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민아미 기자] 작년 10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된 ‘2019 INAS GLOBAL GAMES'에서 한국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팀은 본 대회 참가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본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윤종성 감독은 전 국가대표 조정선수 출신으로 현재 ㈜로잉프로 대표이사이다. 윤감독은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체육학 학사, 스포츠코칭으로 체육학 석사를 마친 후 특수체육 전공으로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서울로잉클럽의 감독과 서울장애인조정연맹의 전무이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 국민이 조정하는 그날까지”라는 구호로 조정 교육 및 사업을 하고 있는 윤종성 감독을 만나보았다.

▲ 다소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조정 감독으로서 ‘INAS GLOBAL GAMES‘를 마친 소감을 말해주세요

INAS GLOBAL GAMES는 전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진 1천여 명의 발달장애 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 발달장애인 종합 선수권대회’입니다. 4년마다 개최되는데 조정 종목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조정에서 단체전 금메달 1개, 개인전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 총 5개 메달을 획득하면서 47개국 중 한국이 종합순위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사진출처=로잉프로(RowingPro)>

당시 개막식 퍼레이드에서 제가 기수 역할을 맡았는데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브리즈번 시내를 돌며 각국 선수들과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많은 교민들, 유학생들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박수와 환호를 크게 해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제가 과거에 국가대표 조정선수였고,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많았습니다. 이번 INAS GLOBAL GAMES 같은 큰 국제대회에서 조정 감독으로서 사회 공헌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기분 좋습니다.

▲ 어떻게 금메달을 딸 수 있었는지요, 대회 이야기를 해 주세요

우선, 이 대회 개최 기간이 국내 장애인 전국체전과 겹쳐 우수 선수들을 선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조정에만 10개 이상의 금메달이 걸려있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수상경기 출전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도 있었기 때문에 주력 종목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실내조정경기의 혼성 릴레이 종목의 입상을 목표로 했습니다. 릴레이는 총 2,000m를 4명의 선수가 탑승하고 500m씩 나눠 경주를 합니다. 릴레이는 장거리 경기이지만 1인 선수의 입장에서는 단거리인 셈이죠. 그래서 고강도 단거리 훈련으로 릴레이뿐만 아니라 개인전에서도 입상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우선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매일 10km 달리기 그리고 유사 실전 환경에서의 고강도 훈련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체력적인 부분 외에도 장애인 선수들에게 포부 있는 용기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는데요, 선수들에게 ‘코치가 아무리 훌륭해도 출전은 선수들이 합니다. 결국 선수가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자신감을 키워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브리즈번에 도착해서는 의외의 복병을 만났습니다. 주최 측이 제공한 식사가 문제였는데요, 매일 식사로 먹는 ‘샌드위치’는 선수들 입맛에 맞지 않아 몸 상태가 최악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들을 위해 브리즈번 한인회와 교민들이 한식을 제공해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사진출처=로잉프로(RowingPro)>

▲ 조정(로잉) 운동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조정경기는 근대올림픽 1회 종목에 채택되었을 만큼 역사가 깊은 스포츠입니다. 국내에서는 70년대 중반에 엘리트 선수들이 육성되기 전부터 전국 대학에서 동호인 조정선수들이 활동했습니다. 이후에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조정경기가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졌어요. 조정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아~카누?’라고 알고 계시는데, 마치 테니스와 배드민턴을 같은 종목이라고 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조정이 수상경기라서 일상과 멀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요즘 헬스장 가면 조정 원리를 담은 운동기구, ‘로잉머신(rowing ergometer)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머신을 이용한 스크린 조정경기를 ’실내 조정경기‘라고 부르고 이 종목도 역시 정식 국제 대회가 있습니다.

<사진출처=로잉프로(RowingPro)>

로잉이 운동효과가 뛰어난 이유를 말씀드리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에너지 소모가 가능한 전신 운동이라는 점입니다. 시트에 앉기 때문에 관절에 부담이 덜 하고 안전하게 모니터를 보면서 운동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고, 재활운동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 윤 감독님은 조정 국가대표이셨습니다. 그 이야기가 궁금해요

‘조정’ 종목을 선택한 건 단순한 호기심, 설렘이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키가 188cm였고, 배구, 축구, 야구 등 감독님들로부터 운동선수 제의를 자주 받았어요. 운동은 하고는 싶었는데 기초가 부족한 일반 학생이 전문 운동선수가 되려면 유급을 한다거나 제약이 있었습니다. 저는 유년 시기부터 꿈이 국가대표 운동선수와 체육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서 뒤늦게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조정에 입문했습니다.

