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오늘 29일(토) 19시 25분 EBS1에서는 <한국기행> ‘봄, 봄이 오면(1부~5부)’가 재방송된다.

겨울에서 봄으로 흐르는 시간. 눈에 보이진 않지만 봄은 이미 만개했으니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린다. 황량한 겨울을 뚫고 솟아나는 푸른 싹들의 속삭임과 추위가 물러난 바다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마주 앉은 너와 나의 추억 속에 반짝이는 봄. 저마다의 자리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봄 풍경을 만나본다.

<사진=EBS 한국기행>

△ 제1부 바다 너머 봄 마중 : 바다로부터 오는 봄의 길목, 거제도. 겨울에도 따뜻해 그 어느 곳보다 빨리 봄이 찾아오는 거제도는 지금 봄 마중이 한창이다. 거제도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칠천도는 ‘돈 섬’이라 불릴 만큼 풍요로운 황금어장을 가진 섬이다. 짙푸른 바다가 연둣빛 봄빛으로 물들면 60년 경력의 해녀 김성량 씨는 동료들과 함께 봄 바다로 나간다. 해녀들이 찾는 건 다름 아닌 해삼. 겨우내 살찐 해삼은 향과 맛이 뛰어난 봄 바다의 선물. 그 보물을 따러 봄 마중 나가는 칠천도 해녀들을 따라간다. 

거제 외포항 앞바다에서는 어부 정수근 씨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찾는 봄은 다름 아닌 봄 도다리. 2월 금어기가 끝나고 올해 첫봄 도다리 조업에 나선 것인데, 봄 도다리가 맛있는 이유인즉슨 겨울 산란기를 끝내고 다시 살이 올라 기름지고, 고소해서란다. 오랜 기다림 끝에 하나, 둘 올라오는 봄 도다리에 사나이 가슴이 설렌다.

봄 도다리 잡았으니 쑥국이 빠질 수 없다. 이날을 기다리며 텃밭에 쑥을 키워온 박정애 씨는 싱글벙글. 싱싱한 봄 도다리에 향긋한 쑥을 더한 시원한 국물이면 겨우내 깔깔했던 입맛 돋우는데 최고라고! 봄이면 다른 생선들보다도 도다리가 최고라는 거제도 사람들. 그들의 봄 마중, 도다리쑥국을 맛본다.

<사진=EBS 한국기행>

△ 제2부 내 인생 최고의 봄날 : 사계절 따뜻한 거제도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예구마을의 공곶이. 바다로 툭 튀어나온 지형 때문에 거룻배 ‘공’자와 바다로 뻗은 땅이란 뜻인 ‘곶’자를 써서 ‘공곶이’라 불리는 땅이다. 그 푸른 바다와 맞닿은 곳에 강명식(90) · 지상악(86) 부부가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정원을 가꾸며 산다.

겨울이 막 지난 이맘때 가장 바쁘다는 노부부. 찬바람 맞고 피기 시작한 수선화 꽃밭에 찾아든 불청객을 막기 위해서라는데. 하루라도 김매기를 게을리하면 잡초가 금세 수선화를 덮는 통에 오늘도 노부부는 호미 하나 들고 봄이 만개한 수선화 꽃밭으로 향한다.

한가진 봄날의 오후는 부부가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때. 여든여섯의 아내는 늘 그랬듯 바다로 낚시를 하러 간다. 아내에게 바다는 살림 불려주던 곳간이자 휴식처. 이 바다에서 아내가 꽁꽁 얼었던 마음 풀어놓는 사이 집에 남은 남편은 아내가 널어놓고 나간 김을 걷고 모종을 손질하며 다시 찾아온 봄을 준비한다.

전국을 떠돌던 부부는 결혼 12년 만에 아내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수풀 우거졌던 야산을 개간한 지 50년. 손으로 땅을 일구며 나온 돌무더기는 멋들어진 돌계단이 되었고 그 돌 틈 사이에 가지를 꺾어 심은 동백은 아름다운 숲을 이뤘다. 돌이켜보니 그저 꿈같은 세월. 함께이기에 이룰 수 있던 인생의 봄날, 생애 최고의 행복이었다.

