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대략 1,700년이 흘렀다. 그간 불교는 신앙으로, 왕권의 버팀목으로 혹은 호국의 방패로 우리 역사의 영욕을 함께했다. 그런 만큼 불교를 빼놓고는 한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비단 역사만이 아니다. 지금도 쓰이는 ‘이판사판’이니 ‘야단법석’이니 하는 말에서 보듯 불교문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불교를 잘 모른다. 2011년 현재 불교 종단 수는 265개,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만 조계종을 비롯해 20여 종단이 소속되어 있지만 그렇다. 이들 종단이 어디서 유래했고, 그 진체는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저서 <한국불교사(푸른역사, 2020)>는 촘촘하다. 1부 ‘삼국시대-불교의 수용’에서 8부 ‘현대 한국 불교-산업사회시대 불교의 지향’까지 시대를 나눠 불교와 왕실, 정치적,사회적 역할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예컨대 백제 무령왕이 겸익을 인도에 보내 계율학을 배워오도록 했다든가(71쪽), 신라 법흥왕과 진흥왕이 일시적으로 출가하는 사신捨身을 행한 사실 등, 어지간한 한국사 마니아라도 접하기 힘든 사실이 실렸다.

또한 입체적이다. 사상과 경제, 문화 다양한 측면에서 불교사를 다뤘다. 한국 불교의 거목 원효의 일심사상, 화쟁의 원리를 풀어주는가 하면 “7세기 전반의 활력 넘치던 신라 불교계를 이끈 자장慈藏은 고요한 곳에서 홀로 수행하고 마른 뼈를 관찰하여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는 고골관枯骨觀을 닦는 등 전통사상에서 출발하여 계율 중심의 불교로 나아갔다”(93쪽) 같은 대목은 사상사적 접근이 대종이긴 하다.

“한국 불교에 관한 고정관념 깨뜨리기” 이 책은 역사학자의 저술답게 한국 불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사관史觀을 제시한다. ‘호국불교설’, ‘기복불교설’, ‘통불교설’에 대한 반론이 그것이다. ‘호국불교설’은 전근대사회의 시대별 시대의식과 역사적 과제와 연관한 이해 없이 불교의 광범위한 역할 중에 한 면모만 취한 것이고, ‘기복불교설’은 개인과 사회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종교의 기본 성격을 고려하면 이해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한국 불교의 특성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통불교설’ 역시 현상적인 통합적 성격만을 강조하여 규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 ‘통불교’의 대표로 거론되는 원효와 지눌과 휴정은 그들이 활동했던 시대가 달랐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체계의 구체적인 성격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신 원효의 교학 내의 사상끼리의 조화, 지눌의 교와 선의 조화, 휴정의 교?선?염불을 조화를 들어 한국 불교의 핵심 원리로 조화와 융합의 논리를 제시하며 시대별로 이를 좇아간다.

출판계에는 ‘마더북’이란 신화가 있다. 이는 특정 분야를 연구할 때 빠뜨리지 않고 읽고 참고해야 할 권위 있는 책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정전正典인데 이런 책을 내는 것이 학술서적 출판사로서는 꿈이자 목표이다. 감히 말하자면, 정병삼 교수의 이 책은 한국사와 불교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선물’이자 오래도록 한국 불교사 분야의 ‘마더북’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저자 정병삼은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 1977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1991년까지 간송미술관 수석연구원을 지냈고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신라 불교사상과 문화를 비롯한 한국 불교사와 한국 문화사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의상화엄사상 연구》,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 《나는 오늘 사찰에 간다》, 《일연과 삼국유사》, 공저로 《우리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 《신앙과 사상으로 본 불교전통의 흐름》, 《한국 불교사 연구 입문》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의상 화엄사상의 사회적 의의〉, 〈고려대장경의 사상사적 의의〉, 〈8세기 화엄교학과 화엄사찰〉, 〈혜초가 본 인도와 중앙아시아〉, 〈佛典 간행과 高麗 인쇄문화〉, 〈조선 후기 사원의 문화적 특성〉 등이 있다. 문화재청 사적분과 문화재위원, 대한불교조계종 삼보보존위원회 위원,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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