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한상형 칼럼니스트] 이제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상품들은 어느 정도 포화상태다. 익숙함과 평범함 속에 숨어 있던 사람들의 욕구를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늘 보던 것에 다른 어떤 것을 연결해서 새로운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4년 대한민국을 달리기 시작한 귀여운 버스, 타요 버스는 단숨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시내버스에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의 캐릭터로 만들어낸 버스다. 서울시가 대중교통의 날을 기념해 시행한 타요 버스 캠페인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4대만 운영하려 했지만, 인기가 많아 곧 몇 백 대가 서울 도심을 질주하게 되었다. 타요 버스 캠페인은 엄청난 아이디어도 아니고, 창의적인 발명품도 아니다. 유치원 버스처럼 흔한 시내버스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연결한 아이디어였다.

<사진=EBS>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융합(融合)의 시대다. 융합이란 하나로 합치거나 경계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하나가 된다는 포괄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서로 다른 제품 간, 비즈니스 모델 간의 결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IT제품은 물론 생활가전,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서 골고루 서로 섞고 합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짬짜면, 짜파구리까지 나온 걸 보니 실생활에서도 융합하려는 현상이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세시대 메디치(Medici) 가문은 피렌체로 세상의 온갖 창의적인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서로 다른 재능과 지식을 갖춘 예술가, 과학자, 시인, 철학자, 건축가들을 초청해 서로 만나 교류할 수 있게 했다.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창조와 혁신의 르네상스가 탄생했다. 경영 컨설턴트인 프란스 요한손은 그의 저서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에서 각기 다른 영역과 배경,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때 혁신활동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메디치 가문의 예처럼 이질적 역량이 융합되면 창조와 혁신의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잘 융합될 때 최고의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창의성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알아보는 실용적인 방법 중 하나로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란 과정이 있다. 다른 말로 ‘역설계 과정’이라 한다. 이것은 어떤 장치나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한 과정이다. 즉 훌륭한 프로그램이나 신제품이 나오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완성품을 해체해서 분석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참고한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미술 선생님이 초등학생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미술 시간이에요. 오늘은 목장 풍경을 한번 그려 보세요!”

그러자 아이들이 일제히 “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그림을 보고는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다 한 아이의 자리에 간 선생님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도화지는 백지상태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당황하며 물었다. 그러자 이 초등학생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답변했다.

“넌 어떤 그림을 그린 거니?”

“풀을 뜯는 소의 그림이요.”

“그런데 풀은 어디 있니?”

“소가 다 먹었어요.”

“그럼 소는?”

그러자 그 아이가 대답했다.

“선생님도 참! 소가 풀을 다 먹었는데 거기 있겠어요?”

유머이긴 하지만 이 초등학생의 대답은 역설계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완성품인 백지 상태의 도화지가 어떻게 그려진 것인지를 말하기 위해 소가 풀이 뜯어 먹은 모든 과정을 반대의 순서로 설명하고 있다.

역설계 과정이 가능하려면 분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신제품에는 완전히 새롭고 신비로운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술이 사용됐지만 새로운 조합이 신비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창의성 또한 지금의 상태를 조금 더 새롭게 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