<사진=EBS 한국기행>

△ 제3부 봄바람 불면, 청산도 : 전라남도 완도 끝자락에 자리한 청산도. 사시사철 푸른 이 섬에 초록빛 더해 줄 봄이 찾아왔다. 평생 소로 밭을 일구며 살아온 최병천 할아버지는 태어난 지 열흘 된 송아지와 어미 소, 누렁이를 데리고 청보리밭으로 향한다. 불어오는 봄바람 맞고 청보리가 커 갈수록 송아지도 쑥쑥 자랄 터. 할아버지에게도 어린 송아지에게도 봄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귀어 10년 차, 이병천 씨가 가족들과 함께 아침 바다로 나간다. 청산도 앞바다를 가득 채운 봄 전복을 수확하기 위해서다. 사철 나는 전복이지만 특히 겨울을 보낸 봄 전복은 거센 물살 덕분에 육질이 단단해 이 계절, 가장 맛이 좋을 때다. 아직 찬 기운 머금은 봄바람이지만 섬사람들에게는 돈 벌어주는 고마운 존재. 덕분에 청산도의 삶은 뜨겁다.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삼총사, 조수엽 · 백미선 · 이미숙 씨가 오늘 봄맛 제대로 느껴볼 작정이다. 수확이 한창인 봄동밭에서 봄동도 캐고 봄물 든 갯가에서 통통하게 살 오른 고동과 게를 잡으며 봄을 만끽한다. 봄의 푸르름을 머금은 봄동과 냉이, 톳으로 차려낸 봄나물 한 상. 언제 오나 기다렸던 봄이 어느새 입안에 가득 피어난다.

<사진=EBS 한국기행>

△ 제4부 봄맛은 행복이어라 : 아홉 가구가 모여 사는 작지만 아름다운 섬, 경남 거제 내도. 동백꽃이 한창인 초봄의 섬은 1년을 쉬어가는 때. 이때면 내도 사총사 최옥선, 신필옥, 조둘자, 이향옥 씨는 봄 소풍을 떠난다. 갯가에서 잡은 군소와 톳으로 소풍날 빼놓을 수 없는 김밥도 말고. 동백꽃으로 예쁘게 화전 부쳐 숲으로 향하는데. 에메랄드빛 바다를 발아래 펼쳐놓고 즐기는 봄 소풍 행복이 별건가, 바다가 주는 봄맛이 행복이라는 그녀들! 함께한 자리마다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충남 부여의 작은 마을, 신방골. 이 골짜기 터줏대감 조성자 씨가 아들과 함께 벌 깨우기에 나섰다. 일 년 농사를 시작하는, 가장 큰 봄맞이라는 벌 깨우기. 겨우내 꽁꽁 닫았던 벌통을 열어 화분과 설탕으로 반죽한 화분 떡 얹어주면 겨울잠 자던 꿀벌들이 금세 힘을 되찾고 날아오른다. 벌들에게도 이제 봄이 시작된 것이다. 일 년 농사를 시작한 오늘 잔칫날에 음식이 빠질 수 있을까. 조성자 씨가 초봄이면 해 먹던 추억의 음식, 움파 산적을 만든다. 베어낸 파 줄기에서 다시 자란 ‘움파’는 일반 파보다 연하고 단 봄맛. 텃밭에서 캐 심심하게 무친 봄 냉이와 향긋한 달래 된장찌개까지 상에 오르니 봄은 참 맛있는 계절이다.

<사진=EBS 한국기행>

△ 제5부 섬진강에 추억이 꽃핀다 : 봄바람 살랑이자 어린 시절 섬진강에서의 추억이 그리워 김용민 · 김용구 형제가 고향인 경남 하동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형제는 천둥벌거숭이 시절을 보냈다. 그 기억을 지도 삼아 지금도 눈 감고 다닐 만큼 섬진강 일대를 훤히 꿰고 있다는 형제. 차가워 보이는 강 속 바위 밑에는 징거미들이 꿈틀대고 강물 속을 훑어낸 족대 안에는 살 오른 피라미들이 수북하다. 망사리 가득 섬진강의 선물이 차오를 때마다 형제의 추억도 한 페이지씩 늘어간다.

아들만 다섯인 집안의 첫째와 둘째라는 형제는 봄이면 어머니와 함께 온 산을 누비며 나물을 캤다는 나물 캐기 선수들이다. 집 뒷산 텃밭에서 하수오 옮겨심기를 하던 형제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쑥부쟁이. 섬진강 고향 마을에서는 쑥보다 향과 맛이 더 진한 이 쑥부쟁이를 봄나물 중 최고로 여겼다. 그리고 형제의 눈앞에 보물처럼 나타난 2m가 넘는 먹칡은 깊은 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한 봄의 선물. 달큰한 칡 한입에 또다시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추억. 형제에게 봄은 그리운 시절이자 다시 올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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