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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겸 칼럼] "목소리, 배우의 강력한 무기다!"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한국강사신문 이도겸 칼럼니스트] 배우는 여러 가지 표현 수단을 갖는다. 그중 목소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우의 목소리는 악기와 같다. 강하고 약하기, 빠름과 늦음, 높고 낮음, 그리고 멈춤(포즈)에 의해 리듬을 형성한다. 리듬은 생기를 말한다. 리드미컬하게 구사되는 배우의 대사는 그 리듬과 음색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그러나 요즘 목소리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배우들이 많다. 드라마에서 상황과 감정이 변해도 늘 같은 톤으로 말을 하는 배우들이 있는가 하면, 부정확한 발음으로 인해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는 배우들도 있다. 중얼중얼거리며 일정한 톤으로 하는 연기가 멋진 연기인 양 젊은 배우들에게 만연해 있다. 그런 현상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배우에게 발성과 발음이 왜 중요할까?"

좋은 목소리는 복식호흡을 통해서 나온다. 흔히 배로 내는 소리라고 알려진 복식호흡은 풍부하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를 말한다. 답답하고 작은 목소리는 복식호흡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약하게 들린다. 복식호흡은 발성훈련의 꽃이다. 아울러 발성(發聲)은 날숨이 성대를 진동시키고 공명기관을 통해 음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발음(發音)은 혀, 이, 입술 등의 발음기관을 이용하여 소리의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사실주의 연기 이론의 창시자 스타니슬랍스키(Konstantin Stanislavsky)는 배우의 목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는 저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올라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내적 경험과 정신적 의미다.” 즉, 목소리는 강한 정서적 느낌을 전달한다. 톤, 음색, 울림, 억양, 강약 고저 등의 요소들이 상황, 의도, 목적, 감정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며 내면과 정서를 드러낸다. 이러한 요소들을 전부 무시한 일정한 톤의 목소리는 정서적 전달을 약화시키고 지루함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그 요소들의 변화는 자유롭고 인위적이지 않아야 한다. 발성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변화가 약하고 표현의 깊이도 약하다.

배우의 목소리는 대사에 담긴 감정과 의미를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표정과 신체 표현이 시각적인 영향을 준다면 목소리는 청각적인 요소로서 상대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직접 가 닿는 화살촉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 신체의 반응과 연결되어 목소리로 잘 이어져 나올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한다. 배우에게 좋은 목소리는 톤이 좋고 나쁨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이 담긴 목소리 톤을 찾고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으면 된다.

배우 박신양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교 때부터 내 목소리가 너무 얇아 마음에 안 들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발성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지금도 틈만 나면 발성연습을 한다.” 배우에게 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박신양은 tvN 예능프로그램 ‘배우수업’에서 연기 스승으로 출연하면서 제자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친 것도 ‘발성수업’이었다. 그만큼 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스타니슬랍스키는 발음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 “배우란 발성과 발음이 뛰어나야 하고 대사의 구절이나 단어뿐만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까지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아무렇게나 발음되는 단어는 단어와 구절, 글자를 하나하나 느끼지 못하고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 어떤 배우가 무기력하게 말하는 습관 때문에 모든 단어를 개개의 특성을 살리지 않고 뭉뚱그려서 말하는 것을 보면 꿀항아리에 빠진 파리처럼 모든 게 엉망이 된 것 같다.” 배우는 언어의 힘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문자기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영혼과 마음을 담아 전달할 때 언어란 실로 강력해지는 것이다. 단어에 담긴 의미와 특성 하나하나를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부정확한 발음과 일정한 톤의 목소리로 언어의 힘을 무력화시켜버리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안타깝다.

요즘 연기가 사실성만을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발음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젊은 배우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어눌하고 부정확한 발음을 그대로 가지고 와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그 배우의 습관일 뿐이다. 연기에서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움이란 정확하고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면서 그게 부자연스럽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저 입술만 달싹거린다고 해서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아니다.

연기로 인정받은 배우들이 입술을 작게 벌리며 연기한다고 느껴서 따라 하는 거라면 그만두는 것이 좋다. 그건 오랜 기간 숙련되어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세밀한 발음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단순히 외형만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수영선수의 유연한 동작만을 눈여겨보고 따라 한다면 어설프게 선수 흉내를 내는 결과만 낳는다. 수영을 배울 때 처음엔 팔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크고 정확하게 움직이라고 한다. 처음 몸에 잘 익혀야 평생 가기 때문이다. 그 동작이 점차 몸에 익숙해지고 나면 부자연스러움은 사라지고 정확하면서도 유연한 동작이 이루어진다. 발음도 마찬가지이다. 입술 스트레칭부터 다시 하고 자음, 모음 발음훈련부터 다시 하기 바란다. 유연함은 정확함이 이루어진 다음의 문제다.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 발음과 발성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다. 이병헌, 이정재, 김혜수, 전도연, 김희애, 최민식, 송강호, 한석규, 황정민, 유해진, 조승우 등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을 보자. 그들의 목소리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 적이 있는가? 그들의 발음이 우리의 집중을 방해하거나 깨뜨린 적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발성과 발음이 연기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발음과 발성 모두를 포함한 개념이다. 일정한 톤으로 답답한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 연기를 잘 한다고 하지 않는다. 발음이 부정확한 배우에게 연기를 잘 한다고 하지 않는다. 답답한 목소리와 부정확한 발음만큼 관객들에게 답답함을 주는 것도 없다.

<사진 출처=JTBC>

배우의 발성과 발음은 좋으면 좋을수록 좋다. 목소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정서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발음은 단어의 의미 하나하나까지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배우는 언어의 강력한 힘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건 배우의 예술적 능력이지 외모가 아니다. 외모로 주목받아 당장은 브라운관에 등장한다 하더라도 연기로 인정받지 못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 발성과 발음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목소리는 배우의 강력한 무기다.

“목소리는 배우의 강력한 무기다!”

이도겸 칼럼니스트  equus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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