말도 나중에 인사부장님께 직접 들은 말이다. 그 덕분에 입사 초부터 상사들의 사랑을 받았다. 직장생활은 항상 즐거웠고, 나는 빨리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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