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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효석 칼럼니스트] 필자는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는 강사다.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다양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강의하다 보면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느끼게 된다. 이제는 권위 있는 상사, 밀어붙이기식의 카리스마는 먹히지 않는다. 부드러움의 리더십, 팔로십이 주목받는 시대인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 임원 강의를 해보면 신입이나 대리급 사원의 강의보다 임원 강의가 훨씬 수월하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강의 집중도나 자세는 월급 순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최근 입사한 90년대 생의 강의가 가장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그중에도 눈에 띄게 집중하고 호응하는 청중이 꼭 있는데 난 그들이 임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 그는 수업 중에 강사를 배려하는 것처럼 일 또한 잘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머리가 좋거나 일만 잘하는 인재가 아니다. 그건 앞으로 AI가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갈등 해결 능력이 높은 인재 즉, 소통지능이 높은 인재를 기업은 원하고 있다. 소통은 이해와 배려에서 시작한다. 윗세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90년대 생이라면 이 글을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이 책의 내용을 꼰대의 잔소리라고만 생각한다면 당신은 직장 임원보다는 창업에 더 적합할 것이다.

"당신의 눈치코치 지수는?"

직장 생활에서 필요한 것은 ‘눈치코치’다. 회사에서는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출근하면서 부터 퇴근할 때까지, 때로는 업무의 연장 선상인 회식 자리에서까지, 회사에서는 눈치코치가 없으면 아무리 일을 잘해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한 "조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이라는 설문조사에서 직장인의 97퍼센트가 ‘눈치’를 꼽았다는 사실은 실로 놀랍다.

눈치는 이처럼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중에 하나지만, 신입 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직장 상사에게서도 배울 수가 없다. 눈치를 살피라는 것은 상사에게 지나칠 정도로 아부하라는 뜻도, 무조건 아는 체하라는 뜻도 아니다. 눈치라는 단어가 조금 저급한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바로 '처세술'이다. 처세술은 에티켓이나 매너와 관계가 깊다.

"나도 방송 MC 처럼"

필자는 TV 토크쇼를 즐겨 보는데, 토크쇼를 보다 보면 정말 눈치코치가 빠른 명MC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말하기의 고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고수들의 대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수많은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와중에도 각각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들을 사용해가며 이야기를 잘 이끌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거겠지!’ 생각했지만, 그들은 사석에서도 방송과 마찬가지로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어떻게 해야 절제된 언어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늘 신경쓰며 긴장 상태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훈련을 한다는 뜻으로 사석에서 갖춰진 절제된 습관이 방송에서 효과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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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말 하라구요? 아니요!"

흔히 화술 전문가들은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나는 늘 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송에서 유능한 MC일수록 방송을 진행하면서 여러 사람의 눈치를 본다. 그들은 방송 진행 내내 출연자들 중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사람은 없는지, 방청객이나 스태프들이 지루해 하지는 않는지, 대화가 늘어지거나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등장하지는 않는지 등을 걱정 한다. 이 상황에서 이 말을 해도 괜찮을지, 내가 한 말을 저 사람이 알아들을지, 내가 이 말을 하면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내가 이 사람과 이야기할 때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지, 다른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하는데 소외된 사람은 없는지...... 이런 생각들을 1 〜 2초 안에 판단하는 것, 이것이 바로 눈치다.

"눈치도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수집 단계’다. 상사의 책상을 보면 그 분의 취미나 가족관계를 쉽게 알 수 있다. 책상 달력이 있다면 가족의 생일이나 중요한 행사를 알 수도 있다. 이것을 개인정보라고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지만 적절히 활용한다면 상사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판단의 단계’가 필요하다. 정보가 들어오면 그 정보가 쓸모 있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또한 내가 도움을 줄 것은 없는지 상사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판단한다. 나는 배려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아부라고 생각한다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배려와 아부의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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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타이밍’이다. 배려도 적당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상사나 동료가 꼭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필요하고 내가 먼저 타이밍을 만드는 시도도 좋다. 예를 들면 뜬금없이 “이번 주 결혼기념일시죠? 좋은 뮤지컬 공연이 있는데 결혼기념일에 가보시라고 드립니다.”라고 말하고 티켓을 드린다면 상사는 놀라며 의심의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소한 부탁을 하고 그 부탁을 들어준 상사에게 감사의 선물로 결혼기념일 주간에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을 선물하면서 “제 선배가 기획한 뮤지컬이라 팔아줘야 해서 구입했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요”라고 하며 선물한다면 상사는 의심 없이 그 티켓을 기꺼이 사용할 것이고 당신에게 고마워 할 것이다. 이런 눈치의 전개도 훈련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눈치를 갖추는 사람이야말로 센스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센스 있는 사람은 동시에 배려 있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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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팀워크를 만든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동료나 상사 등 주변 사람들의 사적인 고민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때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습관처럼 " 요즘 어떠십니까?" 하고 묻는 것 보다는 " 지난번에 이야기 했던 그 일은 잘 해결 됐습니까?" 라든지 " 주말에 소개팅 했다면서 어떻게 됐어?“ 처럼 상대방에게 늘 관심을 갖고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야 말로 큰 배려이고, 그런 관심과 배려가 그 사람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되며, 그런 것들이 모여서 큰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상대방의 술잔이 비었는지 살피는 것도, 누구 에게 먼저 술을 따라 줄 것인지 생각 하는 것도 일종의 눈치다. 이렇게 볼 때, 늘 긴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눈치코치가 빠른 사람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말해 버리는 사람을 제일 하수로 친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직장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만 있을 수는 없다. 더구나 회사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사원의 경우,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시간이 지난 후에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당시에는 그걸 가슴에 비수가 꽂힌 것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여 크나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잘해 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얄밉고 미운 동료나 상사를 오히려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프로이며 프로들은 그 지독한 동료나 상사를 자기편으로 끌어 들인다. 만약 당신이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스트레스와 소문의 온상인 그에게 한 발 다가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원만한 조직생활을 위해서는 개인적인 감정을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인간관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업무에서만큼은 빈틈이 없어야 한다. 업무와 관련된 서류 정리는 물론 이고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포토샾이나 간단한 동영상 편집 같은 것도 배워두면 주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 요즘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직장인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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