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홍석기 칼럼니스트] 죄를 짓고도 뻔뻔하게 강단에 서는 교수도 있지만, 필자는 중·고등학교 선생님을 존경한다. 중·고등학교 교사는 동일한 유형의 학생들에게 평생 한두 과목만 가르친다. 얼마나 힘들까? 같은 내용을 20~30년 동안 가르치는 게 얼마나 지루하겠으며, 개구쟁이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각종 행정 업무를 뒷바라지 하는 게 얼마나 지겨울까?

유치원 선생님과 초등학교 교사들 또한 존경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 어린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노는 걸 가르치면서 학교 다니는 걸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일까? 각양각색의 학부모들의 바람과 성화를 견디기도 어렵고, 수시로 사고치는 남의 애들을 자기 집 애들보다 더 귀엽게 돌보아야 하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기업과 대학에 강의를 하는 강사로서, 하는 일이 힘들 게 느껴지던 최근,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고객들의 요구를 맞추기 힘들어 갈등도 많았다. 그러던 중, 엊그제 교직에 수십 년간 몸담고 있는 친구와 술자리를 같이 했다. 위와 같은 논지로 고등학교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를 존경하고 친구의 직업을 존중한다고 말했더니 그도 산업교육 부문에서 강의하는 분들을 존경한다며 의견을 전해 주었다.

그는, 일반 기업체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려고 공부를 한 적도 없고 강의기법을 배운 적도 없고, 별도의 교육공학이나 교육학을 전공하지도 않고, 교육심리나 직업 상담을 학습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 큰 성인들을 가르치는 산업교육 강사들을 보면 신기하다고 했다. 다양한 기업들의 특색에 맞게, 각계각층의 직업군(群)을 대상으로, 강의 주제도 수시로 바꿔 가면서 강의하는 걸 보면서 위대함을 느낀다고 한다.

다 알만한 성인들은 여간해서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을 텐데, 얼마나 많은 교육과정을 거쳐 보고, 얼마나 많은 강사들을 접해보았을 터인데, 그런 임직원들에게 뭔가 새로운 걸 가르치고, 사람을 변화시키며, 직장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강사들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의 면전(面前)에서야 힘들어 하는 나에게 위로 삼아 하는 칭찬이려니 생각했지만,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도 그럴듯했다.

“그래, 맞아. 그러니 힘들 때도 있는 거지. 내가 신(神)도 아니고, 위대한 교육자도 아니고, 학문을 파고드는 학자도 아닌 것을…”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교수와 학자의 자질과 역량은 같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눈가리개를 하고 어느 고대 필사본의 한 구절을 옳게 판독해 내는 것에 자기 영혼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생각에 침잠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예 학문을 단념하라.”고 권한다.(그의 저서 『직업으로서의 학문』 중에서)

산업교육 분야에서 유능한 강사가 되고 훌륭한 교육자가 되려면, 비즈니스도 해야 하고(Sales and Human Relationship), 학습도 해야 하고(Contents), 강의 기법(Skills)도 향상시켜야 하고, 인품과 성격도(Character & Personality) 좋아야 한다. 얼마나 커다란 부담이며 스트레스인가? 차라리 유능하지 않고, 비범하지 않고, 적절히 밥술이나 먹으면서 오랫동안 버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직장인들과 전문가들의 역량 개발과 기업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 다니는 강사님들을 존경한다.

 

홍석기 칼럼니스트는 기업교육 전문 강사이자 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다. 한국강사협회 3대 회장을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에서 근무했다. (주)스카우트 부사장을 역임했다. 최근 동국대학교 APP과정 “2018 베스트 티쳐 상(Best Teacher Award)” 수상했다. 저서로는 『오늘도 계획만 세울래?』외 4권과 번역본으로 『글로벌코스모폴리탄』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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