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서연의 공간이야기

[한국강사신문 엄서영 칼럼니스트]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난 그것을 통해 무소유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인간의 역사는 소유사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한 구절이다. 법정스님은 불교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불교운동을 실천한 인물이다. 심오한 불교 정신을 인간의 삶에 빗대어 아름다운 문체의 많은 글을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요즘 인테리어의 기본을 ‘비우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인테리어라는 ‘실내 장식’의 기본은 적당히 비워진 상태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본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어느 성인의 말처럼 비움이 시작이다. 이런 비움의 사상을 반영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몇 년 전부터 유행이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최소를 뜻하는 '미니멀(minimal)'과 '주의'라는 뜻의 '이즘(ism)'이 결합한 용어로 ‘최소한 주의’를 말한다. 오로지 사물의 본질과 핵심만을 전달하는 미니멀리즘은 단순하고 간결한 것을 추구한다.

절제와 최소의 것을 취하는 미니멀리즘은 동양사상과도 일치한다. 동양의 그림은 검은색 먹으로 그림을 그리고 나머지 여백은 종이로 남긴다. 그에 반해, 서양은 그림을 그린 빈 여백을 흰색의 그림물감으로 채운다. 이렇게 생각과 표현이 다른 서양에서도 동양의 무소유 사상을 바탕으로 한 미니멀리즘이 주목받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당신의 삶에서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제거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이를 통해 당신은 행복과 충만함, 그리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미국에서 '미니멀리즘'이라는 새로운 유행을 불러일으킨 조슈아와 라이언은 미니멀리즘에 대해 자신들의 웹 사이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삶에서 풍요로움을 맛보며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며 물질의 풍요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행복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미니멀리즘 생활의 시작이다.

행복을 물질의 풍요에서 찾았던 관점을 물질과 생각을 최소화시킨 무소유의 삶으로 바꿨다. 그러자 삶이 더욱 행복해졌다. 집에 인터넷과 전화 없이 두 달 동안 살아보고, 1년간 소유하기 위한 물건을 전혀 구매하지 않았다. 집에 텔레비전 없이 살아보기도 하고, 목표 없이 살아보기도 했다. 약 2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그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함께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인테리어에서 공간을 채우는 것은 구조물을 설치하고 가구를 배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그런 행위 말고도 공간을 채운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침실에 필요한 침대와 그 침대의 침구 수납장, 침실과 연결된 화장실의 샤워시설에 필요한 소모품이 수납을 기다린다. 가구와 함께 부가적인 새로운 가구가 생겨난다. 그러니, 비워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는 작정하고 버려본 사람만이 잘 안다.

하지만, 가져보지도 못한 세상의 수많은 신기하고 멋진 도구를 아무 생각 없이 버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우리 뇌를 자극하는 광고와 넘쳐나는 시제품이 하루가 지나면 쏟아져 나온다.제품의 홍수에서 나를 지키고 무조건 참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다행스런 것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경제의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빌리고, 함께 소유하며 제품을 쓸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제개념이 생긴 것이다 에어 비 앤 비처럼 내가 소유해 보지 못한 멋진 집부터 우버나 쏘카처럼 내가 타보지도 못한 멋진 고급 차까지 다 경험해볼 수 있다. 새로운 세대는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가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며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 것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경험하며, 포기할 것은 당당히 포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다. “삶을 디자인한다!”라는 말이 있다. 내 삶의 태도가 내 생각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다. 삶은 태도의 결과물이며, 행복은 평생의 목표다. 행복이 내게서 멀리 있다고 생각되면, 삶을 다이어트 해보자! 궁핍이 아닌 절제의 삶이 당신 공간을 그리고 당신 마음을 정화해줄 것이다. 그리고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법정스님은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큰 의미를 우리 삶에 적용해보자! 지금 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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