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저자 신혜광은 ‘건축으로 먹고살기’ 위해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난 건축가이다. 그는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근사한 학위를 가지지도, 거창한 작업을 남긴 대가도 아니다. 이제 막 30대를 지나 불혹으로 접어든 어느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

저서 <스페인, 버틸 수밖에 없었다(효형출판, 2020)>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 닿는 건 글 속에 진솔함 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좌충우돌, 저자의 스페인 생활기는 여타 에세이와 다르다. 낯 뜨거운 감상과 어색한 포장 따위는 없다. 그는 자신의 거침없는 여정을 툭툭 내뱉듯이 기록했다. 스물여덟, 저자는 첫 직장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허우적댔다.

삶의 나침반이 잘못 되어 가고 있다고 본능적으로 느꼈을 때, 그는 결심을 한다. 방향타를 바로잡아줄 우상을 찾아 무작정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난 것이다. 스페인어 말 한 마디조차 못하는 건 신경쓰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보다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며 훌쩍 가방을 들쳐맸다.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의 흔적을 따라가며 ‘우상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준재에 머무르겠지’라는 자만심 가득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금세 현실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았다. 훌훌 털어낼 새도 없이 다시 도전한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또다시 넘어진다.인턴이란 허울 좋은 명목으로 노동 착취를 일삼는 마드리드 건축 사무소에서도 묵묵히 5개월을 버티며 ‘나만은 다를거야’라고 믿었던 그. 바르셀로나의 일자리를 놓지 않기 위해 불법 체류 신세에도 사무소 소장에게 제때 말 한마디 못 꺼낸 일화는 저자의 우직하면서도 허술한(?) 성격을 보여준다.

매번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 그럴싸한 계획은 세웠지만, 계획이 있다 한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보수 인턴과 불법 체류, 비자 연장을 위한 학교 등록까지. 결국 계획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대단한 계획을 세울 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더욱 명확하게 마주하면서, 저자는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됐다.

저자 신혜광은 서울에서 태어나 건축을 공부했다. 어쩌다 보니 스페인에서 삼십 대가 됐고, 지금은 독일에서 살고 있다. 다행히 아직 건축을 등지진 않았다. 항상 흥미로운 가능성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평소 무작정 덤비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스페인은 더 저돌적이고 꾸준한 끈기를 요구했다. 그게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됐다. 현재 베를린의 한 건축 사무소에서 버티며 동시에 ‘자희건축’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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