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효석 칼럼니스트] “궁금의 기술은 인간관계의 필수 능력이다.”

성남에는 모란시장이 있다. 지금도 오일장이 열리는 모란장은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터였다. 그때 장이 열리면 어김없이 약장사가 왔다.

약장사는 약을 팔기 전에 먼저 풍부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차력하고, 불 뿜고, 돌 깨고…. 이런 식으로 먼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다. 사람이 어느 정도 모이면 차력사들은 퇴장하고 약장사가 등장한다. 그때 약장사가 제일 먼저 하는 첫마디는 항상 이랬다.

“애들은 가라!!”

전국의 약장사가 모두 똑같이 하는 말이다. 그들이 이런 말로 시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첫째, 아이들은 매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엉뚱한 말로 훼방을 놓는 일이 더 많다. “에이, 저거 엄마가 사서 먹었는데 아무 소용없었어요!” 간혹 이렇게 말해서 분위기를 깨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먼저 영업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엄포를 놔서 기를 죽이기 위해서 “애들은 가라!”고 외치는 것이다. 현대의 마케팅도 동일하다. 모든 고객이 다 고객이 아니다. 가능성 없는 고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둘째, 성인들에게 묘한 호기심을 심어 준다. ‘애들은 가라고? 그럼 어른들만 보는 뭐 특별한 것이 있나?’ 그 자리에 모인 청중은 차력을 보러 모인 것이지 약을 사러 온 사람들이 전혀 아니다. 약장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먼저 “애들을 가라!”고 외침으로써 청중에게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바로 떠나지 못하도록 발길을 잡아 두는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그 다음에 약장사는 주위에 모인 어른들을 향해 상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멘트를 날린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에요!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러분들에게 특별한 것을 공개하겠습니다. 김 양아!”

그러면 야한 옷을 입은 아리따운 처녀가 무언가를 들고 나온다. 상자는 천으로 덮여 있다. 김 양은 그 상자를 다 보여주지 않고 반만 공개한다. 거기에는 구렁이 꼬리만 보인다. 약장사의 감칠맛 나는 멘트가 이어진다. “이 구렁이로 말할 것 같으면 전 세계에서 단 한 마리밖에 없는 대가리가 두 개인 황구렁이야. 예로부터 집 안에 구렁이가 발견되면 죽여야 해? 풀어줘야 해?”

이렇게 청중의 대답을 유도하며 더욱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렇지 풀어줘야지. 그 구렁이를 잡으면 집 안에 큰일이 나. 구렁이는 영물이거든! 그런데 들어는 봤나? 대가리가 두 개인 황구렁이. 예로부터 대가리 둘 달린 황구렁이는 영물 중의 영물이어서 눈을 마주 보기만 해도 병든 사람을 벌떡 일어나게 하고, 애 못 낳는 사람이 애를 낳고, 공부 못하는 아이가 전교 1등을 한다는 전설이 있어. 내가 오늘 몇 분에게 살아있는 그 눈을 보여드릴 테니 가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 봐!”

그리고 혁대를 풀러 뱀처럼 내민다. 사람들은 대가리가 둘이라는 황구렁이를 구경하기 위해 자리를 뜨지 못한다. 이 얼마나 완벽한 궁금의 기술인가? 그때부터 약장사는 맘 놓고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가며 약에 대한 선전을 시작한다.

“잠시 기다리시는 동안 내가 기가 막힌 약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리산에서 어쩌고저쩌고…. 어이, 아저씨 하체가 불안하게 생겼는데, 보아 하니까 오줌발도 안 서지? 집에 가서 마누라가 목욕만 하고 와도 겁이 나서 밖으로 나오지? 이거 한번 먹어 봐. 오줌 쌀 때 요강 쓰지 마. 요강이 박살이 나! 오줌이 담장을 넘어가! 전봇대 뽑아서 이를 쑤셔….”

이럴 때 옆에서 바람잡이 하는 사람이 끼어든다. “어이, 아저씨. 여기 하나 줘 봐.” 그러면 이쪽저쪽에서 바람잡이들이 “여기도 줘 봐.”라고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약 파는 시간이다. 이미 시간은 상당히 지나 청중들의 머릿속에 황구렁이 이야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자기도 모르게 약장사 수단에 빨려들어 어느새 손에는 약 봉지가 들려 있다.

약장수의 궁금 마케팅 전략은 지금도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 참고자료 : 김효석&이경우&이승훈의 『OBM 설득마케팅(일월일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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