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버터플라이의 심리칼럼

[한국강사신문 안유선 칼럼니스트]  "예전엔 괜찮았는데 지금은 못 참겠어요. 잠을 자려고 누우면 소리 지르던 사장 얼굴이 떠오르죠. 내가 그런 취급을 당할 이유가 없는데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스트레스 잔고가 늘어나고 있는 직장인 서인숙 씨(35, 가명)의 이야기다.

당신 통장에 얼마가 있는가? 들어온 돈에서 나간 돈을 빼보니 얼마쯤 되겠다 떠오르는 숫자가 있을 것이다. 한편 당신의 스트레스 잔고는 어떠한가? 여기저기서 받은 스트레스에서 해소된 스트레스를 어림잡아 빼보자. 친구들과의 수다, 퇴근 후 한 시간의 운동, 애인과 먹었던 미트소스 스파게티는 스트레스 잔고를 줄여준다. 스트레스 잔고는 적을수록 좋다. 당신의 스트레스 잔고는 바닥이 보이는가 아니면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가.

앞서 말한 서인숙씨는 회의에서 직원들의 직무태도를 나무라며 소리 지르던 사장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다혈질인 사장이 직원들에게 감정조절을 못하고 폭언을 퍼붓는 모습은 입사 8년차인 인숙씨에게 낯설지 않다. 오히려 회의 시간이 너무 조용하면 무슨 일인가 싶다. 사장이 소리 지르는 모습이 거슬리기 시작한 것은 친정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부터다. 사업은 날로 어려워지는데 아버지 주위에는 돕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 예전엔 아버지를 따르던 사람들마저 아버지를 무시하는 것 같다. 인숙 씨는 사장의 호통 소리에 예민해지고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자 나에게 전화 상담을 신청했다.

인숙 씨는 갑작스럽게 많은 스트레스를 감당하게 되었다. '스트레스(stress)'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stringer'로 팽팽하게 죄다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18세기 이후에는 힘, 압력, 물리적 압박을 갖는 존재로 쓰였다. 요즘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모든 외부 자극을 의미한다. 상담실에 있다 보면 예전엔 아무렇지 않던 것이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소한 것에 예민해지는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양이 커졌다는 말이다.

인숙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인숙 씨는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무시당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은 인숙씨와 사장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사장의 호통이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장의 호통과 자신을 무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말이다. 대인관계에 있어 부정적인 생각은 다른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총량은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다. 매 순간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의 양이 늘 같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나쁜 일이 생기면,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늘어난다. 이때는 적극적인 관리가 필수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방심하다 보면 몸과 마음은 병들기 시작한다.

스트레스 관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첫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둘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사장의 호통 소리와 친정아버지의 사업 문제는 스트레스가 되는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인숙 씨의 노력으로 줄이거나 없앨 수는 없다. 만약 인숙 씨가 스트레스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사장에게 불만을 털어놓거나 친정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려 한다면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직접 줄이기가 어렵다면 새로운 해소법을 개발해야 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더 자주 또 새로운 방법으로 관리해야 한다. 전화 상담을 마치며 인숙 씨에게 세 가지를 일러주었다. 첫째,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과 그렇게 만드는 사람으로부터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라는 것이다. 즉 문제의 원인을 내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울수록 객관적으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둘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셋째, 관계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인숙 씨는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 왜 화가 많이 났는지 알게 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방법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는 원인을 찾아 미리 차단하는 사전적인 대처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스트레스를 받은 후 부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후적인 대처법이다.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것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스트레스 잔고다.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스트레스부터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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