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북테크를 시작하고 나는 운명을 믿게 되었다. ‘아, 이 책은 운명이다’ 싶을 만큼 감동적인 책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이 많은 책 중 하필 이 책이 내 손에 온 것이 과연 우연일까 싶었다. 도서관과 서점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데 그 책이 나를 만나고, 내가 그 책을 만난 것은 얼마나 깊은 인연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제는 운명 같은 책의 저자까지 만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이 있기 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어떻게든 직접 만나보고자 노력했다. 책이 맺어준 인연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강의를 하는 경우는 강의장에 찾아가서 만났고, 강의를 하지 않는 경우는 이메일을 보내서 만나자고 요청한 적도 있다. 

한번은 어느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저자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밤을 새다시피 하여 모든 글을 다 읽었다. 굉장히 철학적인 글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20대 작가님이었는데 비범한 분이라는 느낌이 단번에 들었다. 강의도 안 하고 자유로운 분이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줄 것 같아 망설여졌다. 거절당하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용기내어 메일을 보냈다. 책이나 블로그를 통해 얻은 느낌은 ‘간결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메일도 최대한 간결하게 보냈다. 

"대전에서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33살 주부 김유라라고합니다.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꼭 한번 만나뵙고 싶습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시면 어디든지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그와 2015년 9월 만나게 되었고,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만나자마자 내가 누구인지 뭐하는 사람인지는 묻지도 않고,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러다 어떤 책 이야기가 나왔는데 “혹시 그 책 아버지가 물려주신 책이에요?”라고 내가 물었다. 작가님이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고 하셨는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라고 대답했다. 더 놀라운 일은 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무렵 작가님이 내게 선물을 잔뜩 주셨는데 그 안에 그 책이 들어 있었다.

“제가 읽은 책과 같은 걸 구하고 싶었는데 절판이 되어서…… 최대한 비슷한 걸 구해서 넣었어요.”

자신이 그 책을 준비해왔는데 내가 그 책에 대해 물어서 더 놀랐다고 하셨다. 모든 연결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참고로 20대인 이 작가님은 대학이 필요 없어서 가지 않았다고 한다. 내게 선물해준 책은 무려 8살 때 처음 읽었던 철학서적이었다.

누구나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지방에 살고 있는 아이 셋 전업맘이 혈연, 지연, 학연 하나도 없이 좋은 인연을 맺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 사람들은 나를 ‘월세 부자’라고 부르지만, 나는 스스로를 ‘사람 부자’라고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것이 훨씬 자랑스럽고 말이다. 

사람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예뻐서도 아니고 돈이 많아서도 아니다. 언제나 책을 열심히 읽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책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만나면 책을 이야기하고, 좋은 책이 있으면 서로 추천해주었다. 고민이 있으면 언제나 같이 나누었다. 독서로 사색과 통찰을 하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면, 너무나도 빠르고 명쾌하게 해결되었다. 책을 소개하고 책을 이야기하고 책에서 배운 것을 나누는 데는 돈이 들지도 않고 손해보는 사람도 없었다. 

이렇게 무한하게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는 도구가 세상에 또 있을까? 내게 책은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오작교였던 셈이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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