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세상에는 수많은 사전이 있다. 대부분 정답을 주기 위해 편찬된 사전이라면, <사람사전(허밍버드, 2020)>에는 정답이 없다. 대신 읽는 이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언제나 ‘사람’을 먼저 이야기해 온 카피라이터 정철이 사람 사는 세상, 우리네 인생을 일상 단어 1234개에 비추어 읽고 또 썼다. ‘엄마’, ‘커피’, ‘눈물’, ‘귀찮다’, ‘가만히’처럼 우리 주위를 서성이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에 ‘사람’이라는 잣대를 들고 치열하게 관찰하고, 곱씹는다. 그래서일까. 단어 하나하나에 사랑, 희망, 위로, 믿음, 겸손, 배려 같은 사람의 성분이 녹아 있다.

긴 시간 펜 끝에 사람을 담고자 노력했던 그의 ‘곧은 마음’ 때문일까. 정철의 시선이 담긴 단어를 따라가다 보면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다가, 이내 ‘잘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번진다. 의미 없이 부유하던 단어들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만나면,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한 순간과 표정을 복원하듯 살아 있는 단어로 다가온다. 나답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 우선이라고 믿는 그의 글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234개의 단어가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지만 소설처럼 정주행할 필요 없다. 오늘 하루 나를 힘들게 했던 단어나 기쁨을 준 단어를 찾아 읽는 것도 이 책의 좋은 활용법이다. 찾는 단어가 없다면? 그 또한 좋은 찬스다. 찾는 단어에 나만의 새로운 해석을 달아보자. 그렇게 차근차근 모두가 자기만의 사전을 써내려가는 것. 그게 이 책이 탄생한 진짜 이유다.

책 속에는 “새로운 발상을 위해, 새로운 발견을 위해 꼭 필요한 한 글자. 가장 짧지만 가장 긴 생각을 하게 하는 한 글자. 가장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한 글자. 배고픈 사람은 밥이나 빵 같은 한 글자를 찾지만 뇌 고픈 사람은 왜라는 한 글자를 먼저 찾는다. 왜? 새로운 발상은, 새로운 발견은 밥보다 맛있으니까.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으니까. 뇌가 부르면 한동안 배도 고프지 않으니까.”라고 한다.

저자 정철은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향하라’, ‘나라를 나라답게’ 단어 하나, 짧은 문장으로 온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대표 파워라이터. 정철카피 대표,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초빙교수. 유명 브랜드의 광고부터 대통령 선거 캠페인 카피에 이르기까지 30년째 수천 개의 카피를 써온 대한민국 대표 카피라이터다.

1985년 MBC애드컴 카피라이터를 시작으로 하이트 맥주, 기아자동차, 이랜드, 삼양라면, 프렌치카페 등의 브랜드부터 식스센스, 뮬란, 아마겟돈 등 영화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의 광고 카피를 25년째 쓰고 있다. 2006년 지방 선거에서는 '보람이가 행복한 서울'이라는 카피로, 식상하다 못해 지겨운 정치 광고에 발상 전환의 첫 걸음을 뗐다. 남다른 시선, 기발한 아이디어로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그려내는 그는, 평소에도 수다 떨 듯 쉼 없이 떠들고 연필로 그림 그리듯 글을 써 내려간다. 그리고 끝없이 딴생각에 빠진다. 그게 바로 30년을 쓰고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다.

어쩌면 『사람사전』 한 권을 쓰기 위해 『내 머리 사용법』을 썼고 『불법사전』을 썼고 『인생의 목적어』를 썼고 『머리를 9하라』를 썼고 『한 글자』를 썼고 『카피책』을 썼고 『틈만 나면 딴생각』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 외 지은 책으로 『카피책』, 『노무현입니다』, 『꼰대 김철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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