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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눈물 흘리며 마속을 베다

[한국강사신문 정형권 칼럼니스트] ‘출사표(出師表)’란 신하가 적을 정벌하러 떠나기 전에 황제나 왕에게 올리던 표문(表文)이다. 여기서 표란 천자(황제)에게 올리는 글을 말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중국 삼국시대(三國時代, 220~280년) 촉한(蜀漢)의 승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 184~234)이 위나라를 치고자 촉제(蜀帝) 유선(劉禪, 유비의 아들)에게 올린 상소문이다. 전·후 두 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편은 227년, 후편은 228년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출사표라 하면 전출사표를 말한다.

제갈공명은 227년, ‘전출사표’를 올리고 북벌(北伐)에 나서 위나라 기산(祁山)을 친다. 기습, 선제공격이었다. 남안, 천수, 영안이 함락된다. 위나라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그러자 위나라에서 급파한 명장 사마의(司馬懿)는 20만 대군으로 기산의 산야에 부채꼴의 진을 치고 제갈량의 군대와 대치하게 된다. 이 ‘진’을 깰 제갈량의 계책은 이미 서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지략이 뛰어난 사마의인 만큼 군량 수송로인 가정(街亭)을 수비하는 것이 문제였다. 만약 가정을 잃으면 중원 진출의 웅대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때 마속(馬謖)이 그 중책을 자원하고 나섰다. 그는 평소 제갈량이 아끼는 장래가 촉망되는 용맹한 장수였다. 그러나 노련한 사마의와 대결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판단한 제갈량이 주저하자 마속은 거듭 간청했다.

“다년간 병법을 익혔는데 어찌 가정 하나 지켜 내지 못하겠습니까? 만약 패한다면, 저는 물론 일가족까지 참형을 당해도 결코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마속의 말에 제갈량은 “좋다. 그러나 군율에는 두 말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하며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신이 시키는 대로, 산기슭의 도로만 사수하라고 신신당부하면서 출정을 명령했다. 가정에 도착한 마속은 삼면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산세를 보고는, 적을 공격하면 단숨에 20만 대군을 무찔러 큰 공을 세울 수 있겠다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제갈량의 명령은 그 산기슭의 도로를 사수하라는 것이었으나 마속은 명령을 어기고 적을 유인해서 역공할 생각으로 산 위에 진을 쳤다.

마속은 그의 부장 왕평이 길목에 군영을 세워 도로를 지켜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한다. 왕평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무식한 장수였지만 수많은 전장을 누빈 백전노장이었다. 그러나 마속은 병법을 내세워 왕평의 말을 막고, 결국 산 위로 올라가 군영을 세운다. 왕평이 자신들의 임무는 길목을 지키는 것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마속은 꿈쩍도 않으며 병법을 들먹이며 훈계한다.

“병법에 이르기를 높은 곳에 의지해 아래를 보면 그 형세가 마치 대나무를 쪼개는 것과 같다고 했다.”며 끝내 산으로 올라가 스스로 퇴로도 없는 곳에 고립시켜 버린 것이다. 뛰어난 지략가인 위나라의 사마의는 마속의 계획을 눈치 채고 산기슭을 포위한 채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식수와 식량이 끊겨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마속의 군대는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돌파하려 했으나 용장인 장합에게 전군이 몰살하다시피 대패를 당했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중책을 맡겼던 것을 크게 후회했다. 군율을 어기고 대패한 그를 참형에 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듬해 5월, 마속이 처형되는 날이 왔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마속같이 총명하고 무예에 유능한 장수를 잃는 것은 나라의 손실이라고 설득했으나 제갈량은 마속의 참형을 명했다.

“마속은 죽이기에 진실로 아까운 장수지만 사사로운 정에 끌리어, 군율을 저버린 자를 살려두는 것은 이 나라에 더 큰 죄가 되오. 아끼는 사람일수록 가차 없이 처단하여 대의(大義)를 바로잡지 않으면 나라의 기강은 무너지는 법이오.”

제갈량은 이렇게 말하면서 형장으로 사라진 마속으로 인해 엎드려 울었다고 한다. 더불어 마속을 중용하지 말라는 유비의 유언을 지키지 못한 것을 통탄하며 후회하였다. 유비가 제갈량의 말을 듣지 않아 이릉 전투에서 패하였는데, 공명은 유비의 말을 듣지 않아 가정 전투에서 참패를 하고 만 것이다.

※ 참고자료 : 정형권의 『인생고전(人生古典, 렛츠BOOK, 2017)』

정형권 칼럼니스트  orion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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