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효석 칼럼니스트] 갈등이 없는 드라마를 찾는 사람이 없듯이 갈등이 없는 스토리텔링에도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의 핵심도 갈등구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야기는 논리보다 강하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따라서 나를 기억하게 하고 싶거나 상품을 각인시키려면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야 한다. 요즘 광고나 스피치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 + 텔(Tell) + 링(ing)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이야기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즉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Story(사건, 지식, 정보)를 Tell(말하기, 문자, 소리, 그림, 영상 등)을 통해 ing(교감,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스토리텔링에는 반드시 ‘주인공’이 필요하다. 그 주인공은 고난과 갈등을 겪어야 하며, 그런 시련 속에서 무엇인가를 이룬다. 중요한 것은 그때 주인공이 겪는 고난과 갈등이 깊어질수록 청자는 더 강렬하게 반응하며 더 오래 기억한다.

대표적인 것이 베이글의 얽힌 스토리텔링이다. 인터넷에서 베이글을 검색하면 독일어로 등자라는 뜻의 뷔글(bugel)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17세기 초 폴란드의 크라쿠프에 사는 어느 유대인 제빵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설을 찾을 수 있다.

둘 다 사연이 있는 설이다. 베이글은 유대인이 즐겨 먹던 것인데,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 만들어진 이에 얽힌 애틋한 이야기가 전 세계에 알려져 많은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베이글에 얽힌 사랑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무렵 독일은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유대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기 시작한다. 그때 독일의 한 마이스터 제빵사에게 폴란드 출신의 아름다운 유대인 아내가 있었다. 많은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연행되어 수용소로 갔다. 남편은 아내를 구하고자 전 재산을 정리하고 전국의 수용소를 찾아 나서며 아내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직업을 속이고 이 수용소 저 수용소를 찾아다니며 잡부로 취업하여 수용소에 갇혀있는 유대인 속에서 아내를 찾기 시작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온갖 고생 끝에 그는 마침내 한 수용소에서 아내를 발견한다. 그러나 먼발치에서만 바라봐야 할 뿐 아내를 만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

그는 정성을 다해 빵을 만들어 매일 수용소장에게 올렸다. 그 맛에 감탄한 수용소장은 제빵사를 불러 칭찬을 하며, 원하는 것을 들어 줄 테니 말해 보라고 한다. 그는 수용소장에게 자신이 독일의 최고 제빵사라는 사실과 아내를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된 경위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전 재산을 바칠 테니 아내를 빼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당시의 수용소는 소장 마음대로 유대인을 풀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소장은 많은 뇌물이 탐이 났지만 자신의 목숨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 석방은 못 해주고, 대신 수용소 안 자기의 집무실에서 하룻밤 면담을 허락해준다.

약속 시각이 다가오자 제빵사는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정성스럽게 만든다. 폴란드가 고향인 아내는 베이글을 좋아했다. 원래의 베이글은 중간에 구멍이 뚫려있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수용소 복장은 주머니가 없는 누더기 한 벌이 전부였다. 그러니 아침에 헤어질 때 빵을 싸줄 수가 없었다. 하룻밤에 먹을 수 있는 빵의 양은 한정되어 있고 언제 다시 만날 기약이 없기에 제빵사는 새로운 형태의 베이글을 구상한다. 먼저 쉽게 상하지 않도록 이스트를 넣지 않고 대신 차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도넛 모양으로 구멍을 내서 줄에 여러 개를 주렁주렁 묶었다. 그는 소장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끈에 꿰어있는 베이글을 아내의 허리에 묶어주면서 눈물 흘리며 말한다.

“여보, 오늘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몰라. 하지만 소장님과 내가 친하니까 당신을 반드시 빼내 줄 거야. 이 빵은 당신이 어릴 적 고향에서 즐겨 먹던 베이글이야. 모양이 조금 다르지? 당신 옷에 주머니가 없어서 허리에 채워주려고 구멍을 냈어. 남 주지 말고 몰래 혼자만 먹어. 이 빵 다 떨어지기 전에 내가 반드시 당신을 구하러 올 거야, 반드시! 제발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해. 알았지? 사랑해 여보….”

두 사람은 눈물로 이별한다. 그리고 그것이 끝내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다. 제빵사는 아내가 죽자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리고 평생 아내를 그리워하며 맛있는 베이글을 만드는데 평생을 바친다.

어떤가? 아름다운 스토리 아닌가? 그런데 미안하다. 이 이야기는 내가 지어낸 소설이다. 아니, 스토리텔링이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허구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인터넷에서 베이글을 검색해서 독일어로 등자라는 뜻의 뷔글(bugel)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17세기 초 폴란드의 크라쿠프에 사는 어느 유대인 제빵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설만 가지고 상상해서 만든 스토리다.

영화도 소설도 모두 이런 식이다. 갑자기 내가 미워지는가? 배신감이 느껴지는가? 스토리텔링이 죄악이라면 헤리포터의 작가인 조앤 K 롤링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인 셰익스피어는 죄인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만든 베이글 스토리가 허구인 것을 알지만 앞으로 베이글을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베이글을 보면 제빵사와 아내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당연히 이 이야기를 알기 전과 후에 베이글을 보는 눈도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비록 버터와 우유, 설탕은 들어 있지 않지만 베이글을 보면 왠지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이제 여러분은 제빵사에 얽힌 스토리텔링으로 베이글을 보면 구매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할 수밖에 없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처럼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을 구사해서 상대의 마음속에 갈등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 참고자료 : 김효석&이경우&이승훈의 『OBM 설득마케팅(일월일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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