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눈으로 바라본 기업과 경영

[한국강사신문 김순복 기자] 한경사는 가천대학교 조성준 교수의 기업과 경영 욕망의 역사를 출간했다.

인류의 역사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삶을 실현하려는 원초적인 욕망을 추구해 온 과정이었다. 기업은 그러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과 노동을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집적시키기 위해 고안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었고, 경영은 기업의 사용매뉴얼로 개발되고 진화되어 왔다. 기업과 경영의 어제를 반추하고, 오늘을 탐구하며, 내일을 전망하는 이 책 [기업과 경영: 욕망의 역사]는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욕망의 성취와 좌절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가천대학교 조성준 교수가 최근 출간한 [기업과 경영:욕망의 역사]는 인류가 고안한 경제적인 제도이자, 사회적 제도로 발전해 온 기업의 기원과 진화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기업은 근대와 자본주의의 산물이지만, 그 기원은 물질적인 만족을 추구했던 인류의 근본적 욕망과 맞닿아 있었다는 것이다. 생산력의 발전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유무형의 재화를 더욱 손쉽게 생산할 수 있게 하였으나, 이와 더불어 인간의 필요와 욕망 역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되었다. 이렇듯 고도화 되어가는 욕망을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생산의 과정이 체계화, 조직화 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 되었다. 기업은 안정된 생산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사회적 제도로 탄생하였다.

생산과정의 복잡성은 분업을 촉진시켰다. 아담스미스가 프랑스 핀 공장에서 관찰했던 것처럼, 인간의 노동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분업의 조직화를 통해 생산성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이는 수평적 형태의 분업이었다. 한편, 이렇게 분화된 노동은 누군가에 의해 조정, 통제, 결합되어야 했는데, 이를 위해 수직적 형태의 권한과 명령의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처럼 기업은 수직적 분업과 수평적 분업이 결합된 사회적 조직체로 오늘날까지 유지되어 왔다.

자본과 시장은 기업이라는 사회적 조직체를 탄생하고 성장하게 한 젖줄이었다. 기업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자본을 끌어 들여 몸집을 키웠고, 이렇게 불어난 몸을 지탱하기 위해 고객과 사업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시켜야 했다. 기업이 추구했던 확장의 욕망은 미지의 신대륙을 향해 배를 타고 대서양을 항해했으며, 산업혁명 이후 전국의 구석구석 까지 연결된 철도와 전신망을 통해 실현 되었다.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욕구를 속속들이 발굴하여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제도에 열광하였고, 유한책임 제도의 보호막 하에서 자신들의 재산과 인생을 맡겼다. 한마디로 기업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욕망을 실현시켜 온 사회적, 경제적 제도였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기업이라는 제도 속에서 세 가지 중요한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는 소유주와 경영자의 관계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작업 및 노동의 양적 확대가 심화되면서 기업은 경영이라는 전문적 기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잘못된 의사결정 하나가 수십년간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기업의 자본적 소유주들은 자신들의 부를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줄 능력 있는 전문가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였으며, 이들 전문 경영인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명령과 통제의 권한을 부여하였다. 자본적 위험의 감수 없이 오직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통해 수직적 분업의 정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전문 경영인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소유경영자가 지배했던 포드를 꺾은 GM의 알프레드 슬론이나 GE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웰치의 사례는 전문 경영인의 능력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신화로 자리 잡았다.

둘째는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이다. 산업혁명의 초기였던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 까지만 해도 고용주와 노동자는 대립과 투쟁의 관계였다. 하지만,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프레데릭 테일러는 이러한 억압적, 착취적 관계 하에서 생산성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에 협조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 즉, 엄격한 과업관리과 차등성과급에 기반한 과학적 관리 방식을제시하였다. 이는 호손실험을 거치면서 등장한 인간관계론과 상호 경쟁하면서 오늘날 까지 주요한 노동의 관리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셋째는 기업과 소비자 간의 관계이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시대의 소비자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제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전후 더욱 치열해 진 경쟁 상황 하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증가하였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욕구를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채워줄 수 있는 기업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지위로 역전되었다. 기업은 이제 소비자의 욕망을 먼저 읽어야 했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광고와 브랜딩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만 했다.

저자는 정보통신의 비약적인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의 파도 속에서 오늘날 기업의 개념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시장거래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평적 분업과 수직적 통제를 조직 내에서 제도화 시킨 근대적 기업은 오히려 조직의 유지와 관리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전통적인 개념의 기업의 해체가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시장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기업의 소멸로 이어지리라는 전망에는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유한성과 대비되는 기업의 영속성 때문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추구하는 인류의 욕망이 소멸하지 않는 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기업이 담당해야 할 숙제들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저자 조성준교수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고, 미네소타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인사·노사 전공으로 석사, 인적자원개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 학위 취득 이후 미국 유티카대학(Utica College) 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가천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채용과 성과평가, 인적자원개발, 경영사 분야를 중심으로 강의와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의 인재경영: 제도와 트렌드」, 「경력개발」, 「NCS 시대의 진로지도」, 「경영학으로의 초대」, 「전환기의 HRD, 연구의 흐름을 읽다」 등의 저서를 출간하였고, 경영학 교육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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