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버터플라이의 심리칼럼

[한국강사신문 안유선 칼럼니스트] “너 자신에 대해 말해야 너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거야” 심리상담이 처음인 사람들이 있다면 이 문장을 기억하길 바란다.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심리상담사 숀이 수학천재 윌에게 건네는 말이다. 자신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분명 효과를 볼 수 있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이 영화에서 맷 데이먼이 수학천재 윌로, 로빈 윌리엄스가 심리상담사 숀으로 열연했다. 1997년 개봉 당시만 해도 정신과의사가 아닌 전문가가 심리치료를 한다는 것이 낯설었다. 10년이 흘렀다. 세상이 복잡해지니 사람들 마음도 복잡해졌다. 상담 한번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빈민가에 사는 수학천재 주인공이 상담을 받고 원하는 삶을 살게 된다는 스토리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상담이 필요하지만,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는 효과를 믿지 못해서다.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치료가 되나? 비싼 상담료 내고 본전도 못 찾으면 어쩌나? 심리상담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상담 효과를 높이는 팁을 소개하겠다.

상담실까지 찾아와 자기 이야기를 못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한 시간 내내 말을 쏟아내도 진짜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상담사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진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사람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생긴 경우라면 더 어려워진다. 상담사가 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인가, 믿어도 되는 사람인가 하는 걱정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러다보면 상담사를 이리저리 시험한다. 상담사가 신뢰하기 힘들다는 단서를 발견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상담실을 떠난다.

상대방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되면 아주 사소한 것들도 눈에 거슬리게 된다. 꺼놓지 못한 상담사의 휴대폰 소리, 상담일지를 적을 때마다 오른쪽으로 머리를 까딱거리는 버릇, 짝퉁 로고를 달고 있는 상담사의 손목시계 등등. 내담자는 이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든다. 눈앞에 있는 상담사를 형편없이 볼 수도 있다. 상담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여러 상담실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심리상담을 고려하던 판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뭔가 하기는 해야 하는 상황이라 했다. 그런데 평생 남들 문제에 답을 주면서 살았더니, 남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심리상담이 필요한데, 자기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워 상담을 받을 자신이 없다고 했다. 상담실에서 자기 속내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빈민가에 태어나 세상을 등지고 살던 청년이 인생의 등대가 되어 주는 멘토를 만나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에서 상담사는 기적을 일으키는 영웅처럼 보이기도 한다. 맨체스터 대학교 심리학과 테리 헨리 교수는 상담실의 영웅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영화 속에서 상담사가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상담실까지 찾아오는 내담자가 진짜 영웅입니다.” (출처: Serious Science 동영상, 2016. 6. 20.)

대학교 상담센터에서 근무할 때다. 크리스마스이브라 상담실은 평소와 다르게 한산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까지 해서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이 한명도 없었다. 설마 이런 날 누가 오겠느냐고 상담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학생이 머리에 수북이 눈을 뒤집어쓰고 들어왔다. 눈이 많이 와서 버스를 잡기 어려웠다고 미안한 듯 멋쩍게 웃는 모습이 기억난다. 힘들었을 텐데 왔구나 싶어서 뭉클해졌다. 우울이나 불안 같은 증상을 겪게 되면 집 밖을 나가는 것도 누구를 만나는 것도 귀찮고 겁난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런 불편함과 두려움을 넘어선 영웅들이다.

상담실 문턱을 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상담실은 비밀이 보장되는 공간이며 상담사들은 어떤 이야기든 들을 수 있다. 상담사와 힘겨루기를 하거나 상담사를 떠보는데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면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꺼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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