<사진출처=로잉프로(RowingPro)>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운동이 힘들고 자신감도 낮아져서 숙소를 도망친 적도 있어요. 조정은 마라톤에 버금갈 만큼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요. 몸이 힘든 것은 둘째 치고 심리적 부담도 컸어요. 한 배에 나란히 탑승해서 배가 등 뒤로 향해서 가는 조정 종목의 특성상 포지션 매우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저의 역할이 중요했었죠. 당시 코치님께서 “너는 지금만 잘 견디면 대학 가서 국가대표도 되고 크게 성공할 수 있으니 좀 참아봐라”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 듣고 잘 견뎌서 청소년대표에 선발되었고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출전한 첫 국제대회가 1994년 제12회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입니다. 그 코치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에 1996년에 중국 항주에서 열린 로잉 콘테스트에 출전했고 2018년에는 전 세계의 조정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마스터즈 조정대회’ 출전을 위해서 미국 플로리다에 다녀왔습니다.

지도자로서는 서울대학교 조정부의 코치로 ‘동경대 100주년 기념대회,’ ‘상해 세계대학 조정대회,’ ‘하얼빈 세계대학 조정대회’를 출전한 경력이 있습니다. 

▲ ‘로잉프로’ 회사 대표이신데, 조정 사업가로서의 일을 소개해 주세요

아이비리그 입학을 준비하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서울로잉클럽’을 창단하면서 회사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유명 글로벌 기업의 인사팀 사원들에게 조정경기를 활용한 강의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었고, 독일계 자동차 회사를 시작으로 기업교육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이때 ‘㈜로잉프로‘의 전신인 ‘(주)지오캐치’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후에 민간이나 공공기관의 사원 교육 중에서도 ‘팀 빌딩’과 임원 대상의 ‘리더십’ 강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정은 이타적인 종목이면서 스타플레이어가 없어요. 한 배에 나란히 탑승한 순간부터는 모두가 ‘하나의 생각’으로 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조정의 특성을 살려 ‘가족 조정체험’이나 ‘청소년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일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신가요

사업 초기에 정말 많은 회사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매출도 늘고 사무직원도 채용하면서 급성장했는데, 이때 기업교육 분야에서 사원들의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고갈될 시점이었나 봐요. 경기도 한 연수원에서 ‘집 짓기’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어요. 팀 빌딩을 하는 업체와 제가 공동으로 사원 교육을 했는데 그분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동영상으로 찍어 강의를 중단시킨 적도 있어요.

기업교육 시장의 강사들의 도덕성이나 직업윤리의식이 문제가 될 때가 많아 심각합니다. 저희 프로그램을 회사에 연결해 주는 컨설팅 업체들이 저의 노하우를 훔쳐 본인들이 직접 영업하고 행사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저에게 강의를 의뢰하고 협업 한 후에 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서는 본인들이 전문가라고 영업하는 분들이 넘쳐났고 결국 법적 소송도 했습니다. 심지어 ‘로잉’이 들어가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어 전문가 행세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분들은 기업교육 강사들이지 조정을 전공한 분들은 아니거든요.

당시 제가 운동선수로서 사회경험이 부족했었고, 비전공자들이 저를 흉내 낼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막심했죠. 그래서 저는 2019년에 법인명을 ‘지오캐치’에서 ‘로잉프로’로 바꾸고,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는 저가 상품을 온라인에 등록해서 더 열심히 회사 홍보를 했습니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레시피는 훔쳐도 그 맛은 훔칠 수 없다’고 하죠. 저는 그런 비전문가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을 개발해서 변화관리, 갈등관리, 리더십 등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단계를 넘어서는 조정 스포츠의 의미를 담고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현재 조정사업 외에도 다방면으로 강의를 하고 계시죠

운동선수와 지도자를 대상으로 ‘스포츠 윤리’와 ‘운동선수 진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운동선수들은 또래 학생들보다 이른 나이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시작하고 빠르게 목표 달성하고 성공을 이루기도 합니다. 혹은 부상으로 더 일찍 은퇴하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20대와 30대에 ‘은퇴’라는 무거운 단어를 접하는 운동선수들은 윤리적으로 옳은 선택과 판단을 배워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또 다른 생애 주기를 준비하고 적응하도록 취업과 창업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보람된 순간은 언제이신지요

조정 은퇴선수들을 강사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선수가 아닌 조정 강사로서 열성적으로 지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후배 운동선수들이 은퇴 후, 운동부 코치로 진출하는 것을 돕거나, 혹은 회사, 직장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돕는 것 등 이 모든 것들이 저에게는 보람된 일입니다.

덧붙인다면, 동호인 클럽 선수들이 해외 명문 대학으로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기업교육 분야에서 사원들이 조정 체험과 연수를 통해 실제로 더욱 단합되었다는 평가를 해주실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고등학교로 찾아가서 조정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선생님들께서 ‘우리 애들이 이렇게 열심히 땀을 흘리며, 서로 응원하고 즐거워할 줄 몰랐다’고 감탄하시면 저도 마음이 뿌듯합니다.

왼쪽 윤종성 감독, 오른쪽 민아미 기자

▲ 앞으로의 포부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조정이 레저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국내에서는 ‘조정’은 운동선수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저와 함께 하는 분들은 모두 알고 있는, 제가 만든 구호가 있습니다. 바로 <전 국민이 조정하는 그날까지!>입니다. ‘조정’을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문화로 만드는 것, 바로 국가대표 출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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