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저서 <전세도 1년밖에 안 남았고(한겨례출판사, 2020)>는 우당퉁탕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작가 김국시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낮에 책을 읽는 즐거움과 토마토스파게티 소스를 하나 더 장바구니에 담는 대수롭지 않은 마음들이 모여 따뜻하고 안락한 하루를 만들 듯이, 이 책은 힐링이나 소확행을 강조하진 않지만, 천천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향해 흘러간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만약 이 물음에 잠시 머뭇거렸다면, 이 책을 펼치길 권한다. 

독자들은 김국시 작가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회의 때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한 채 어색하게 앉아만 있어야 했던, 일을 끌어나갈 수도 스스로 책임을 질 수도 없어 상사의 눈치나 봐야 했던, 바로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책의 대부분은 방송국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또는 내딛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책의 후반부, “낯선 사람은 대개 나랑 잘 맞지 않는다”라며 “요령껏 일한다”는 작가의 말에선 오늘도 겨우겨우 출근한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을 TV나 영화에서 봤던 멋진 작가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긴 힘들다. 저자의 말마따나 “그게 그건 아닌 김 작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익히 들어온 헛헛한 응원 대신, 실수하고 상처받으며 온몸으로 알게 되는 자신의 행복과 매 순간 유머를 잃지 않는 귀여운 투덜거림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매 꼭지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는 이야기의 익살스러움을 배가하며 독서의 재미를 한층 살려준다.

책 속에는 “고작 이 정도의 삶을 위한 거였다. 고통스러워하며 구구단과 알파벳 철자를 외우고 ‘이건 앞으로 내 인생에 절대 필요하지 않을 거야’ 생각하며 수식을 적어 내려간 시간들이. 그게 모두 이 정도의 삶을 위한 거였단 걸 알았다면 공부하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 같다.(p.125)”라고 한다.

저자 김국시는 스물셋의 여름, 한 달간의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그해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이후 다큐 프로그램 막내작가, 교양 프로그램 서브작가, 드라마 보조작가, 아침 뉴스 코너작가의 생활을 거쳐왔다. 그사이 다른 이의 책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서른의 봄, 나날이 오르는 집 전세금을 보며 텅 빈 통장만 매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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