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돌이켜 보면 참 굴곡 없는 인생이었다.” 작가는 책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한다. 커다란 성공도 그렇다고 나락에 빠질 정도의 심각한 실패도 없이 ‘초중고대-취업연애결혼’이라는 공식이 내재화된 채 정신없이 살아왔을 뿐인데 어느덧 장성한 나이가 되었다고. 하지만 신체적 나이와 무관하게 ‘내가 정말 어른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어쩐지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이 책은 우리가 온전한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해준다. 나를 먹여 살리는 일(출근), 내 살림을 챙기는 일(독립), 나를 나답게 만드는 일(취향) 그리고 나를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일(연애)이 그것이다.

저서 <어른의 일(가나출판사, 2020)>의 저자는 어른이 되고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겨났고 그때마다 쓴 글들을 모아놓으니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정답을 말해주는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당신의 어른의 일은 무엇인가요?”를 질문하는 책이다.

“경제생활은 물론 일상에서도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쭉 지적받고 방해받을 것이다. 그곳은 부모님 집이고 나를 먹이고 재우고 돌보는 이상, 부모님에게는 나에게 본인들의 규칙을 잣대로 들이밀 권리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덜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짝을 만나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했음이 부모님과 나의 직접적인 갈등이 되거나 거의 모든 갈등의 간접 원인이 될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저금리 정책에 놀아나는 거라는 이야기를 짐짓 모른 체하며, ‘전세난’에 이어 경제 뉴스의 단골 소재인 ‘가계부채 상승’의 당사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혀나갔다. 열 가지 넘는 대출서류를 챙기며, 한 번도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던 금액이 오가는 계약서에 덜컥 사인하면서 그제야 제대로 어른이 된 기분에 휩싸였다.”

전세자금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융자, 근저당, 확정일자, 전세권 설정 등등의 용어를 검색 창에 구겨 넣고, 괜찮아 보이는 방이 나타날 때마다 예상 대출금과 이율을 계산기로 두드리던 날들. 작가는 그제야 제대로 어른이 된 기분에 휩싸였다고 고백하며 이렇게 적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시간을 반복적으로 살면 나태해지기 십상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의도적으로라도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일을 만들어보라 조언한다. 이 책은 스스로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건가?’ 싶었던 순간과 '과연 어른의 일이군!' 하고 깨달았던 시간을 담았다. 누군가 읽어주길 기대하면서 썼지만 아는 사람이 읽을까 숨기기 바빴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당신의 삶도 작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당신에게도 ‘어른의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안한 세상, 단단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저자 손혜진은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소설가가 되고 싶어 국문학과 창작을 전공했지만 소설가가 되지는 못했다. 글 쓰는 일과 가까운 줄 알고 광고대행사 AE로 일을 시작해 ‘펜타브리드’와 ‘포스트비주얼’에서 일했다. 2017년부터 ‘우아한형제들’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배민 신춘 문예,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TVCF 캠페인 등을 담당 했다. 지금까지는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영어공부를 했던 1년과 해외사업부에 지원해 베트남 사이공에 머물렀던 1년이 평범한 인생에서 가장 특이한 일이었다. 이제는 책을 낸 일이 가장 특이한 일이 될 것 같다. 흥과 호기심이 많다. 힘들 땐 글을 쓰고, 기쁠 땐 먹는다. 독립출판물 《어른의 일》과 《김밥의 미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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