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리듬, 멜로디, 하모니, 그리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세상, 소리와 가장 먼 사람들까지도 소리와 함께 달리게 하는 법" TV에서 상영된 자동차 광고의 카피 문구다. 소리와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달린 다는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4분 28초의 기적"이라는 부제로 실시된 이 캠페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수영장 물속 한 소년이 앉아 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을 느끼듯. 수영을 마친 남학생은 헤드폰을 쓰고 다닌다. 버스에서, 운동장에서, 하굣길에서, 바닷가에서, 언뜻 보면 무척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문득 의문 한 가지가 생긴다. 왜 헤드폰을 쓰고 다니는 걸까?

모든 의문은 집에 돌아온 남학생이 아빠를 만나면서 풀린다. 자신이 듣지 못한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헤드폰을 쓰고 다녔던 것이다. 이 학생의 이름은 대한이. 이야기는 학교로 이어진다. "대한아! 음악실로 와!" 친구들이 써놓은 칠판의 문구를 보고 음악실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아빠, 친구들, 여러 선생님들이 대한이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가운데 놓여있는 자동차 의자에 앉아보라고 한다. 볼륨을 높이자 갑자기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대한이. 곧 손가락과 발을 움직이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대한이가 들은 것은 "4분 28초의 음악이 아니라 4분 28초의 기적이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흘러내리는 뭉클한 눈시울. 

이 프로젝트는 현대자동차에서 진행된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 사운드 프로젝트 (Sonata The Brilliant Sound Project)" 이다. 자동차 시트의 진동을 통해 청각 장애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쏘나타 터처블 뮤직시트"를 소개한 것이다. 소리와 가장 먼 사람들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겠다는 기업의 CSV 활동이 너무나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캠페인이었다. 테크놀로지와 아이디어의 결합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또 하나의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가치사슬의 생산성을 재 정의하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일상적인 기업 활동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장기기증, 헌헐, 물부족, 아동 학대 등 여러 나라에서 문화적, 환경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다양한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나가는 것이다. 

2013년 칸광고제를 가슴 뜨겁게 만든 캠페인이 있다.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다는 내용이다. 과연 가능할까? 그것도 자신이 응원하는 축구 클럽을 위해서? 일반적으로 돈을 기부하는 사례들은 많다. 하지만 자신의 장기를 단지 좋아하는 축구팀을 위해서 기증한다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이 캠페인의 제목이 재미있다. "영원 불멸의 팬(Immortal Fans)"이다. 훌륭한 캠페인이 늘 그렇듯이 컨셉은 심플하다. 눈에 띄는 카피 하나. "죽어서도 영원한 불멸의 축구 클럽 팬이 되는 방법"이다. 브라질에서 열혈 축구팬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클럽 헤시피(Sport Club Recife)"는 팬들에게 장기기증 캠페인을 진행했다. 자신의 장기를 기부 받은 사람을 "스포츠클럽 헤시피"의 팬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자신의 일부가 축구팀을 응원하는 셈인 되는 것이다. 결과는 예상 외로 폭발적이었다. 진행 방식도 심플했다. 먼저 "스포츠클럽 헤시피"는 팬들에게 페이스북과 메일링을 통해 장기 기증카드를 발급했다. 그리고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등장해 장기이식을 받는다면 "스포츠클럽 헤시피"의 열렬한 팬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영상물을 보여준 것이다. 이 영상은 광고와 경기장의 이벤트, TV와 옥외 스타디움을 통해 방영되었다. 심지어 기부를 기다리는 라이벌팀 팬들도 응원팀을 바꾸겠다고 하니 열혈 팬들은 흔쾌히 자신의 장기를 기부하겠다고 서약을 한 것이다.

5만 명 이상의 팬들이 장기 기증에 서명을 했고, 캠페인 직후 1년 만에 기증자가 54%나 증가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이 캠페인이 기부 관련 비영리 단체가 아닌 축구클럽에서 진행했다는 것이다. 재미있고, 황당하지만 너무나 훌륭한 아이디어다. 열혈 축구 팬들의 정서를 잘 반영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13년 칸은 이 캠페인에게 그랑프리라는 최고의 영애를 안겨 주었다. 휴머니즘에 기반한 진정성의 힘을 보여준 멋진 캠페인이었다. 돈으로 CSV의 성과를 만들려고 하는 기업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아웃 오브 박스 : 시간·공간·생각·미래를 변화시켜라(다연, 2014)』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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