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책을 읽으며, 내 꿈을 보다 생생하게 그릴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보물지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물지도’라는 이름도 너무 예쁘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인터넷에서 세상 온갖 좋은 것들의 사진을 전부 끌어다가 보물지도를 만들었다. 덕분에 현실이 구질구질해도 기쁜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다. 현실에서는 아이들이 자주 싸워서 힘들었지만, 보물지도에는 사이좋을 때 아이들끼리 다정하게 안고 찍은 사진을 넣었다.

이것이 비전보드의 시작이었다. 비전보드란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꿈꾸는 것, 바라는 것을 모조리 모아놓으면 그만이다. 나의 비전보드는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왼쪽에는 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돈 사진을 넣었다. 빳빳한 신권은 보기만 해도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현금은 너무 많이 보유하기 힘드니,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금괴 사진도 넣어보았다. 번쩍번쩍한 금덩어리도 역시 갖고 싶었다. 결혼 이후 줄곧 전세를 살며 2년마다 이사를 다니면서 정말 넓고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사진의 절반 이상을 전망이 좋고 넓고 좋은 집 사진으로 꾸몄다. 부자가 되면 좋은 차를 타고, 비행기로 여행을 다니고 싶어서 비행기와 차의 사진을 넣었다. 레몬테라스에 혼수선물 받았다고 자주 올라오는 샤넬백도 한번 매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사진은, 사랑받고 인정받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 한 장 넣어보았다. 끝으로는 가족의 평화와 사랑을 위해 가족사진을 넣었다. 돈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종착지에는 ‘가족의 행복’을 갖고 싶었다. 

2010년 집을 사긴 했지만, 엄밀히 ‘내 집’이라고 할 수 없었기에 더 마음이 조급해지고 각박해졌다. 이후 방송국에서 찾아와서도 많이 찍어가서 언론에도 여러 번 공개되었다. 무려 8년 동안 벽에 붙여놓고 매일같이 보고 있으니 거의 외우다시피 할 정도다. 현금 사진을 매일 봐서 그런지 이제는 실제 현금을 보게 되도 그렇게 낯설거나 떨리지 않는다. 금괴 사진을 매일 보니 실제 금괴를 만져도 크게 기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비전보드는 ‘내가 가질 자격이 있음’을 매일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상상만 하면 마치 저 멀리 꿈속에 있을 것 같은 것들인데, 눈으로 매일 내 것처럼 바라보고 사니 정말 내 앞에 떡 하니 다가와도 놀랍지 않았다.

7년 전 실제 내가 거주했던 집은 물이 자주 새고 곰팡이가 잘 생기는, 재개발을 앞둔 낡은 빌라였다. 그런 환경에서도 늘 좋은 집 사진을 바라보면서 사니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아끼고 모으면 나도 언젠가는 저런 집에서 살 수 있어’라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 나의 환경에 좌절하기보다 미래에 내가 거주할 곳이 어떤 집인가를 늘 꿈꾸었다. 돈이 없어서 당장 살 수는 없어도 모델하우스에 가서 50평, 60평짜리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인테리어 카페에 자주 들어가서 집을 사게 되면 어떻게 예쁘게 꾸밀지에 대해서도 늘 상상했다.

비전보드를 보면 볼수록 이것들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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